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온. 12년을 살았던 동네로 이사를 갔다. 그리고 얼마 전 학창시절 문제집이 필요하면 가던 동네 서적을 찾아갔다. 서적의 위치, 구조, EBS, 수능특강, 쎈 등 추억의 문제집, 심지어 사장님까지 그대로셨다. 나만 빼고 모든 것들이 그대로여서 였을까.
나는 학창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천천히 안쪽으로 향했다. 안쪽에는 여느 서점과는 다르게 ‘인문’, ‘에세이’, ‘시’ 등과 같은 카테고리의 '구분없이' 수백권의 책들이 꽂혀있었다. 서적을 들어간 시간 14시 10분, 나온 시간 15시 15분. 정확히 1시간 5분동안 일정한 카테고리없이 ‘아무렇게나’ 꽂혀있는 책들 앞에 서서 보냈다.
'아무렇게나' 나열되어 있던 책들은 처음이었다. 보통 서점들은 카테고리별로 책의 제목에서 ㄱ, ㄴ, ㄷ 순으로 혹은 출판사에서 ㄱ, ㄴ, ㄷ 순으로 등 어떠한 정렬 기준으로 가지런히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분없이 정렬되어 있는 구조 덕분에(?) 서적에 더 오래 있을 수 있었고, 어떠한 생각과 색깔없이 여러 카테고리의 책들을 볼 수 있었다.
책을 많이 읽다보니 이제 점점 읽었던 책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아, 이 책은 이런 내용이었지.', '저 작가님은 어떠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등 책만봐도 혹은 작가님, 출판사만 봐도 어떤 느낌의 책인지 감이 왔다. 너무나도 큰 장점이다. 내가 어떤 기분으로 또는 어떤 책들을 많이 읽어서 무슨 장르의 책과 작가님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항상 다르다. 그때마다 하나하나 검색하고 하나하나 내용을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너무나도 좋은 점.
그렇게 ‘이 작가분은 이런 생각을 주로 하는구나’, ‘이런 주제의 책도 있구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십권의 책을 훑어 봤다. 그 수많은 책들 중 두 권을 골랐다. 항상 말했던 ‘작가의 말’과 ‘목차’를 보고 고른 것이다. 내 미래를 위해 절실히 노력하는 지금. ‘하루에 다섯페이지만 읽자’라는 생각으로 책을 구매했다. 내가 시간을 쪼개며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두가지다.
1.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고, 그 이야기들로 하여금 왠지 모를 설렘을 느낀다.
2.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생각들이 있고, 그 생각에 내 생각을 접목시켜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좋다. ‘아 같은 문제로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같은.
그렇다. 1번과 2번 모두에 들어간 단어 ‘못한’.
사람을 만나는것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해서, 그 사람을 내가 좋아해서 만나는 이유도 크지만, 그 사람을 만남으로써 또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내가 하지 못한 행동, 생각을 듣고 느낄 수 있다. 그것으로 나를 돌아보고 성장 시키는 시간이 좋다.
일은 배우고 많이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향상된다고 생각한다.(물론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하지만 인간관계와 나의 성장은 내가 느끼고 실천하지 않으면 절대 변하지 않는다.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거기서 나를 성장시키고. 성장한 나는. 나를 만나는 사람 또한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흔히 선한 영향력이라고들 표현하는 것 같다.)이 생긴다.
책이 좋고, 사람이 좋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