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세계 어디에 서 있는가? (2)
아이의 세계 어디에 서 있는가? 세계 어디에 서 있는가? (1)
아이가 자다 깨서 묻는다.
"엄마, 나 내일 어떡해야 해? 내일 지민이가 나한테 못되게 굴면 어떡해?
내가 잘못했다고 따지면 어떡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 걸면 어떻게 해야 해?"
"음.. 우리 덕이, 지민이한테 나한테 사과해 달라고 말할 수 있겠어?"
"아니, 못 할 것 같아."
"알았어. 일단 늦었으니까 자고 내일 얘기하자."
아이가 '이러면 어떡해, 저러면 어떡해?'라고 묻는데,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지금 내 모습과
어쩌면 그렇게 똑 닮았는지...
엄마가 이러고 있으니 아이는 오죽하겠는가?!
아무리 '어떻게 해야지'를 생각한들, 이리 생각하면 이게 맞는 것 같고
저리 생각하면 저게 맞다 싶을 것이 분명하다.
결론 나지 않을 결정을 내리겠다고,
같은 생각만 반복해서 돌리고 있는 내 모습이,
아이라는 거울에 비치니 정신이 번쩍 든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순간,
내 머릿속은 신기하리만치 빠르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우리 아이가 원하는 결과가 실현되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아이가 원하는 삶을 지원하는 지원자로 존재한다.
나는 이번 일을 통해, 우리 아이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모든' 관계에서
평등하고, 온전하며, 건강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그런 힘을 가지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아무도 네 몸에 함부로 손을 대거나,
너에게 함부로 말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기를.
너는 그 친구에게 사과받을 자격이 있다.
내일 아침, 아이와 여기에 서서 대화하리라.
더 이상 어떻게,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 중요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생각보다도 훨씬 편한 밤을 맞이했다.
다음 날,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행동 팁(?)을 줄 수 있을지는 알지 못했지만,
그냥 거기에 서서 대화를 시작했다.
나는 이번 일이 네가 이런 것들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어제도 말했지만, 아무도 네 몸에 함부로 손을 대거나, 말을 할 수 없어.
그러니까 덕이는 충분히 사과받을만하거든. 그것만 분명히 알고 가.
사과를 받고 안 받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엄마는 덕이가 그걸 알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친구랑 놀게 되든, 안 놀게 되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알았지?"
나는 흔들림도 없이 말하고 있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오늘 학교에 가는 아이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울까,
학교 앞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그런 나의 염려는,
우리 아이의 "다녀오겠습니다." 하는 큰 목소리와
재바르고 가벼운 발걸음 뒤로 완전히 사라졌다.
마치 내가 보여주는 세계에 마음이 놓이고, 활기를 찾은 것처럼.
그 세계로 마음 놓고 뛰어가는 아이 뒷모습에 가슴이 벅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