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채기의 계절이 왔다. 정확히는 모든 계절 사이다. 여름과 가을 사이, 겨울과 봄 사이… 내겐 온도 차이에 과민한 코가 있다. 비염인이라면 이 계절에 대해 분명 알 것이다. 이 저주 받은 코가 난동을 부릴 때면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하곤 한다.
이번주 내내 스타벅스로 출근하고 있다. 가능하면 일어나자마자, 아침에 오려고 한다. 여기만큼 쓰기 적당한 공간도 없다… 적당한 소음과 개방감, 거리감 때문이다. 개인 카페가 별로 없는 동네에 살고 있다. 이왕 프랜차이즈 카페에 갈 거라면 제일 좋은 곳을 가고 싶은 마음이다. 처음으로 긴팔 셔츠를 입고 나왔다. 코의 발작을 최대한 막기 위함이다.
며칠간 9시~11시 사이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이렇게 같은 곳에 줄곧 온 적은 없었는데, 확실히 집중이 잘 되긴 하나보다. 서너시간 동안 무언가 쓰고 나면,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다른 글을 쓴다. 저녁을 먹고 나면 분명 집중하지 못할 것이므로… 저녁 이후에는 읽는 데 시간을 보내거나 그냥 쉰다.
요즘 빠진 예능도 있다. 예능에는 쉽게 빠지지 않는데… 핑계고와 유재석을 번갈아 보다가 런닝맨으로 빠져들었다. 유튜브에 조각난 몇년 전 런닝맨 영상이 많다. 사람이 아주 많고 오래된 핑계고 같았다. 유재석과 지석진의 티키타카도 너무 웃기고… 오래된 사이라서 가능한 농담이 웃기다. 사이만큼이나 오래된 농담이라도.
무슨 문제가 생기든, 어떻게든 장난을 치고 싶은 유재석의 표정도 한 몫 한다. 동생이든 형이든 상관 없이 그냥 비비고 본다. 가벼운 비난을 일삼으면서, 본인이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는 자주 실수한다. 비난한 만큼 비난을 당하지만 오히려 뻔뻔하게 대응한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시무룩해진다.
주변에 런닝맨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 애들의 장난기를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다소 게임적인 마인드를 지닌 것도 이해가 된다. 쉬는 동안 예능을 보면 사람이 조금 가벼워질 수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심리전이 가득한 드라마만 보면서 밥을 먹은 내가 조금 원망스러웠지만, 문제를 대하는 마음도 유재석만큼이나 가벼워지기를 바라면서 줄곧 보았다.
어제 수요 예배에서 교회식 조크를 하나 들었다. 예수님이 다시 오신다면 수요일 저녁에 오실 것이라는, 그것도 비 오는 수요일 저녁에… 어쩐지 비가 오면 집을 나서기 꺼려지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화창한 날에도 참석하지 않은 지난 날들이 떠올랐지만, 어쨌든 비 오는 수요일에 예배중이라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예배가 끝날 쯤, 문제가 하나 생겼다. 군선교팀의 일환으로 복무 중인 군인들에게 단체 편지를 보냈는데, 편지 수신인이 바뀌었다는 거다. 선물과 편지를 함께 포장하면서 이름을 헷갈린 것이다… 마지막에 부칠 때 내가 함께 있었는데… 택배 송장을 붙이는 오빠에게 이게 누구 꺼야! 하면서 잘못된 이름을 건네준 것이다. 어이가 없다…
잘못 간 편지를 생각하면 비명을 지르고 싶어진다. 어차피 돌이킬 수는 없겠지만, 편지를 받은 사람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전역하면 꼭 그 편지를 가져와서 교환식을 했으면 좋겠다… 그들을 만나면 꼭 사과하고 싶기 때문이고, 상처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러니 유재석을 생각하자, 지석진을 놀려먹는 유재석을 생각하자. 비 오는 수요일 저녁은 이미 지나갔다. 비 오는 목요일 아침이 되어도 나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스타벅스에서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은 오빠를 만나기로 했으므로 시간을 소분해서 써야 한다. 소분된 시간은 언제나 귀중한 것이므로 게을러지지 않을 준비를 해야 한다.
요즘 또 빠진 사람이 있다. 바로 두아 리파… 이런 저음 톤의 목소리를 가진 가수를 좋아해본 적은 없었는데, 사실 어떤 가수도 열렬히 좋아해본 적이 없긴 하다. 그가 요상한 초록 쫄쫄이를 입고 콘서트를 하는 것도 봤다. 대체 그런 옷을 어떻게 소화하는 것인가.
안 유명한 노래가 없어서 더 놀랐다. 이미 다 아는 노래였다. 그의 퍼포먼스와 목소리, 비주얼이 모두 황홀하게 아름답다… 글을 쓰기에 적합한 노래는 아니다. 당장 일어나서 춤이라도 춰야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요즘 좋아하는 사람들은 런닝맨과 두아 리파인 것이다. 아무래도 가볍고 신나는 게 필요했던 것 같다. 잘못 간 편지 같은 건 아무래도 잊을 수 있는 그런 것들 말이다.
2023.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