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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후 Jan 17. 2022

딥디크 (DIPTYQUE)

편집숍부터 니치 향수까지. 없던 개념을 만들어낸 창조적 브랜드

최근 라이프 스타일 혹은 취향에 맞춘 제품이나 소품들을 큐레이팅해서 판매하는 편집숍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성수동에도 모더나나 수피 등 유명한 편집샵이 있지요. 그런데 이런 편집숍의 개념조차 없을 때 주인장들의 취향을 반영한 소품들을 판매하는 것을 시작으로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향수 브랜드로 우뚝 선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딥디크 입니다. 


1. 세계 최초 편집샵의 등장 : 조연이 주연보다 유명해져 줄거리가 바껴버린 사연

1961년 이브, 데스먼드, 크리스티안이 오픈한 딥디크는 원래 페브릭을 판매하는 가게였습니다. 섬유에 디자인을 해서 염색한 원단을 파는 가게였죠.(딥디크는 프랑스어로 뜻은 이단 접이 화단입니다. 섬유에 디자인을 하는 행위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이름이었죠) 그런데 사실 페브릭은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창문을 꾸미기 위해 데스먼드가 그림을 그려 설치했던 전등을 손님들이 사기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딥디크의 시작이었습니다. 

 원래 팔려고 했던 페브릭보다 오브제들이 더 잘 팔리기 시작하자 딥디크 3인방은 전세계를 여행하며 각 나라의 장인들이 만든 독특한 오브제와 장식을 사다가 그들만의 감성을 더해 매장에 큐레이팅하기 시작합니다.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취향이나 주제에 맞춰 정리하는 큐레이팅숍, 즉 세계 최초의 편집숍이 탄생이었습니다. 

딥디크가 팔던 페브릭 디자인

2. 스테디 셀러의 탄생 = 본격적인 향의 세계로의 진출

 모든 명품에는 브랜드를 일으키는 스테디 셀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제품은 곧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대표하게 되죠. 딥디크의 스테디 셀러는 향초였습니다. 향초 역시 처음에는 조연이었습니다. 페브릭에 끼워 팔려고 만들었던 것이었는데, 오히려 딥디크 브랜드의 근간이 되는 제품이 되어 주연이 되어 버린거죠.  호손베리와 시나몬, 홍차를 이용해 만든 딥디크 향초 3총사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확실히 각인되었습니다. 화려하고 풍부함을 기반으로 한 프랑스 향료와는 달리 자연을 닮은 향을 기반으로 한 가지 향을 강조하는 딥디크만의 차별성이 먹힌 것입니다.  초기의 이 셀력션들은 지금도 여전히 잘팔리는 슈퍼 스테디 셀러입니다. 

게다가 11단계나 걸쳐야 했던 향초의 생산 과정은 초기에는 모두 핸드 메이드였는데 그것이 그 가치를 더욱 더해 주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지금의 딥디크 다지인의 심벌이 되는 동그란 라벨에 그려진 일러스트와 키릴 문자도 이 때 탄생합니다. 그리고 동그란 라벨의 디자인은 그 제품이 만들어지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제품개발의 비한이드가 담긴 일러스트 디자인

 

3. 니치 향수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딥디크의 최초 향수 로 (L'eau')

향초 판매가 잘되자 딥디크 멤버들은 새로운 제품에 도전을 하게 됩니다. 바로 향수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이 향수제품이 소위 대박이 나면서 딥디크는 페브릭, 오브제 등 다른 사업들은 모두 정리하고 본격적인 향수 사업에 몰두하게 됩니다. 그 제품이 바로 로 L'eau'라는 향수였습니다. 

로는 기존 프랑스 향수들과 명확히 차별화된 향수였습니다. 기존의 향수들은 남성과 여성 이미지를 명확히 구분하고자 했죠. 반면에 로는 중성적이면서도 자연을 닮은 향으로 남성, 여성 모두 좋아하는 향수였습니다. 개성으로 승부하는 세계 최초의 니치 향수 개념을 도입한 향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한국의 딥디크가 기대되는 곳.

최초의 딥디크 부띠크는 파리 34번가였습니다. 당시 34 번가는 파리의 주요 번화가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특히 부띠크와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거리의 이미지였다고 합니다. (저도 자료가 없어 어떤 느낌의 이질감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런 이질감이 브랜드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합니다.

저는 이런 부분이 마치 지금의 성수동과 비슷한 듯합니다. 성수동을 가보면 가죽공장, 자동차 수리공장, 인쇄공장 등이 즐비해 뷰티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보입니다. 하지만 그 거리에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예술의 색이 덧씌워지고, 개성 넘치는 편집숍들이 들어오면서 이질적이지만 성수동만의 예술적 감성이 뭍어나는 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뷰티 브랜드들이 둥지를 틀기 시작했습니다. 스트릿패션부터 향수까지 본사를 성수동에 두고 있죠. 그래서 저는 괜한 기대감을 갖어 봅니다. 어쩌면 성수동 거리에서 딥디크같은 개성넘치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탄생하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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