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May 27. 2024

몸이 불편하면 마음도 불편해져

2024. 5. 26.

비 오는 주말이다. 주말 동안 자질구레한 생활용품을 제법 팔았다. 어제는 남편이 하루 내내 외출하는 바람에 혼자 집안일을 하며 아이들 공부까지 봐주어야 했다. 오후에는 졸리고 피곤했다. 내가 잠깐 마트에 다녀온 사이 아이들이 와이파이를 사용한 것을 알게 되어 화가 났다. 마음도 지쳐버렸다. 저녁에는 머리가 아파서 짜증이 났다.


미뤄두었던 일을 끝냈다. 큰아이의 학교를 정했다. 원래 지원하려고 했던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되어 속상했지만 학교를 결정하고 나니 후련하다. 다음 절차를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원하던 것을 이룰 수 없게 되면 그것이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었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중요한 것이었다고 해도 현재 그것을 가질 수 없다면 나의 것이 아닌 것으로 항상 결론을 낸다. 나에게 오는 모든 것들이 다 나와 때가 맞아야 하는 거라고 위로한다. 


희망을 갖는 것이 좋은 것인 줄로만 알았다. 요즘 나는 희망이 생기는 것이 두렵다. 희망을 가져서 오히려 더 불행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는 남편이 늦는다고 해서 흔쾌히 알았다고 대답했다. 속으로 저녁 7시 정도에는 올 것이라 혼자 생각했다. 남편이 그보다 늦게 오자 더 화가 났다. 아이들의 저녁 공부 시간 안에 오면 나는 좀 쉬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자 실망해서 그렇다.


몸과 마음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내 의지대로 되면 좋겠는데 그것은 불가능하다. 마음은 통제가 되지 않고 몸은 갈수록 내 의지와 상관이 없어진다. 수시로 기분이 오락가락한다. 고요한 마음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집에 있는 물건이 팔리고 한국에서 해결할 문제들에 답이 보일 때마다 마음도 정리된다. 섣부른 희망을 품어 더 속상해지지 않도록 상황을 냉철하게 보고 결정해야겠다. 빠른 결정이 좋은 건지 신중한 결정이 더 좋은 건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빠르면서 신중한 결정이 가능할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분 좋은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