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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 di Aug 31. 2024

박사과정 3학차를 앞두고

잘하고 있다고 해주기

시간 참 빠르다.

벌써 박사과정 3학차를 앞두고 있다.

이제 이번학기만 지나면, 코스웍을 겨우 한 학기만 앞두고 있다는 것은 오로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는 기대와 동시에 그만큼 졸업이 가까워진다는 것이기에 미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거라는 걱정도 있다.


가장 최근 썼던 번아웃 글을 쓴 뒤로 생각보다 많이 멘탈이 회복됐다.

우선 새롭게 시작한 것이 있다.

바로 '나 칭찬하기', '나 위로하기'


앞선 글에서 내가 타인에게 '수고했다', '잘하고 있다'라는 칭찬 혹은 위로에 목마름을 느꼈던 이유는 이미 내가 당시에는 너무나도 망가진 부품처럼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최악의 시점을 찍고, 쉼과 회복을 반복하게 되면서 다이어리에 내가 한 일들을 적고 나에게 수고했다고 이야기해주고 있다. 별거 아닌 일을 해도,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일이 아니더라도 '잘했다.' '오늘 나는 정말 수고했다'라고 이야기해주고, 가끔은 내 머리를 토닥토닥 여주기도 했다.


참 신기하게도, 그렇게 나 스스로에게 내가 조금은 친절해지기 시작하면서 타인으로부터의 수고에 대한 인정과 고마움에 덜 목마름을 느끼게 됐다. 그저, 저 사람은 저 말을 하기에는 현재 그런 여유가 없나보다. 대신 내가 나 잘했다고 해주면 되지 뭐. 하면서 넘어가게 된다.


사람은 참 신기하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정말 야박하고, 그 야박함 때문에 타인으로부터의 사랑과 관심을 요구하게 되는 것 같다. 그 중에 한 명이 나였으니까.


번아웃이 강하게 온 순간부터 SNS를 아예 삭제했다. 타인과 연결되는 모든 것들을.

그리고 회복되는 과정에서 오로지 나와 일에게, 그리고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들에게만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외부의 소음에 대한 내 집중력은 낮아졌고, 남들의 일상이 궁금하지도 않아졌고, 나의 일상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지도 않아졌다.


단지 내가 오늘 하루를 잘 살았는지, 오늘 하루를 내 스스로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보고 나에게 칭찬해주는 시간이 더 중요해졌다.


박사과정은 너무 어둡고 긴 터널이다.

나 혼자만의 고민이거나 어려움이라고 생각이 들어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나와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가진 박사생들의 글들을 많이 보게된다. 그들의 글들을 보면서 '어떻게 나랑 이렇게 똑같은 경험을, 생각을 하지?' 싶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근래에 한 박사생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어디다가 풀 곳이 없어 주저리할 곳이 필요해 쓴 글이라며, 글쓴이는 연구실에서 많은 연구에 기여하고, 연구실의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항상 노력했지만 어느순간부터 자신이 단지 일꾼 한 명으로만 느껴지는 것 같고, 자신에 대한 고마움과 수고로움을 아무도 몰라줘서 현타를 느낀다는 것이었다. 그 글을 보는 순간, 나도 비슷한 경험과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기에 멀리서나마 위로를 보내고 싶었다.


우리는 정말 위로와 칭찬이 필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대학원생 뿐만 아니라, 많이들 사회를 살아가면서 잘하면 - 그건 당연한 것, 못하면 - 큰일나는 상황 속에서 나 스스로가 너무 나약하고, 작게만 여겨질 거고, 심지어는 보잘것 없는 것 처럼만 느껴져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나에게 '잘하고 있다'라고 말해주길 원하는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정말 어느날은 너무 지친채로 밤늦게 퇴근하는 길에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잘하고 있다'라고 해주었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친절해지기로 했다.

나를 벼랑끝으로 몰면 성장한다고 생각했던 과거는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만큼 성장하고, 결실을 맺는다는 것도 사실은 잘못된 생각이다.

나를 챙기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향이며, 3년 이내에 모든 결실을 맺고 그만둘 것이 아니라면 사람의 인생은 길게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몇 십년은 결과를 내며 살아갈 것이라면, 속도 조절도, 건강 챙김도, 마음 챙김도 해야한다.


박사과정 3학차를 앞두고, 여전히 그랬듯 수많은 역할을 지고 있지만,

다양한 연구에 임하고 있지만 나는 앞으로 나에게 친절하려고 한다.


친절하다고 우울과 번아웃이 인생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종종 우울 혹은 번아웃을 느끼면 여기와서 그런 글들을 써내려가겠지만,


적어도 다짐을 여기에 적어보는 것이다.


그러니 다들 스스로에게 친절해졌으면 좋겠다. (자아 비대 말고)

주말이니, 일 그만하고 쉬세요.

특히 모든 대학원생들, 워라벨은 당연히 없겠지만, 적어도 틈틈히 쉬어주세요.

연구도 중요하지만, 그 연구들을 앞으로 계속 해나갈 당신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잊지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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