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충전 속도, 충전의 불편함, 배터리 관리의 어려움에 대한 선입견이나 걱정 등으로 전기차 구입을 조심스러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전기차의 충전 속도와 배터리 관리 성능은 놀라울 만큼 발전했습니다. 그렇다면 배터리 잔량 0%에서 충전을 시작하면 얼마나 빨리 충전할 수 있을까요?
전기차 배터리가 부족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전기차가 배터리 부족을 경고하는 것은 충전량 20%부터입니다. 배터리 부족 경고를 띄우고 전력을 아끼기 위해 V2L 기능을 제한하기 시작하죠(사용자 설정에 따라 다름). 게다가 내비게이션에 설정한 목적지까지의 거리가 현재 주행 가능 거리보다 멀 경우에는 충전이 필요하다는 안내 메시지를 띄우거나, 충전소 경유를 묻기도 합니다.
충전량 5%가 되면 경고 메시지와 함께 파워를 제한해 더 적극적으로 전력을 아끼기 시작합니다. 충전소까지 도달할 수 있게 주행 거리를 최대한 늘리는 동시에, 방전으로 인해 배터리가 손상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서죠.
정말 배터리 충전량, 주행 가능 거리가 모두 ‘0’이 되는 순간이 닥친다면? 차는 그 자리에 멈추게 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안전을 위해 수 km 내 가까운 충전소까지 갈 수 있을 정도의 예비 전력이 남아 있거든요. 충전소까지의 안전한 이동을 위한 최후의 보루인 셈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배터리가 20% 남는 순간부터 전기차는 수시로 충전이 필요하다는 경고를 띄웁니다. 그러니 차량의 경고를 일부러 무시하지 않는 이상 배터리가 완전히 소진될 일은 없다고 봐도 될 겁니다.
하지만 전기차가 보내는 충전 경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컨대 배터리 충전량이 부족한 상태로 차량을 장기간 보관하면 배터리가 손상되거나 용량이 저하돼 배터리 교환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본격적으로 테스트를 시작해볼까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이번만큼은 배터리 충전량 0%에서부터 충전을 시작했습니다. 배터리 충전량 0% 상태에서 350kW급 초급속 충전이 가능한 ‘현대자동차 EV 스테이션 강동’에 방문해 충전 시간을 쟀습니다.
‘현대자동차 EV 스테이션 강동’은 350kW급 충전시설을 갖춰 더 뉴 아이오닉 5를 비롯한 E-GMP 플랫폼 적용 모델의 경우 10%에서 80%까지 단 18분 만에 충전이 가능한 곳입니다. 다만 안전과 효율을 위해 초급속 충전으로는 80%까지만 충전이 가능해 완벽한 0~100%까지의 충전 시간을 측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럼 일상적인 활용에 무리가 없는 80%까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충전될까요?
일단 충전을 시작합니다. 클러스터에 표시된 배터리 충전량은 정확히 0%. 플러그를 꽂고 충전을 시작하자 80%까지의 충전 예상시간 ‘29분’을 표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29분이면 충분할까, 약간 의심되는 마음도 있었지만 금세 사라졌습니다. 불과 5분 만에 20%까지 충전되는 것을 보게 됐으니까요.
그리고 19분 뒤 충전기의 충전 완료 알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80%까지 충전하려 했으나 충전량은 그보다 살짝 부족했습니다. 충전기에서 결제 가능한 최대 금액이 3만 원이었고, 비회원 충전 단가 460원/kWh를 적용하면 75% 수준인 65.2kWh가 1회 충전량의 최대치였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더 뉴 아이오닉 5의 배터리 0%에서 75%까지 충전 속도는 24분, 주행 가능 거리 460km라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기차는 충전이 느려 불편하다’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더 뉴 아이오닉 5를 비롯한 현대차의 전기차는 다양한 충전 방식을 지원합니다. 초급속 충전이 아닌 다른 충전 방식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충전 속도는 어느 정도인지도 함께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가장 기본이 되는 완속 충전이 있겠죠. 아파트, 공용주택, 개인주택 등 다양한 곳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식의 충전기입니다. 일반적인 7kW 완속 충전의 경우 더 뉴 아이오닉 5의 84.0kW(롱레인지 모델 기준) 용량 배터리를 0%에서 100%까지 충전하는 데는 약 12시간, 14kW 충전기는 절반인 6시간 정도가 필요하죠.
완속 충전은 급속 충전에 비해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배터리 충전에 부담이 적어 가장 권장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특히 사용설명서에서는 ‘배터리 잔량이 20% 이하일 때 100%까지 완속 충전을 통해 배터리 성능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기에 월 1회 이상 이 같은 방법으로 완속 충전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급속 충전기는 완속보다 높은 50kW와 100kW급 전력을 사용해 충전 시간을 줄여줍니다. 주로 거주지가 아닌 공영 주차장, 휴게소 등의 공공 충전기로 설치되고 있죠.
국내에는 50kW와 100kW 급 급속 충전기가 두루 보급되어 있습니다. 50kW 급속 충전기를 이용해 더 뉴 아이오닉 5를 배터리 80%까지 충전하는데는 약 70분이 소요됩니다. 100kW급 급속 충전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며, 80%부터 100%까지 충전 구간은 안전을 위해 충전 속도가 줄어듭니다.
테스트를 통해 살펴본 초급속 충전은 800V 고전압 시스템을 활용해 충전전력 350kW를 지원합니다. 이를 활용해 더 뉴 아이오닉 5를 충전할 경우,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단 18분이 필요하죠.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초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잠깐 화장실 다녀오는 정도의 시간만으로 하루 정도의 여행은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휴대용 충전기도 있죠. 말그대로 차량에 휴대가 가능한 충전기로, 비상시 가정용 220V 콘센트에 연결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입니다. 3kW 용량의 휴대용 충전기로 더 뉴 아이오닉 5의 84.0kWh 용량의 배터리를 방전상태에서 완전히 충전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약 24시간 이상입니다. 휴대용 충전기는 충전 시간이 가장 길지만, 220V 전원 사용이 가능하고, 휴대성이 뛰어나 비상 상황에서는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을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여러가지 팁도 함께 소개해 드릴게요. 내비게이션의 충전소 검색 메뉴에는 충전 속도, 충전기 업체 별로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필터’ 기능이 있습니다. 급속 충전소만 검색하고 싶다면 필터에서 100kWh 이상의 충전소를 선택하면 되며, 선호하는 충전기 업체가 있다면 선호하는 업체만 따로 모아서 검색하는 것도 가능하죠.
‘현대 카페이’ 기능도 충전 시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유용한 기능입니다. 내비게이션에서 카페이 결제가 가능한 충전소를 목적지로 정했다면, 카페이를 통해 미리 결제하고 현장에서 별도의 충전기 조작 없이 충전기를 꽂는 것만으로 바로 충전을 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단 24분 만에 방전 상태에서 460km 주행이 가능한 전력을 충전하는 더 뉴 아이오닉 5의 테스트 결과에서 볼 수 있듯, 전기차 충전은 더 이상 ‘느림’, ‘불편함’ 등으로 수식될 수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급속충전 인프라, 다양한 충전 옵션, 다른 편의 기능을 활용하면 전기차는 더 쉽고 편한 이동수단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