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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열음 Dec 11. 2023

세 번째 재주넘기

- 꺼지지 않는 마음


마음이 분주한 날들을 통과하고 있다. 12월이 되어서야. 진작 했어야 하는 일을 이제야 시작했다고 느낀다. 그건 레터를 발행하는 일이며, 유튜브를 덜 보는 하루이고, 매일 읽고 쓰는 삶이며, 돈을 받고 글을 쓰는 일이다. 그 모든 것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유튜브를 보지 않는 하루란 건 어떨까. 구멍이 숭숭 뚫린다. 일어나서부터 잠들기 전까지 꽉 채워져있던 시간에 빈틈이란 게 생긴다. 그렇게 구멍난 하루를 어떻게 메워야 할지 고민하며 지낸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든다. 보는 대신 읽고 쓰고 생각하고 만난다. 일상의 속도를 늦추는 일이자 여유를 덧입히는 일이다.


“꺼지지 않는 마음”에 대해 쓰기로 한 지금, 나는 어쩐지 시들해있다.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위태로운 마음으로 꺼져가는 촛불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어째서인지 나는 영상을 보지 않기로 한 순간부터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달달거리며 운행하는 경운기처럼 느린 속도로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만 있다.


이런 와중에도 꺼지지 않는 마음이란 무엇인가. 그건 역시 사랑일 것이다. 욕망보다는 사랑, 그 편이 더 안전하고 깨끗하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욕망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잘 먹고 잘 싸고 잘 입고 싶다는 욕망, 아주 많은 돈을 벌거나 세상을 뒤바꾸겠다는 욕망,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욕망. 그러나 모든 욕망을 넘어서는 개념은 결국 사랑이다.



나는 매일 밤 기도에서 나의 사랑을 확인한다. 기도는 우선 나로부터 전개된다. 오늘의 무사태평함에 감사, 걱정했던 일들이 잘 이루어짐에 감사, 가족들이 건강함에 감사, 남자친구와의 사랑에 감사, 조용하지만 변함 없는 우정에 감사한다… 신께 아주 감사하는 동시에 나의 부족함이 물 밀듯이 밀려온다.


그렇게 채워주시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이런 잘못들을 저지르네요, 하고. 그건 나의 과도한 자의식, 이기심, 교만, 무지, 게으름에 관한 것이다. 가끔은 사랑 없음에 대해서도 속죄한다. 가족에게 표현하지 못함,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말,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불평. 많은 잘못이 사랑 없음에서 비롯된다. 사랑하긴 하는데… 자질구레한 모든 걸 덮을 만큼 사랑하지는 못한 것이다.


그리고는 주변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리기 시작한다. 우선은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혹은 당장 오늘 만난 사람에 대해. 보통은 남자친구를 먼저 생각한다. 앞으로 이루어질 그의 사역을 위해, 마음의 체력을 위해, 널리 이롭게 쓰일 수 있도록. 잊지 않고 우리의 관계를 위해서도 기도한다.


이윽고 기도 부탁을 받은 한 언니를 위해 기도한다. 3개월간 그를 위해 비슷한 기도제목으로 기도했다. 어제는 그에 대한 새로운 기도제목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더 이상 같은 언어로는 못하겠다고… 되뇌인다. 아무튼 이건 언니에게 직접 물어야 할 것이다. 언니 다음으로는 가족들의 믿음, 친구들의 행복, 찬양팀의 하나됨을 위해 기도한다.


가끔 추가되거나 빼먹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체로 비슷하게 흘러간다. 가장 간절해지는 구석은 믿지 않는 지인들을 위해 기도할 때다. 그들의 이름을 매일 부른다. 조금 귀찮은 날에는 카테고리로 묶어서 통째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대체로는 사람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이름을 부른다. 그래야만 실감 나는 사랑이 있기 때문이고, 꾸준한 정성이란 걸 신께 인정받고 싶기 때문이다.



기도를 모두 마치고 나면 스르륵 잠에 든다. 누워서 기도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맺는 말은 힘주어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문을 외우듯 잠에 들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기도가 주문이 되지 않기 위해, 조금 더 말끔한 정신으로 임해야 한다. 사랑이 바닥나지 않기 위해. 혹은 바닥난 사랑이 들통나지 않기 위해서는.


그럼에도 인간의 사랑이란 역시 유한하다. 자주 인내심을 잃고 소리를 치며, 가끔은 욕을 중얼거리고, 쉽게 천박해진다. 결국은 주문처럼 중얼거리는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을 닮게 해주세요, 받은 사랑을 잊지 않게 해주세요. 주문인지 기도인지 사랑인지 헷갈리는 지점에서 내가 아닌 남들을 생각한다. 결국 신의 사랑이란 건 나보다 남을 더 귀하게 여기는 일이니까. 모든 걸 버릴 수 있을 만큼, 전부 줄 수 있나. 휴먼.


가진 것이 쥐뿔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동시에 모든 걸 가졌다고도 생각한다. 꺼지지 않는 마음이 내게 있는가. 얼굴을 밝히는 빛, 바닥까지 차오르는 사랑. 나를 움직이는 힘은 결국 거기서 온다. 기도하는 동안 나는 사랑받는 자에서 사랑하는 자가 되고, 결코 그들을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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