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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May 23. 2024

비가 와서 불편해

2024. 5. 22.

사흘째 산티아고에 비가 내리고 있다. 햇볕에 마르지 않아 꿉꿉한 빨래에 헤어 드라이기의 뜨거운 바람을 쐬어 주었다. 한국에서도 칠레에서도 건조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요즘에는 빨래방이 많아져서 건조기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건조기는 나에게 꼭 필요한 가전은 아니라고 결론을 냈다. 


비가 와서 남편과의 산책은 포기했다. 남편이 골프 연습을 가자고 해서 비가 그치면 가겠다고 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계속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있다. 오늘은 갑자기 김밥이 먹고 싶어졌다. 냉장고에 있는 단무지와 김을 처리하기 위해 김밥을 쌌다. 김밥을 싸자마자 남편에게 맛있을 때 먹어야 한다며 한 줄 썰어주었다. 맛있게 먹는 남편을 보니 내 기분도 환해졌다.


내가 사는 아파트 앞은 공사 중이다. 여름에 베란다 문을 열어 놓으면 소음 때문에 힘들었는데 겨울에는 문을 닫고 있어서 소음으로 인한 불편함은 없다. 먼지와 소음으로 가끔 신경이 예민해질 때마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본다. 두꺼운 작업복을 입고 더운 날 묵묵히 자신의 일에 열중하는 그들을 보면 투덜대는 것이 미안해진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일을 하지 못해 수입이 없어질 그들이 걱정된다. 그들 중 누군가는 비가 오면 하루 쉴 수 있어서 좋아할지도 모른다.


남편과 명상을 했다. 명상은 혼자 하는 것보다 도반이 있는 것이 좋다. 호흡이 들고 나는 것을 지켜보며 잘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 살아보고 싶어졌다. 다음 주에 있을 명상 온라인 수업에서 명상 선생님을 만나면 남편과 명상을 같이 하게 되었다고 자랑하고 싶다. 


비가 오면 비를 볼 수 있어서 좋고 해가 뜨면 햇볕을 쐴 수 있어서 좋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사건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다. 판단 없이 바라보고 어떤 반응을 선택할지는 나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오늘 명상을 통해 배웠다. 좋은 날씨를 기대하기보다 어떤 날씨든 맞이하겠다는 마음이 요즘처럼 비가 자주 내리는 날에 나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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