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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둘기 Apr 10. 2022

#06. 우리가 편집이라고 부르는 것들 : 순서 편집

서울에서 드라마 편집하기

드라마 편집은 크게 '순서 편집→가 편집→파인 편집→종편'으로 나뉜다. 순서 편집이란 현장에서 찍어온 소스들을 대본 순서에 맞게 정리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쉽다. 현장에서는 로케이션에 따라 1화 2화 3화... 씬들을 한 촬영 회차에서 나눠 찍게 되는데, 흩어져 있는 촬영 소스들을 순서에 맞게 정리하는 것을 우리는 순서 편집이라고 부른다. 이 작업은 가편집과 파인 편집에서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작업공정 중에 하나이다. 

전문가용 장비들은 편집자의 심리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

순서 편집을 하는 이유는 촬영 소스를 확인하는 목적도 있다. 딜리버리나 백업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로 인해 소스에 영향이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순서 편집을 통해 하나하나 소스를 확인함으로써 나중에 생길 수도 있는 문제들을 대비할 수 있다. 후반에 들어서 온전히 편집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초반 공정들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의외로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추후에는 큰 문제가 되어서 돌아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순서 편집은 데이터 매니저에게 촬영 소스들을 전달받음으로써 작업이 시작된다. 퀵서비스로 올 때도 있지만 보통은 데이터 매니저나 조연출이 직접 가져온다. 외장하드는 충격에 약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퀵보다는 직접 가져오는 게 낫다. 일단 데이터를 전달받으면 제일 먼저 서버에 백업을 진행한다. 지루한 과정일 수도 있지만 경각심을 가지고 모든 과정들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 편집자의 할 일이다. 실제 편집 작업보다 데이터 관리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소스 파일 하나에 100여 명의 스태프들의 고생이 담겨있는 만큼 파일 관리에 더욱더 신경을 써야 한다. 서버에 1백업. 외장 하드에 2백업. 용량이 충분하다면 백업은 많이 해놓는 게 좋지만, 보통은 2 백업 혹은 최대 3백업까지만 한다.

스크립터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전체 틀은 크게 다르지 않다.

드라마 편집을 처음 시작하고 받은 스크립트는 무슨 암호와도 같았다. 숫자와 용어들로 가득 찬 대본을 보고 있으면 어디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를 정도였다. 스크립트에서 테이크들을 'OK, KEEP, NG'로 나뉜다. ok는 말 그대로 현장에서 연출이 가장 맘에 든 테이크를 뜻하고, keep은 다른 감정이나 대사 속도의 차이 등 ok와 다른 느낌의 테이크를 말한다. 편집 작업 시에 좀 더 풍부한 감정과 다른 느낌이 필요할 때 사용한다. ng는 현장에서의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서 ng가 된 테이크를 뜻한다. 하지만 편집자가 봤을 때 ng 테이크 감정이 더 좋았다고 느끼면 연출과의 이야기를 통해 ng 테이크를 사용할 때가 있다. 스크립터 작성 스타일과 글씨체에 따라서 편집자와 스크립터의 연락 횟수는 비례한다. 최대한 소통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소통법이라고 생각하는 필자는, 도무지 알아먹을 수 없는 글씨체와 어긋난 테이크 횟수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난다.

순서 편집은 여러 스타일들이 존재하지만, 메인 에디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메인 에디터가 가장 편하게 소스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순서 편집이 만들어지는데, 기존 순서 편집과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필자의 경우에는 트랙 정리와 잠금에 대해서는 무조건 지켜야 하는 약속 중에 하나다. 트랙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은 좀 더 쾌적하게 작업을 하기 위함이고, 트랙을 잠그는 이유는 이것이 최종 버전이라는 것과 아무도 수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위해서다. 이런 것들이 모여 습관이 되고 습관이 자신의 에디터 입지를 넓혀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반복적인 순서 편집 작업에서 지루함을 느끼기보다는 디테일한 습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고 쉬워 보이는 작업이지만, 편집에 있어서는 기초를 다지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중요도는 크다고 볼 수 있다. 기초 작업이 탄탄해야지만 앞으로 있을 복잡하고 까다로운 작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는 아주 약간의 사명감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100여 명의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만드는 소스들을 우리들은 그저 객관적인 시선이라는 이유 때문에 쉽게 소스를 지워버린다. 스태프들의 피와 땀이 담긴 이 소스 하나하나를 중요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아주 좋은 편집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편집 과정들이 힘들겠지만 그 과정들을 좀 더 즐기며 재미있게 편집을 했으면 좋겠다.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필자가 그동안 경험했던 편집 작업의 일상과 느낀 점들을 공유하는 곳입니다.

자르고 붙이는 단순한 편집의 재미를 넘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매력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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