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뭉작가 Jan 07. 2024

어느새

학창시절 용돈을 주기적으로 받지는 않았다.

친구들과 놀때면, 준비물이 필요하면 그때그때마다 돈을 받아 사용했다.

집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그리고 나도 그 사실을 알고 돈을 쓰고 싶지 않았기에.


그저 필요한곳에만 썼다.


어느새 내가 직장을 다닌지 5년이 넘었다. 6년차.

내가 직접 돈을 벌고, 내 앞가림을 하고.

이제는 부모님의 용돈을 드린다. 주기적으로.


어릴적, 그리고 대학생때 '내가 언제 돈을 벌까'. '빨리 돈을 벌고 싶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빨리 돈을 벌어 집에 도움이 되고 싶었고, 내가 쓰고 싶은 곳에 돈을 쓰고 싶었다.

필요한게 있으면 고민없이 사고 그런 것.


돈을 벌기 시작한 후, 신용카드를 만들었다. 5년 전 처음으로 만들던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드디어 내게도 신용카드가 생겼구나'. 물론 신용카드를 막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 무서움을 잘 알았기에.

내가 돈을 벌고, 신용카드를 쓰는게 어색했다. 내가 필요한게 있을때 가족들에게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게 어색했다.


정말 어느새. 한순간에. 이렇게 되었다.

그렇게 스스로 돈을 벌고 사용한지 5년이 지났지만 가끔은 아직도 신기한 기분이 든다.


어렸을때부터 돈에대한 강박이 강해서일까. 제3자가 볼때는 '뭐 이런걸로 그러나' 싶겠지만

나에게는 또 다른 느낌인 것이다.

부모님의 카드를 썼었고, 형의 카드를 썼었다. 공부를 해야했고, 취업을 해야했고.

돈을 써야 할때도 '눈치'가 보여 쓰지를 못했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5년동안, 앞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 그저 신기한.

지금도 돈에대한 생각이 각박한것은 어린시절을 그렇게 보내왔기에. 돈에대한 여유가 없기에.

참 슬프지만, 어렵지만 적응이 됐다고 하면 더 안좋은것일까.


문득 내가 사고 싶은것들을 사고, 하고 싶은것들을 하게 된 이 순간이

어렸을때 그렇게 꿈꿔오던 순간이라서.

작가의 이전글 공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