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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125일 차

2025. 12. 20.(금)

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아이들의 학교에 다녀왔다. 방학식이 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방학하는 날에 부모를 초대해서 아이들에게 교과우수상, 모범상을 준다. 나의 아이들은 학기 중간에 편입을 했기 때문에 상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다른 부모들은 와서 아이를 축하하는데 내 아이만 혼자 덩그러니 있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같은 학년에 있는 한국인 친구의 엄마도 모두 참석한다고 했다. 나도 가기로 했다.


큰아이는 상을 세 개나 받았다. 과제를 충실하게 해서 상을 받은 것 같다. 아이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교장선생님의 제안으로 학기를 보낸 소감을 발표하는 기회까지 얻었다. 아무 기대 없이 학교에 갔다가 상을 받은 아이를 보며 나는 가슴이 뛰었다. 큰아이 일로 학교에 갈 때면 이런 뿌듯한 기분을 자주 느낀다. 순간 둘째가 걱정이 되었다.


둘째는 어제 자신은 상을 받지 않으니 학교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내가 학교에 가는 것을 아이가 원하지 않아 가지 않으려고 했다. 어차피 큰아이의 방학식 행사에 참석해야 하니 가겠다고 했다. 큰아이가 상을 받았는데 둘째는 받지 못할까 봐 시상식을 지켜보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둘째는 모범상을 받았다. 상을 받지 못하면 괜히 형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될까 봐 혼자 속을 태웠다. 오히려 방학식에 같이 참석한 둘째 친구의 엄마들을 보며 내가 열등감을 느꼈다. 비교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한국인 친구들은 교과우수상까지 상을 두 개씩 받았다. 거기서부터 기분이 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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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이 15살,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내면의 아이도 잘 키워내는 것이 목표인 여자사람, 2년간 칠레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파라과이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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