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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perlocal Oct 03. 2021

아름답고 지적인 마을 하노버에서

아이비리그 타운 이야기 - 하노버 1

8월이 끝나갈 무렵 2달 여간 머물렀던 시카고를 떠나 뉴햄프셔주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 하노버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다트머스 컬리지가 위치한 마을로, 나는 학교 주변에 숙소를 잡는다. 


대도시에서 태어난 나는 이곳에서 곧 자연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함을 느낀다. 나무도 많고 동물과 곤충도 인간과 공생하고 있다. 숲에서는 딱따구리가 나무에 구멍을 뚫어 집을 만든다. 저녁이 되면 다람쥐가 울타리를 타고 뛰어다니며 도토리를 찾는다. 대기질이 완벽하게 깨끗하고 밤에는 별자리와 은하수가 보인다. 이렇게 별이 많은 밤하늘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정말 아름답다. 


하노버 동네 산책 중


시내는 작지만 깔끔한 도시의 모습을 띤다. 다트머스 컬리지와 마을의 경계는 없다. 마을 구석구석에는 다트머스 컬리지 졸업생들이 기부한 벤치, 울타리, 정원 등의 공공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마치 이 마을은 세계에서 가장 명망 있는 과거 및 현재의 대학생과 교수들이 미래의 또 다른 그들을 위해 메시지를 전하듯 겸손하고 검소한 공기를 생성해놓은 곳인 듯하다. 


다트머스 컬리지 내에 졸업생들과 교수가 기부한 벤치가 놓여 있다. 이 벤치에 앉아 글을 썼다.


보이는 것은 화려하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당당함과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어찌 보면 미국에서도 가장 자본주의적인 상류층이 만들어지는 장소 중 한 곳인데, 이것이 바로 미국 중산층과 상류층이 지향하는 자세 일까도 생각해본다. 부의 축적과 기부, 그리고 그것들로 자신이 몸담고 있던 곳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힘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노버 다운타운, 해가 저무는 모습


늦은 오후쯤 하노버에 정착한 기념으로 가벼운 식전주를 하러 간다. 하노버 메인 스트릿에는 레스토랑과 바가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그 수가 채 20개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손님이 없을 것 같은 곳은 단 한 군데도 찾아볼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서로 공생하는 커뮤니티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산물일 것이다. 수십 년, 수백 년을 커뮤니티 안에서 공감을 얻으면서 천천히 진행된 하나의 프로젝트인 것처럼 마을의 지속성과 발전성이 동시에 엿보인다. 커뮤니티를 이루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할 일을 찾아 겹침이 없도록 하고 수요보다 약간 못 미치는 공급을 이루는 지속적이고 경쟁적인 커뮤니티 경제모델을 하나하나 따져보고 배워볼 만하다. 



다트머스 컬리지 학생들의 집합소인 머피스 온 더 그린 (Murphy's on the Green)에서 가볍게 캄파리 소다를 한 잔 한다. 한 잔을 하는 동안에도 이곳에서는 다트머스 학생들이 길을 지나가다가 한잔하고 있는 동기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아예 함께 자리에 앉아 함께 한잔하며 수다를 떨기도 한다. 


이들이 최고의 고객임을 아는 레스토랑과 바는 굉장히 자유롭고 열려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자유롭게 손님과 지나치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털털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바의 내부에는 다트머스 컬리지 석사과정 동문들이 내가 여기 있었다는 뜻으로 기부한 팻말들이 가득하다. 


9월 초는 미국에서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기 때문에 신입생들이 부모님과 도착하여 학교 주변도 함께 둘러보고 메인 스트릿 주변 레스토랑에서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가족 식사를 함께 하는 장면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코로나가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위드 코로나' 태도를 오래전부터 고수한 미국에서는 아주 자유로운 실외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학생들은 일주일에 1-2회씩 자가테스트를 한 후 학교에 제출한다고 한다. 확진자의 수를 줄이기 위해 규제보다 백신 프로모션에 더 집중한 정책에 대한 결과는 - 아직 그 어떤 나라도 아직 끝난 일이 아니라서 누구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 앞으로 직업에 대한 개념을 사회가 어떻게 정의하고 그것이 경제 사회 발전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영향을 줄 것인가를 보고 판단할 일일 것이다. 


다트머스 컬리지의 유명한 MBA 과정인 턱 비즈니스 스쿨 학생들에 경우 경력 생활을 하다가 입학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파트너 혹은 배우자들도 많은 수가 이곳에 따라와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줌 미팅으로 팀과 회의를 하고 맡은 일은 회사에서 보내준 노트북으로 근무시간 내에 처리한다. 셧다운은 한국처럼 2주 간격으로 정책이 업데이트되는 것이 아니고, 정부의 지침을 바탕으로 회사가 자율적으로 6개월에서 1년 또는 그 이상으로 재택근무를 한다고 미리 장기계획을 통보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확진자 수가 너무 많이 나왔었기 때문에 어떤 정책이 맞는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적어도 개개인에게 재택근무 장기계획을 미리 말해줌으로써 각자 회사를 퇴직할 필요 없이 사생활까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가 있다는 점이 인상 깊다. 국가권력을 최소화하고 원칙만을 세워줌으로써 기업과 개인의 코로나 시대 2년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시스템에서 앞으로 절충 활용을 고려해봐야 할 사회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파란 하늘이 이내 붉어지다가 금방 깜깜해진다. 하노버의 역사는 다트머스 컬리지의 역사와 같이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하는데, 천천히 하노버와 컬리지의 역사를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숙소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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