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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메랄다 Jul 19. 2022

내 아이가 어떻다고요?

part 1. Happily ever after

결혼 후  둘만의 삶을 살기로 결정한 게 아니라면 부부자연스레  아기를 만나기 위한 노력을 한다.  혹은  잠깐 손만 잡고 누웠다 일어났더니 느닷없이  한 몸에서 두 개의 심장이 뛰는 수도 있는데 나는 후자였다.


임신 당시 나는 일을 대차게 벌려놓은 차라 아이는 생각도 없었고, 가임기간도 아니었다.  내 인생 가장 큰 "사고" 같은 일이었다.

남편이 "내 애가 맞아?"라고 헛소리를 하는데도 "맞을걸?"하고 받아칠 정도로 생뚱맞은 , 그러나  마냥 기쁘고 반갑고 신기한 소식이었고 내 인생의 첫 임신, 첫 출산, 첫 육아의 문이 열렸다.


난생처음 새하얀 첫 배넷저고리를 내 손으로 고르고  가제수건으로 수박 프린트가 귀여울지, 딸기 프린트가 귀여울지 행복한 고민하는 것을 제외하면 이제 아이의 성별, 성격, 체형, 지능, 건강, 기타 등등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가장 먼저 랜덤 당첨된 것은 입덧이었는데 덕분에 8개월 차까지 몸무게 2-3kg 정도만 늘었다.

나는 임신기간 대부분을  전 날 3차까지 달리고 두 시간 잔 것 같은 컨디션으로 보냈고  뱃속의 아기는 막달까지 과일 외 다른 음식을 맛보면 사정없이 싫다는 신호를 보냈다.


노산으로 고위험군이었지만 기형아 검사와 임신 당뇨는 무사히 넘겼다. 

변수는 초음파로  아기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데서 생겼는데 한쪽 신장 사이즈가 평균 이하여서 출산 후 큰 병원을 가봐야 하고, 심장도 36개월까지 대학병원 쪽에서 지켜봐야 한다고 하셨다.


막달 즈음 아기는 머리가 10센티에 육박했고 예상 몸무게도 3.8킬로였는데 나는 38세 노산에 초산이라 제왕절개를 하기로 했고 예정대로 수술로 아이를 낳았다.

나는 아기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사랑에 빠진 노산 산모는 안됐게도 수술 후 마취가 풀리자마자  엄청난 통증을 느꼈다. 첫 소변을 울면서 40분이나 걸려 해결했고  멀쩡히 걸어 다닐 수 있는 남편을 질투했다.

머리카락 한올 안 빠지고 이렇게 예쁜 아들을 얻다니 행운아다!


아기를 낳은 기쁨과 수술 통증으로 정신없는 와중에 우리는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내 작은 아기가 심장, 신장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음낭수종(고환 초막에 액체가 고이는 질환) 

-딤플 (영아 꼬리뼈 함몰) 검사

-두혈종(출산 시 산도에 부딪혀 생긴 혹)

-황달수치가 높아져서 집중치료실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황달로 노랗게 뜬 아기의 작은 발에서 혈액을 채취한 뒤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에게 모유가 아닌 분유를 먹이며 나는 혼자 엄청나게 울었다. (신생아 황달은 모유를 잠시 멈춘다)


그리고 곧 주어진 상황에 맞게 우리는 차례차례 치료를 하고 진료를 보며 그렇게 아기를 정성껏 서툴지만 열심히 키워나갔다.


아기는 신생아 시절을 지나 무럭무럭 자라  돌 무렵 즈음에는 아토피로 병원을 다녔다. 매일 저녁 정해진 온도로 11분간 통목욕을 시켰고 13가지 브랜드의 로션 테스트를 거쳐 트러블이 없는 딱 맞는 로션을 찾아주었다.

안 맞는 로션은 모두 내 차지로 2년간  따로 내 바디로션을 살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세 돌까지 천식으로 대학병원에 입원도 여러 차례 했다.


현재 다섯 살인 아이의 상태를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모두 좋아졌다.


음낭수종은 24개월 때 수술을 했고 신장. 심장은 모두 제 기능을 하고 있고  딤플도 패스했다. 두혈종과 아토피도 자연히 사라지고 황달도 금세 나았으며 천식 역시 많이 좋아진 상태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드디어 행복하고 평범한 육아를 시작할 수 있었다...라고 한다면 너무 쉽지.


16개월 무렵부터 아이의 발달이 뭔가 남달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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