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이라이트릴
코로나 전에 나는 중독되어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되고, 아무것도 할 필요 없는 ‘안락함’에 중독되어 있었다. 한 달에 두어 번은 먼 곳에, 다섯 번 정도는 중간정도 거리나 가까운 곳에 가곤 했다. 해외로 나가는 비행기 안, 초긴장 상태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그 시간이 끝나면 호텔에서의 나만의 편안한 시간이 온다. 그 시간이 좋았다. 시간과 공간이 무한대로,‘ 펼쳐지거나 좁혀지는 순수한 나만의 시간이다. 세상과 단절되어 인공지능이 추천해주는 내 취향 저격의 컨텐츠에 끊임없이 나를 맡기고 그렇게 내 시간을 죽여 왔다.
2020년 코로나 펜데믹으로 알 수 없는 휴식이 찾아왔다. ‘사스나 메르스랑 똑같을거야. 3~4개월만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돌아가겠지.’ 라고 생각했던 내가 틀렸다. 코로나는 나에게 ‘생각을 좀 하라고!’,‘너는 누구지?’,‘너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니?’라고 끊임없이 물음표를 달아주었다.
나는 그 물음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어디에서부터 찾아봐야할까?’ 나는 무작정 끌리는 책들을 마구마구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점 알아갔다. ‘나와 세상에 대하여’.
책을 읽고 내용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내 내 생각이 머리 속에 차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말하게 되었다. 회사동료들에게,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내가 알게 된 내용을 말하고 차오른 생각들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를 깨우치는 어떤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 책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의 영광스러웠던 순간은 언제니?”,“이제 네 이야기를 한번 써봐.”
눈을 감고 그때를 떠올렸다. 여러 가지 생각 중에 가장 강렬하게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다.
2015년 내가 처음으로 사내 밴드에서 고난이도의 기타 솔로 연주를 했던 순간이다. 그 순간을 생생히 써내려갔다. 글을 쓰는 순간 기분이 좋았고, 그 글을 읽으며 두고두고 행복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글쓰기란 무엇인가’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목요일마다 글쓰기 수업을 들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끄집어내 주시는 주제는 ‘화가 나는 순간’,‘슬펐던 일’등 이었다. 글을 쓰면서 그 순간을 다시 체험 했는데 이상했다. 더 이상 화가 나고 슬프지 않은 것이다. 부정적이거나 모호했던 순간이 글을 쓰면서 깔끔하게 정리됐고, 새로운 나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점프 업하며 행복은 더블 업 되었다.
글쓰기를 하니 글을 쓰는 사람들을 끌어당겼고 그들도 나를 끌어 당겼다. 함께 쓰고 또 쓰고, 각자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면서 질 좋은 관계들을 계속 이어나갔다.
이렇게 글쓰기에 중독됐다.
나를 더 똑똑하게 해주고, 더 좋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마약’인데 이보다 중독적인 것이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