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28.
남편이 시부모님과 통화하며 빨리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나도 한국이 그립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아쉽다. 오늘 남편과 산책하며 보았던 안데스 산맥의 설산, 여유 있는 시간, 싸고 맛있는 과일과 육류, 쨍한 햇빛, 건조한 여름 날씨가 그리울 것이다.
귀국이 이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에서 칠레로 올 때는 준비할 것이 많아 바빴다. 나는 요즘 바쁘지 않다. 필요한 물건은 한국에서 여기보다 싸게 살 수 있고 한국어가 통하고 오래 살던 곳으로 가니 불안하지 않다. 남편의 자동차와 집안의 큰 물건들은 거의 팔았다. 가방만 싸면 된다. 걱정했던 문제들은 조금씩 해결되어 가고 있다.
한국을 생각하면 마음이 설렜다가 이곳을 생각하면 아쉽다. 남편과 즐겁게 치던 골프는 한국에 가면 당분간은 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이사 준비를 해야 하고 아이들의 학교 적응을 잘 지켜봐야 한다. 나도 곧 직장에 복직한다.
고민과 걱정이 하나씩 정리될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든다. 지금 우리에게 오는 상황과 결과가 우리에게 최선일 것이라고 마음을 먹는다. 억지로 긍정하려 하지 않고 나에게 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한국에서 나는 다시 어떤 사람이 될지 궁금하다.
오늘 빨래를 개며 문득 '나 살 빼야 되는데' 하는 생각을 했다. 이곳에서는 사람을 만나지 않으니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한국에 가면 다시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입으려면 체중을 줄여야 한다. 흰머리도 염색할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에 내 몸을 맞출지 아니면 지금의 내 외모를 내가 어디까지 인정할지 고민 중이다. 끝내 다이어트에 실패하더라도 내 몸을 사랑하며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