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학교, 두 번째 이야기
2020년 1학기 원격 수업을 시작하면서 수업 콘텐츠를 만드는 것보다 몇 만 배 더 괴롭고 힘든 일은 출결상황을 체크하는 것이었다. 갑작스럽게 시작한 원격 수업의 출결에 관한 지침과 규정은 명확하지 않았고, 각 학교에서는 구체적인 출결기준을 정해야 했다. 지금처럼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활성화 되지 않은 작년 1학기에는 주로 콘텐츠를 제작하여 각 교과에서 수업 영상을 플랫폼에 올려놓았다. 때문에 학생들이 강의 영상을 언제까지 수강했을 때까지 출결로 인정해 주느냐의 기준이 세부적으로 필요했다.(물론 현재 줌을 활용한 쌍방향 수업에서도 학생들이 늦게 접속하는 경우 출결 인정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처리도 피곤하다.)
원격수업 수강완료에 대한 출결 인정 기준은 학교마다 다소 차이가 있었다. 당일 종례 시간까지, 또는 당일 밤 12시까지, 조금 더 여유있게 며칠 이후까지 인정해 주는 학교도 있었다. 우리 학교는 여러 차례에 걸쳐서 출결 세부 기준이 바뀌었다.
사실 학교 안에서도 교사들마다 출결 기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고, 이를 처리하는 방식도 일치하지 않았다. 출결 기준에 대해 교사들이 합의한 후 학생과 학부모들이 인지하고 지키게 하기 위해서는 피곤하고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만 했다.
처음에는 무조건 해당 수업 시간 종료 후 쉬는시간 10분 안에 수강완료가 되어야 한다는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정했다. 이를 그대로 시행할 경우 수많은 학생들이 결과처리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집에서 하루 6~7시간의 수업을 모두 제 시간에 수강완료하는 모범적인 중학생은 많지 않았다.
다시 논의 끝에 당일 종례 시간까지로 늘렸다가, 또다시 다음 날 낮 12시까지로 조금씩 조금씩 기준을 느슨하게 바꿨던 것으로 기억한다.(어제 일도 잘 기억이 안 나고 가물가물한데, 작년 1학기 그 거대한 쓰나미 같이 몰아친 많은 사건 속에서 이런 세세한 내용까지 모두 기억할 수가 없다. 그 모든 것을 다 기억하다 오히려 내가 먼저 돌아버릴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망각 능력과 빠르게 쇠퇴하는 기억력이 감사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출결처리 기준을 완화했더라도 교사들은 해당 수업시간에 수강 상황을 확인하고, 미수강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바로 연락을 취해야만 했다. 주당 20시간 수업(하루 평균 4시간 수업)을 하면서 매시간 일일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수강 독려 문자와 전화를 하는 것은 영상 제작과 편집보다 힘들고 지치는 일이었다.
"안녕하세요. ○○ 어머님이시지요? 저는 □□중학교에서 ○○○의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다른 게 아니구요. 어머님, 지금 ○○이가 수강 완료가 안 되어 있어서 전화 드렸어요. 수강 완료가 안 되면, 결과 처리가 되거든요. 어머님도 댁에서 같이 지도 부탁드립니다. 네에~안녕히 계세요."
"안녕하세요! ▷▷ 어머님 맞으신가요? □□중학교 수학교사입니다. ▷▷이 계속 원격수업 수강을 안 해서요. 문자에 답도 없고, 전화도 계속 안 받네요. 어머님 ▷▷이 오늘까지 꼭 수강 완료하도록 해 주세요."
여기저기에서 수강 독려를 재촉하는 전화 통화를 하는 교무실은 그야말로 콜센터였다. 교사가 점점 서비스직처럼 느껴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원격 수업 상황에서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빚 독촉 전화를 피하는 채무자처럼 교사의 전화를 피하는 학생과 학부모도 있었다.
"여보세요? ◇◇니? 영어 선생님이야. 왜 선생님 연락 안 받았어? 선생님이 계속 문자하고 전화했는데...... 아, 잤어? 어... 그랬구나... 얼른 일어나서 수강완료해야지. 오늘까지 안 하면 결과 처리 되니까, 꼭 들어야 돼. 알았지?"
미완료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일과 후까지 수강 독려 연락을 하느라 다른 업무처리에 지장도 많았다. 무엇보다 매일 수십통의 전화를 걸어 통화하는 것은 너무 많은 에너지가 고갈되는 일이었다. 특히 일면식도 없는 학부모에게 전화로 아이의 미수강 상황에 대해 전달하고, 가정지도를 부탁하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참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원격수업에서는 예상치 못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우리학교에서는 EBS온라인 클래스(온클)를 기본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온클 서버가 불안정해서 강의가 제대로 열리지 않을 때도 있었다.(EBS온라인 클래스 담당자들이 원격수업으로 매일매일 비상근무하며 고생하는 프로그램을 보며 그들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이 있으나, 학교 현장에서는 불안한 플랫폼으로 당황스러웠던 기억도 많다.)
"선생님, 지금 온클 접속이 안 돼요! 어떻게 해요??"
"선생님, 애들 지금 접속 안 된다고 난리예요."
심지어 학교 주변 아파트 단지 전체가 정전이 되어 그곳에 사는 모든 학생들이 원격 수업을 못 듣는 상황도 발생했다. 교무부에서는 메신저로 긴급하게 이런 쪽지를 보내왔다.
- 선생님들, 지금 **아파트 전체가 정전이라고 관리사무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학생들 중에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은 내일까지 수강 완료하면 된다고 담임 선생님들께서 꼭 공지해 주세요.
학교로 계속 전화가 와서 교무실 전화가 마비되고 있습니다. 바로 학생들과 학부모님께 연락해 주세요.
어떤 학생은 집의 인터넷 환경이 불안정한 건지 컴퓨터의 문제인지 수강 완료를 분명히 했는데, 완료가 안 뜬다고 억울해 하는 경우도 있었다.
"선생님, 저는 수강 완료했어요. 캡처 사진 따로 보낼게요. 근데 온클에는 계속 5분 수강중으로 떠요. 어떻게 하면 돼요?"
"그래, 알았어. 선생님이 그렇게 알고 출결에 반영할게. 걱정하지 마."
부득이하게 제 시간에 수강하지 못했을 경우에 이를 대체하는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도 필요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다채롭게 펼쳐질 때마다 담임이나 교과 교사는 비상연락망을 통해 학생들에게 연락을 하여 강의 수강 기간을 늘려주거나 다른 과제를 제공하는 등 몇 배로 부가되는 일들을 감당해야 했다. 일반적으로는 부득이한 상황인 경우가 확인이 되면, 교과에서 대체 과제물을 부여하고 기간 안에 제출하면 인정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교과마다 교사마다 어느 정도 재량껏 처리하는 것이 가능했기에 원칙대로 엄격하게 처리하는 교사는 오히려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학생들 중에는 때로는 이해가 되고 안타까운 상황에서 수강을 못한 경우도 있었고, 상습적으로 매시간 수강을 안 하는 학생도 있었다. 어떤 학생은 오후 수업 수강이 안 되어 있어 연락을 해보니 점심 먹고 혼자 푹 잠들어서 5,6교시를 다 날린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전화로 교과 교사와 담임 교사가 수강독려를 해도 안 하는 몇몇 학생들은 학교에 나오라고 해서 컴퓨터실에 앉혀 놓고 수강하도록 별도로 지도하기도 했다.
등교 수업 상황에서는 간단한 출결처리가 원격수업 상황에서는 번거롭고 피곤하게 수차례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영상을 만들고 편집하는 수고로움보다 출결체크하고 안내 문자 보내고, 전화하며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감정이 많이 소모되어 힘들었다.
원격 수업의 출결은 교과 교사와 담임 교사가 협력하여 처리할 일이 많았다. 교과 교사가 수강 독려 연락 후에는 다음 날 오전에 다시 최종 수강상황을 확인을 하여 반별 출결현황표에 체크하고, 연락 상황을 메모하는 과정도 중요했다. 교과 교사가 출결현황표를 제대로 기록해야만, 담임 교사가 다시 확인을 하고 학생부 기록이 되는 나이스에 출결입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이 부득이한 상황으로 수강을 못해 담임 교사에게 연락한 경우 이를 교과 교사에게 바로 연락하는 등 담임과 교과 교사가 서로 협조하여 처리할 상황도 많았다.
사실 원격수업의 출결 처리로 인해 교과 교사도 힘들었지만, 담임 교사는 더 많은 수고로운 일을 처리했다. 담임 교사는 매일 본인의 수업 외에도 그 반 학생들의 모든 교과 출결 상황을 파악하고, 한 번 더 독려해야 했다. 나는 교과만 담당했는데도 매번 전화통화에 진이 다 빠졌는데, 담임 교사인 경우에는 아침 조례와 일과 후 종례 시간에 못 들어온 학생들에 대한 지도까지 하느라 더욱 고생이 많았다. 담임 교사가 학생들 모닝콜을 해 주는 경우도 허다했다.
"○○야, 아침 조례 시간에 왜 안 들어왔어? 아직 자고 있으면 어떻게 해? 얼른 눈 떠. 빨리 가서 세수하고, 1교시 수업 준비해! 수업은 꼭 들어야 해."
아침마다 모닝콜까지 하느라 애쓰는 옆자리 선생님한테 "담임 샘들이 호텔 직원도 아니고, 모닝콜까지 하느라 너무 고생이 많네요."고 격려하자 오히려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침마다 모닝콜하고, 수강 독려 전화하느라 힘들기도 한데요. 원격수업이라서 아이들의 실생활 모습을 더 가깝게 알게 되는 면도 있어요. 아침 조례 시간에 줌으로 학생 출결 체크하다보면 부스스한 머리로 앉아 있는 아이, 잠옷 바람에 아직 덜 깬 눈으로 앉아 있는 애들 보면, 귀여워서 웃음이 나서 혼내지도 못하겠어요."
원격수업 상황에서 출결 처리 외에도 예전보다 몇 배로 번거로운 일들이 많아지고, 여러 가지를 신경쓰느라 다들 너무나 지치고 피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별 거 아닌, 아주 작은 것에 웃을 수 있는 긍정적인 태도가 있었기에 다들 힘들지만 그런대로 해 나갈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