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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라이트릴 Jan 11. 2023

이제 식구니까 말 놓을께 #4

나의 하이라이트릴

 "아로마야, 이제 넌 우리 식구니까 말 놓을께." 다람쥐 선배였다.



 "이거 잡아봐. 일렉기타야. 이건 이펙터." 넘버원 선배가 기타 하나를 주었다. 자주색의 낡고 무거운 일렉 기타와 손바닥만한 오락기기 처럼 생긴 이펙터였다.


 "이거 우리 밴드껀데 이제 네가 써."


 일렉기타를 잡고 줄을 튕겨보았다. 쇠줄이 힘없이 틱틱  소리났다.


 "아로마야, 나도 고등학교때 클래식 기타 쳤었어.


일렉기타는 클래식 기타랑 치는 주법 자체가 달라. 성격은 완전히 다르지. 클래식기타는 남성적인 악기라면 일렉기타는 여성적인 악기야."


 '클래식 기타의 아름다운 음색이 남성적이라고?' '일렉기타가 여성적인 악기고?' 나는 의아했다.  ‘강한 디스토션 톤을 연주하는 일렉기타가 당연히 남성적인 것 아니었나.’


 "자, 지금 엠프에 꽂고 쳐보면 알게 되겠지만 일렉기타는 굉장히 섬세해."


 엠프에 연결하여 줄 하나를 쳐보았다. 징~징~징~징. 나는 분명히 줄 하나만 쳤는데 옆에 있는 다른 줄들도 소음을 내고 있었다.


 "일렉기타는 연주할 줄만 빼고 이렇게 손으로 소리 안나게 잡아줘야돼. 안그러면 개방현으로 소리가 다 울려 퍼지지. 나도 이거 익숙하게 하느라 고생했어"


 '아. 그래서 선배님이 섬세하다고 하는 구나. 이거 꽤 까다롭네. 클래식 기타는 손톱으로 건드려야 소리가 나는데...'


 클래식 기타는 손톱과 손가락 살이 맞 닿는 각도에 따라 얼마나 예쁘고 둥글둥글한 소리가 나는지 다 다르다. 내 오른 손 손톱이 닿지 않는 줄은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한마디로 털털하다.


 일렉기타는 연주하는 줄과 연주하지 않는 줄도 돌보아야 하는 까다로운 아기 같았다. 대학 동아리 방 전세 냈던 나의 클래식 기타 실력이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었다. 일렉기타 생 초보. 이펙터는 또 왜이리 어려운 것인지. 사운드 만드는 법칙은 전혀 이해 할 수 없었다. 선배님이 만들어주는 대로 칠 수밖에. 손톱이 아닌 피크의 터치에 의해 음색이 달라지고, 전자기기에 의해 내 기타 소리가 완전히 달라진다. 내가 좋아하는 강력한 드라이브 톤과 리버브가 들어간 공간감 있는 부드러운 톤, 짧고 경쾌하게 끊어치는 듯한 펑키 톤 등. 만들 수 있는 사운드는 무궁무진했다.



 멤버들이 하나, 둘, 셋 하더니 합주를 시작했다. 둥둥둥둥 드럼과 베이스가 울리고 넘버원 선배의 기타가 들어왔다.


 우와, 신세계다. 선배는 깔끔하게 반주를 하다가 선명하게 솔로를 연주했다.눈과 귀가 사로잡힌 순간,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선배는 일렉기타를 그 누구에게도 배운적 없이 혼자 독학했다는 것이다.



 연주를 마친 넘버원 선배는 악보 하나를 던져주었다. "이번달 말에 우리가 공연할 곡이야. 이거 연습해." 악보는 어렵지 않았다. 기타 모양 그대로 옮겨놓은 TAB악보. 내 파트는 두 음만 잡으면 된다.


 악보를 보고 쳐보았다. 지이이잉. 이런. 자꾸 옆에 있는 줄에서도 소리가 난다. 다른 줄을 뮤트(소리 안 나게 막음)하는 것은 실패다.



 공연까지 2주밖에 안 남았는데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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