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고 사는 느낌은 뭘까
일주일에 7일은 2시간씩 골프 연습을 한다. 나를 가르치는 골프 선생님은 나의 성실함을 칭찬한다. 어제는 내가 연습하는 모습을 유심히 보던 선생님이 심각한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그렇게 잘 치고 싶으세요? 조급해 보이네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다 맞는 말이라서다. 잘 치고 싶으니까 어서 실력을 올려야 하고 시간은 없고. 마음이 바쁘다. 이번주부터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어서 시간을 쪼개서 연습을 하다 보니 더 그랬다. 선생님은 연습장에 들어올 때부터 내가 급해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 오히려 공이 잘 안 맞는다고,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안 되는 거라고 했다.
선생님은 자신이 못하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나는 못하는 것을 제일 힘들어한다. 무엇이든 남보다 잘하고 싶었고 앞서가고 싶었다. 못하는 것이 있으면 포기하거나 의미가 없는 것으로 치부했다. 나이가 들어서 여유가 생기면 잘하고 싶어 안달하는 마음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나는 변하지 않았다.
요즘도 그렇다. 아이들이 방학을 알차게 보내게 하기 위해서 자율학습, 휴식, 학원 시간을 하나하나 챙기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다. 아이들 공부를 잘 시키는 엄마가 되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항상 몸보다 마음이 더 먼저 지쳐서 저녁때가 되면 기운이 없고 짜증이 난다. 즐겁게 살고 있다는 느낌이 없고 무언가를 향해 질주하는 느낌이다. 마음이 늘 불편하다.
목표를 향해 달리다 넘어진 적이 있다.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다시는 뛰지 말아야지, 다짐했었다. 삶의 태도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살던 대로 다시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나는 화들짝 놀랐다. 나는 천천히 가는 법을 모르는구나. 이렇게 살다가는 뛰지 않고 걷는 법을 영영 알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잘할지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오늘 하루를 희생시키는 삶을 살겠구나.
잘하지 않아도 된다. 천천히 가도 된다. 더 멀리 가고 더 높이 오르지 않아도 된다. 널리 유명해지지 않아도 된다. 크게 성장하지 않아도 된다. 적당한 실력, 옳은 방향, 나에게 편한 속도로 살아가도 충분하다고 나에게 다시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