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국 기업의 연봉

미국 취업 Tip #5

by 기준파

미국 기업의 연봉 체계와 한국 대기업의 연봉 체계를 비교할 때 가장 두드러지는 구조적 차이는 ‘유연성’이다. 이 차이는 고용 안정성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한국 기업의 고용 형태는 크게 정규직과 계약직으로 나뉜다. 정규직은 계약 기간의 제한이 없고, 계약직은 정해진 기간이 있다는 것이 기본적인 차이지만, 두 형태 모두 노동법의 보호를 받아 기업이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 해고가 가능하더라도 법적 절차와 정당한 사유가 필요하다.


반면 미국은 전혀 다른 방식이다. 고용 형태는 Full-time과 Part-time으로 나뉘지만, ‘정규직=고용 안정’이라는 개념은 없다. 대부분의 주(州)는 At-Will Employment 원칙을 따른다. 이는 회사와 직원 모두 특별한 사유 없이도 언제든 고용 관계를 즉시 종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는 대규모 인원 감축이 예고 없이 단 하루 만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대규모 해고는 특정 개인의 성과 때문만이 아니라, 불필요한 부서나 조직을 통째로 정리하는 구조조정의 성격을 띠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고용 안정성의 차이는 채용 협상 과정에서 기업과 지원자의 태도를 크게 달라지게 만든다. 한국에서는 연봉 산정이 주로 회사가 정한 ‘연봉 테이블’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입사 전 연봉 협상 기회가 있더라도 폭이 매우 제한적이며, 회사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용 안정성을 제공하는 대신, 연봉 결정권이 회사에 있다는 구조다.


반면 미국은 모든 것이 협상 가능하다. 경력 연차가 적더라도 실력과 필요성이 입증되면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초년차가 고년차보다 연봉이 높은 경우가 자주 있다. 회사는 필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과감하게 대우할 수 있고, 반대로 기대에 못 미치면 바로 해고할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 개인이 본인의 가치를 최대한 어필해 원하는 보상을 끌어내는 것이 당연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더 적극적으로 해볼걸..하며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 취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연봉과 성과급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연봉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어느 부분에서 협상의 여지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협상의 유연성 측면에서 각 항목마다 매우 다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안에서 전략적으로 협상의 강도와 비중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스타트업, 그리고 대기업과의 연봉 협상을 경험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큰 틀에서 기록하였다.

----------------------------------

0. Sign on Bonus (입사 보너스)

- 입사 시에 받게 되는 현금 보너스다. 회사마다 개인마다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보통 이 정도다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첫 직장인 경우는 일반적으로 회사가 결정해 놓은 범위 안에서 지급액이 결정되며, 이직의 경우는 본인의 가치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협상의 하나의 옵션으로 활용된다. 현금 보너스 외에도 미국 내 혹은 미국 밖에서 미국으로 이동하기 위한 Relocation 지원금 있는데, 비행기 항공료와 초기 정착 비용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이것도 협상의 일부로 활용되는 입사 보너스의 큰 부분 중 하나이다.


1. 기본급 (Base Salary)

- 말 그대로 기본 연봉이다. 한국에서 이야기하는 성과급을 제외한 기본급과 같은 개념이다. 이 기본급이 12개월로 나누어져 매달 지급되며, 보통의 미국회사는 여기에서 또 한 번 2주씩 나누어 bi-weekly로 급여가 지급된다. 회사마다 직급과 연차에 따라 기본급의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특정 포지션에 신규 채용을 진행할 때, 이 포지션의 기본급은 최소 얼마부터 최대 얼마까지로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채용을 시작한다. 사실 여기에는 숨은 이유가 있다. 기본급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기본적으로 보장된 급여액이기 때문에, 근로법과 관련된 금액 -시간당 급여, 성과급 등- 산정이라던가 회사에서 세금을 처리하기 위한 임금 총량에 기초가 되는 숫자로 작용한다. 따라서 회사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조정 가능한 범위를 정해놓아야 예산을 계획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인상이 가능한 범위가 시스템적으로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협상의 범위가 다른 것에 비해 좁고, 따라서 이 부분을 너무 고집해서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본인에게 분명한 Justification -예를 들면, 현재 회사에서 받는 기본급 혹은 타 회사로부터 이미 받은 카운터 오퍼- 이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무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주식 보상

2-1. RSU (Restricted Stock Unit) - 상장 기업의 경우

- RSU는 한국에서는 찾기 어려운 대표적인 급여의 종류 중 하나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일정량의 회사 주식을 보상으로 주는 것이다. 상장 기업의 경우 주식 시장에서 평가된 명확한 현재의 주식 가치가 있기 때문에 부여받은 주식 수를 금액으로 환산해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제한적 (Restricted)이라는 말이 붙는 이유는, 말 그대로 주식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있어 기간의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그 제한은 약 4년에 걸쳐 적용되는데, 예를 들면 입사한 당해연도는 전체 RSU의 1/4 만큼의 주식이 나의 온전한 소유가 되고, 매년 1/4씩 4년 후 모든 주식에 대하여 소유권을 갖게 된다. 이직을 하거나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부여받지 못하고 남은 주식들은 모두 소멸된다. 보유하는 기간 중 회사의 주식 가격이 오르고 떨어짐에 따라 가치의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권리를 부여받은 주식에 대해 팔지 보유할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상장 기업만 제안할 수 있는 오퍼의 개념이다.여기에는 두 가지 측면의 의도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첫 번째로 적어도 4년간은 인재의 이탈을 막기 위함이고, 두 번째로 회사의 주주가 되게 함으로써 동기부여를 심어주기 위함이다. 기본급과는 다르게 협상의 범위가 매우 넓은 편이기 때문에, 본인의 상황에 따라 RSU를 협상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2-2. Stock Option - 비상장 기업의 경우

- 일반적으로 RSU와 많이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타트업과 같은 비상장 기업은 RSU와 같이 주식을 발행해 보수로 주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Stock Option을 Compensation의 하나로 제안한다. Stock Option은 말 그대로 선택할 수 있는 Option을 주는 것인데, 회사 창업 시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발행하게 되는 주식의 총량 중 일정 한도 내에서 주식을 구매하여 보유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당 얼마에 몇 주까지 구매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Option을 부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비상장 주식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비상장 주식에 대한 평가를 하는 기관이 있어서 현재의 (잠재적) 가치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 창업 초기 멤버로서 초기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가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스타트업이 잘 되면, 전설로만 듣던 테슬라나 애플 같은 기업의 초기 투자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즉, 당장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을 보수로 받을 수는 없지만, 잠재적인 가치를 보고 초기에 저렴한 가격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게 되는 셈이다. 동기부여의 한 수단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이른바 스타트업이 ”성공했다 “라고 말하는 케이스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회사를 다른 기업에게 판매하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IPO (Initial Public Opening) 기업공개로 주식을 상장하는 경우이다. 두 경우 모두 서로 다른 방법으로 현재 발행된 주식에 현실적 가치가 부여되기 때문에, 본인이 Stock Option을 통해 보유한 주식에 대한 권리를 행사해 금전적인 소득을 챙길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스타트업의 경우 여러 차례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주식을 발행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그만큼 본인이 갖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가 주식을 더 발행하는 일이 발생할 때는 그만큼 추가적인 Stock Option을 할당받을 수 있도록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3. 성과급

3-1. Annual Cash Bonus

- 연간 성과에 따라 현금으로 바로 지급하는 보너스이다. 본인의 개인 성과 및 회사의 당해연도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본인의 현재 총 Base Salary 기본급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을 현금 보너스로 지급하다. 예를 들어 기본급이 $100k이고 성과급 비율이 10%로 결정되었다면, $10k를 현금 보너스로 받게 되는 것이다. 한국 대기업에서 지급하는 보너스와 유사한 방법이다. 보통 처음 오퍼를 제안받을 때, 레터 내용에 매해 Annual Cash Bonus는 어느 정도로 예상한다라는 정보가 명기된다. 신규 입사자의 경우 첫 해 성과가 불확실하므로, 본인의 역량에 따라 첫해 성과급 비율을 고정하는 조건을 협상하기도 한다.


3-2. Refresher

- 개인 및 회사의 성과에 따라 주식으로 지급하는 보너스다. 회사의 성과와도 연관되기 때문에 모든 회사가 매해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RSU와 같은 개념의 ”제한된 “ 주식을 매해 추가로 보너스로 부여받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RSU처럼 특정 기간에 걸쳐 나누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전체적인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데,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들어보자. 회사에 입사하면서 4년에 걸쳐 4번씩 나누어 지급되는 RSU $100k를 받았고, 다음 해 성과급으로 Refresher를 $40k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첫 해에 당신에게 부여되는 주식은 처음에 받았던 RSU의 1/4 인 $25k가 전부이다. 그다음 해는 추가적으로 Refresher $40k의 1/4인 $10k를 더 받게 되기 때문에 25k+10k = $35k를 주식으로 받게 된다. 이런 식으로 중첩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생각해 보면, 같은 양의 Refresher를 매해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4년 후에는 총 25k+10k+10k+10k = $55k를 주식으로 받게 된다. 5년 차부터는 초기에 받았던 RSU가 이미 다 소진되었으므로, 매해 받은 Refresher들이 중첩되어 지급된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보통 초기에 받은 RSU가 가장 크기 때문에 5년 차부터 주식 보상이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될 수 있다. 이것이 미국에서 4년 차에 이직을 많이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이직을 하면서 새로운 RSU를 받기 위함이다. 물론 승진을 하거나 특별한 성과가 있을 때 추가적으로 지급하는 주식 보상이 있기 때문에, 본인이 잘한다면 그만큼을 스스로 Compensate 할 수 있다.

스타트업과 같은 비상장 기업은 추가 Stock Option 등의 방식으로 주식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알고 있다.

----------------------------------


미국에서는 모든 보상 요소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 전제는 언제나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근거다. 왜 해당 조건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는, 개인의 성과와 역량, 그리고 그것이 회사의 목표와 성과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충분한 논리와 근거 없이, 단순히 시도해 보자는 마음으로 협상에 임한다면 오히려 신뢰를 잃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keyword
이전 19화기다림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