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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perlocal Mar 01. 2023

건축법도 바꾸고 정책금리도 동결시키는 부동산의 힘

도시 이야기 - 서울 1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건설기업 상무가 구조기술사인 한동훈의 승진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다. 


"이 아파트 단지 또 C 등급 줬다며? 재건축할 수 있게 D 등급 줄수도 있잖아? 

대한민국에서 집은 자산 개념이 세다는 거 몰라? 

우리나라에 집 한 채 딸랑 가지고 있는 국민이 태반인데 집에서 재산 안 불리면 어디서 불리냐고!" 


우리나라 주택 시가총액은 2021년 말 기준 약 6500조로 국가 총 명목소득인 약 2000조보다 3배 이상 높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은 주택 시가총액의 50%에 달하는 약 3000조다. 


20년 된 아파트를 재건축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주택특별법의 골자가 나왔다. 20년이 넘으면 안전진단도 안 해도 된다고 한다. 정부가 버블이 낀 주택가격을 디레버리징 하는 과정에서 경제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내놓은 부동산 완화정책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 1년 총소득에 3배에 달하는 주택 시장을 살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정부, 기업, 개인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부동산을 보호해야만 한다. 자산가격이 물가상승률보다 장기적으로 우위에 있는 한 모두에게 일석이조이다.




한국의 건설 사업은 2021년에 9.2%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건설 분야에서만 212조 원어치 매출을 냈다. 한국의 건설 역사상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모두 알다시피 2021년과 2022년 부동산 가격도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이렇게 건설분야에서 기록적인 매출이 발생했던 적이 과거에 한번 있었다. 바로 2015년이다. 그럼 2015년 직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2013년에 부동산 가격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람들이 아파트를 사지 았았던 시기이다. 이에 재건축 시기를 40년에서 30년으로 앞당기는 법이 2014년에 시행되었다. 이때가 바로 '빚내서 집사라'라는 사조가 시작된 때이다. 


[퍼옴] https://www.trade.gov/country-commercial-guides/south-korea-construction-service


한국의 건설업은 전통적으로 국내사업과 수출사업으로 나뉜다. 건설사들은 국내 건설시장에 불황이 오면 국외에서 수주를 받아 매출을 올리고, 반대로 세계 불황이 왔을 때에는 국내 건설을 통해 매출을 올린다. 이렇게 건설사는 한국 국내경제의 중심이고 동시에 달러를 벌어들이는 수출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위 그래프를 보면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건설사가 국외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매출이 전체 3-40%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5년부터 국외매출이 줄기 시작했다. 2013년 650억 달러를 벌어들이던 매출이 2019년 220억으로 1/3이 줄었다. 2019년 전체 매출을 보면 국외매출이 전체의 약 13%밖에 차지하지 않는 걸 볼 수 있다.


2010년 초중반에는 달러 대비 원화환율이 최고를 기록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해외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 이 시기에는 중국이 2013년 일대일로 전략을 공개하면서 본격적으로 세계 인프라사업에 주역이 된 시기이기도 하다. 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국외매출이 줄어들면 한국 건설사들은 국내에서 매출을 늘린다. 그래프를 보면, 정부가 재건축 시기를 40년에서 30년으로 앞당긴 2014년 다음 해인 2015년 국내매출이 약 1000억 달러에서 1400억 달러로 점프를 한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국내매출은 계속 오르고 있다. 국외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져서 매출이 안 오르거나 건설수출을 늘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글 초반에 언급했듯이 2021년 한국 건설시장이 역사상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성장은 코로나 시기에 거대한 유동성으로 이루어진 결과다. 거의 대부분의 이익이 아파트 건설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제 코로나 시기에 풀었던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니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거래 절벽이 되면서 2013년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우리가 예상하는 만큼만 떨어지면 되는데, 경제에서 그런 일은 잘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기대심리는 항상 한쪽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미국 연방준비은행제도보다 무려 7개월 빠르게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자산의 버블현상이 심하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높은 부동산 부채와 빨리 떨어지는 자산가격이 한국은행의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제한하기 시작해 결국 올해 2월 금리동결이란 결과를 초래했다. 


경제분석회사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계속 올릴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반면, 노무라은행은 올해 말에는 다시 2%대로 내려갈 거라고 예상한다. 금리를 내리면 2023년 11월쯤에는 미달러 대비 원화환율은 1500원 대가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무서운 예상이 아닐 수 없다.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부실채권이 높아지고 개인이 높은 부동산 대출을 가지고 있는 이때, 정부, 기업, 개인 모두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는 것을 막는 방법 말고는 별다른 선택이 없다. 2015년 잘 넘어갔던 그런 시나리오가 우리에게 다시 한번 찾아와 줄까 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참고자료]

https://www.trade.gov/country-commercial-guides/south-korea-construction-services

https://www.yahoo.com/now/south-korea-housing-crunch-offers-104523606.html

https://www.reuters.com/world/asia-pacific/south-koreas-jeonse-rent-free-renters-hit-by-property-downturn-2023-02-21/

Nomura Asia Special Report, Korea: The Looming Housing Recession, 4 Octobe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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