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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인 Dec 05. 2023

우연히 마주친 그 책

아이가 집에서 꽤 거리가 먼 도서관을 가자고 했다. 방학 때 몇 번 갔던 작은 도서관이 있는데, 그 도서관에만 있는 책 시리즈를 다시 읽고 싶다는 거다. 오늘 아침부터 볼일이 몇 가지 있어서 왔다 갔다 했더니 평소보다 많이 걷기도 했고, 지치기도 해서 꼼짝 않고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허나 다른 곳도 아니고 도서관에 가자는 아이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길에 나섰다. 30여분을 걸어서 도서관에 도착했다.


딱히 읽고 싶은 책도 없었고, 신간코너에 가서 기웃거리는데 눈에 딱 들어온 책이 있었다. <잠시 후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바로 내가 썼던 책이다. 마치 수많은 인파에서 나의 짝은 눈에 딱 들어오듯, 빼곡히 꽂혀 있는 책들 사이에서 나의 책의 책등이 확 눈에 띄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우연히 마주치자 어찌나 반갑던지 모른다. 멀리서 책을 고르고 있는 아이를 불러와서 보여주기도 하고, 사진도 하나 찍어왔다. 이 책은  지난봄에 공동저자로 만든 책인데, 사실 그리 많이 팔리는 않고 있다. 처음에는 좀 판매되는가 싶었는데 요즘에는 한주에 몇 권씩 팔릴 뿐이다.


책 속에 여행 중 우연히 마주하게 된 스위스 호수에 대해서 쓴 글이 있다. 여행 계획에는 전혀 없었는데 잘못 탄 버스로 인해 마주하게 된 비밀스러운 호수가 있었다. 우리 가족은 우연히 마주친 호수에서 하루를 보냈다. 예정되지 않았던 만남은 감동이 배가 되기도 한다. 오늘도 그러하였다. 전에 책이 출간되고 교보문고에 가서 책이 매대에 있는 걸 보고 뭉클했더랬다. 그런데 그때는 책을 만나러 갔던 거였고, 오늘은 그 도서관에 내 책이 있을 거라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기쁜 마음이 배가 되었던 거 같다. 우연이라는 건 필연보다 더 매력적인 것 같다. 도서관까지 가는 발걸음은 무거웠으나, 집에 돌아올 때는 마음이 들떠 발걸음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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