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안 Sep 08. 2021

이것도 인종차별이야?

Yes!



“뉴질랜드는 인종차별이 심하지 않지?”



이 나라에 오게 되면서 빈번하게 들어본 질문이다. 인종차별에 대해 우리는 보통 길을 지나가다 ‘칭챙총’, ‘니하오’ 소리를 듣거나 심하게는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을 떠올린다. 뉴질랜드의 처음 일 년 동안은 인종차별을 당한 적이 없었다. 당해도 몰랐었다는 말이 적합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인종차별 레이더망이 슬금슬금 생겨나 모르고 지나치는 게 어려워졌다. 백인이 주류인 세상을 관철하는 시선이 달라졌더니 비교적 최근에 겪은 인종차별 경험담이 벌써 두 개나 생겼다.



금새 몰려드는 먹구름


서양 영화에서처럼 마트를 갈 때만 해도 차를 끌고 이동하는 게 일상인 듯 뉴질랜드 역시 집 밖으로 나가는데 차가 없이는 힘들다. 하루는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그쳐 금세 뜨거워지는 햇살에 산책할 채비를 얼른 마쳤다. 언제 다시 내릴지 모르는 비를 경계하며 동네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육교를 건너고 있었다. 계단 없이 오르막과 내리막 길로 되어있는 육교를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반대쪽에서 오는 자전거와 부딪히지 않도록 걷고 있던 위치에서 비교적 가까운 편인 오른쪽에 멈춰 서있었다. 자연스럽게 왼쪽에 붙은 자전거를 탄 행인이 “Left side please. Here is New Zealand.”(왼쪽으로 비켜야죠, 여기는 뉴질랜드잖아요) 라며 지나갔다.


 자전거가 편히 지나갈 수 있도록 멈춰서 기다렸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지적까지 들을 필요가 있었는지 의아해졌다. 내가 먼저 오른쪽으로 붙어 섰기에 그건 ‘배려’가 아닌 ‘잘못’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좌측통행을 했다고 “여긴 한국이니까 우측으로 지나가세요.”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인종차별에 무지했던 시절이었다면 그냥 남들보다 오지랖이 많은 사람 혹은 과하게 친절한 사람이라며 넘어갔을 것이다. 선민사상에서 깃들은 차별을 구분하지 못했을 때가 심신 안정에는 훨씬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세상을 모르면 나조차 나아갈 수 없는 법이라며 쓴웃음 짓는 일이 늘어간다. 차라리 대놓고 하는 인종차별이 더 편하다.


젊은 친구들이 많이 사는 흔히 핫 플레이스라고 하는 지역에 주말 나들이를 갔다. 바닷가 공용 화장실을 가려고 걸어가고 있던 찰나에 바로 옆 차도로 지나가는 자동차 안에서 "Go Home!!"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뜻)이라고 소리쳤다.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인종차별의 수위가 격해진 탓에 삼 년 만에 돌아온 뉴질랜드에 오자마자 처음으로 격한 환영을 받게 되었다. 못 배운 티를 내던 목소리들의 주인공은 젊은 남성 무리였는데 그들에게 화나기보다 되려 동양인과 다른 이목구비에 힐끔거리던 과거에 부끄러워지며 몸서리를 쳤다.     



해외에서의 삶은 한국의 단점을 거슬러 자유로움을 얻게 하는 수단과 동시에 어쩌면 비주류로 평생 살아야 하는 거대한 흠이 있다. 일등시민이 될 수 있는 자국을 떠나 타국에 나와 주류가 되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이 삶을 택할 것이다. 비록 그들의 세계에선 주류가 아닐지언정 나만의 세계에서는 내가 주축이 되어 삶을 꾸려나간다.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위치 덕에 나만의 사고방식과 행동거지가 적잖이 자유로워진다. 자유를 얻는 대신 수고로움이 더할지라도 백인이 이끄는 사회에 굴복하지 않기 위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브웨이 아웃! 맥도날드, KFC 대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