짧은 만남 긴 그리움
어서 오세요.
올해도 찾아오셨군요.
오래된 아파트의 저층이라 그리 탐탁지 않았다.
세월의 흔적이 잔뜩 묻어있는, 그다지 정이 가지 않는 지저분한 공간이었을 뿐.
하필 부동산 상승기를 제대로 만난 탓에 빠르게 소진되어 가는 매물 속에서 선택의 폭은 그리 많지 않았다.
12월에 계약을 했다.
이사하고 정리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3월이 끝나가고 있었다.
지치고 정신없던 겨울이 지나가고 새롭게 단장한 3층 우리 집엔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거실 창을 액자 삼아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새하얀 목련.
덕분에 우리 집은 한층 밝아보였고, 우리로 하여금 누구도 가질 수 없는 특별한 공간을 선물 받은 행복한 가족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올해도 예쁘게 피었어? 목련이 필 때 초대해 줘"
한 번 보고 나면 여운이 길게 남는지 매년 이맘때면 지인들도 목련의 안부를 묻는다.
봄이 오면 새하얀 꽃을 피우고, 여름이면 초록초록 잎으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며, 가을이면 갈색 잎으로 , 겨울이면 앙상하게 남아 있는 가지를 보며 계절이 오고 감을 느낀다.
거실 창 너머로 사시사철 아름다운 그림을 선물하는목련.
모든 계절 좋지만 그중에 으뜸은 봄이다.
예년보다 조금 빨리 꽃을 틔운 목련 덕분에 올해는 조금 더 일찍 봄을 맞이했다.
여전히 넌 아름답구나
올해도 찾아와 준 반가운 너를 오래오래 보고 싶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어김없이 떠나보낸다.
내년에 다시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