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예능
요즘 시간이 좀 없고, 연재글은 아직 완성도가 좋지 못해서 업로드 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해당 흑백요리사 리뷰를 너무 쓰고 싶은 마음에 그만 일단 어느 정도 틀만 잡아놓고 이거 적고 있네요. 아참 그리고 안 보신 분들에겐 스포가 될 수 있으니 4화까지는 보시길 바랍니다.
진작 저번주에 적었야 하는데 말입니다...
최근 요식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화제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는 단순한 관심을 넘어서, 일부 시청자들이 넷플릭스를 결제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다. 평소 인기 예능인 '골때녀'나 '런닝맨'도 이젠 짧은 클립으로만 접하던 제가 '흑백요리사'에 상당히 관심을 쏟고 있다. 어머니는 나보다 훨씬 콧대가 높은데, 요리 프로그램 하나 챙겨보는 걸 본 적이 없던 어머니가 이젠 화요일을 항상 기다리고 계신다.
특히 프로그램 예고편만으로도 지속적인 기대감을 일으켰는데, '흑백요리사'의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백종원 심사위원의 셰프같은 모습이었다. 특히 검정 장갑을 끼는 장면은 기존의 친근한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위압감과 무게감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평소에도 전문가로 인정받던 백종원 씨가 보다 더 프로페셔널한 복장과 제스처로 등장하며 내 시선을 지속적으로 끌었다. 예고편을 볼 때마다 기대했다. 만화 애호가였던 내게는 이러한 변신이 마치 영화나 만화에서나 볼 법한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 흑백요리사는 단순 서바이벌 예능이 아닌 것 같았다.
1. 요리컬 100?
80명의 참가자가 먼저 나왔다.
피지컬 300에서 한 명 한 명 인지도 인물들이 나오던 연출은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무지막지한 자본과 규모과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곧이어, 20명의 백수저분들이 2층에서 나오는 장면은 꽤나 장관이었다. 80명의 흑수저분들은 위를 올려다보며 제각각 다양한 생각을 내비친다. 우러러보던 전설의 요리사를 보고 감격을 한다던가, 내려다보는 것 같아 기분 나쁘다던가 말이다. 사실 흑수저분들 중에도 나름의 충분한 요리경력을 갖춘 계신 분들이 계셨을 것이다. 백수저분들 중 최소 90%는 흑수저분 중에서도 소위 커리어가 가장 화려하신 분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좋을 거라고 판단해서 조금 억울하실지라도 어쩔 수 없겠다고 생각하며 시청했다. 백수저분들의 커리어를 찬찬히 살펴보니 나중에 요리대회 우승 및 심사위원, 미슐랭 셰프 등 제작진들이 나름의 기준을 갖고 선별했다는 걸 알 수 있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시작한 첫 번째 예선, 80명의 흑수저가 2명의 심사위원한테 음식을 평가받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이름을 알려보겠다', '우승해 보겠다' 등 여러 다짐을 품고 등장했을 텐데, 20명 안에 드는 건 둘째고, 과연 방송에 제대로 얼굴이라도 알릴 수 있을까 싶었을 것이다. 유튜브를 보다보면 눈에 띄게 탈락한 분들의 영상들이 오히려 알고리즘으로 꽤 많이 뜨는 걸 봤을 때, 20인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어떻게 탈락하느냐도 상당히 중요했던 포인트로 보인다. 탈락에도 스토리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2. 심사위원 등장과 80명의 무대
심사위원 백종원과 안성재가 등장했다.
백종원은 라이트팬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예능의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었으며, 안성재는 미슐랭 3스타로서 요리로서는 매니악하고 프로페셔널한 깊이를 이끌어 낼 조커 같은 인물로 보였다. 한 때는 특정 요리 프로그램에서 백수저 최현석 셰프의 소금 뿌리기를 따라 하며 후배로서의 면모를 보였던 그가 이제는 최현석 셰프를 심사하는 자리에 오른 것이다. 사실 나는 안성재 셰프를 잘 몰랐는데, 보라색 슈트를 입고 무뚝뚝하면서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이 정말 독한 사람이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미지가 그렇다 보니 심사하는 데 있어서도 얼마나 냉혈안 마냥 바라볼지 내가 참가자도 아닌데 긴장됐다. 푸근한 인상의 백종원과 대비되는 그림을 확실하게 보여줄 것 같은 그런 기대감도 포함해서 말이다.
백종원 대표가 유튜브에서 따로 얘기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예선전 음식을 먹는 게 힘들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양이 너무 많아서이다. 80개의 음식, 각자 40개의 음식을 한입씩만 먹어도 얼마나 배불렀을지 상상이 안 간다. 흑수저분들이 각자 어떻게 세팅했느냐에 따라 한 자리에서 한 숟가락이 아니라 두 번 세 번도 먹었어야 할 텐데 말이다. 메뉴를 한 개만 꼭 준비할 거라는 보장도 없고 말이다. 솔직히 목도 멕혀서 물도 마셔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셔서 배부르거나, 아예 안 마시거나 하는 것도 꽤나 곤욕스러웠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탈락한 분들 중 비빔대왕님과 고기 하나로 승부를 보신 분이 기억에 남는다. 맛있고 맛없고를 떠나서 시청자들 뇌리에 각자의 개성을 살려 남긴 매력적인 인물들이었다. 특히 제작진 측에서는 너무나도 반가운 캐릭터들이셨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이벤트를 열며 여러 인물들에게 임무를 부여하거나, 상황을 살리는 걸 기대했던 사람으로서 매우 공감되는 바이다. 내 알고리즘에는 탈락자 중 한명인 은수저님이 상당히 많이 뜨는데, 탈락을 매력적으로 풀어내는 것 또한 능력인 듯 하다.
3. 백 vs 흑
40명의 2라운드 진출자 선정과 상대 선택 과정은 프로그램의 흥미로운 순간이었다.
정지선과 중화여신의 오랜 라이벌 구도, 여경래 셰프에 대한 참가자들의 존경심, 한식대첩 우승자에 도전장을 내민 통영 비빔밥 전문가의 용기 등 비슷한 분야나 캐릭터가 맞붙는 장면들이 특히 주목받았다. 국가대표 셰프원정대, 냉장고를 부탁해, 올리브쿡, 한식대첩, 마스터셰프코리아 등 다양한 요리 프로그램을 거쳐온 참가자들과 국내외 요식업계에서 이미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백수저분들이 흑수저분들로부터 존중받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장면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간접적으로 존경받는 듯한 느낌을 주며, 동시에 미래에 저런 인물들처럼 되고 싶다는 열망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요즘 같이 돈이라는 벽에 부딪혀 낭만이 부족한 시대에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좀 부럽기도 했다.
안대로 눈을 가리고 심사하는 테스트가 진행됐다. 백수저분들이 흑수저분들을 초반에 일망타진하며, 이거 진짜 프로그램 망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솔직히 얼굴이라도 보면 그래도 예능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흑수저들에게 표를 줄 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말 정직해야 하는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제목이 흑백요리사인데 ㅎ백요리사가 돼버리면 좀 그렇지 않겠는가... 진짜 그저 백종원과 안성재에게 오롯이 심사를 맡기고 지켜본 거라면 얼마나 노심초사했을지 싶다. 흑이 최소 5명은 살아남아야 할 텐데 말이다.
중간에 가장 연장자였을 여경래 셰프의 탈락은 사실 몰랐던 인물임에도 살아남았으면 했는데, 탈락해서 매우 아쉬웠다. 앞으로도 계속 프로그램의 품위, 품격 등을 높이고 지켜줄 것 같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분들이 그렇지 않다는 건 아니다. 커리어에서 나오는 그런 분위기 있지 않는가? 무엇보다 굉장히 선하고 인자하게 생기셨다.
4. 스타 셰프의 생존 여부
최현석 셰프가 과연 살아남을지 궁금했다
이미 7화까지 공개된 상황에서 이런 표현을 지금에서야 쓰기 좀 그랬지만, 사실상 이번에 나온 모든 요리사 통틀어서 가장 스타 셰프인 최현석의 생존은 매우 초미의 관심사였다. 내 말은 대중들에게 좀 더 각인된 셰프를 얘기하는 것이다. 심지어 상대는 미슐랭에서 일해봤으며, 심사위원인 안성재 셰프의 입맛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은 원투쓰리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중간에 백종원 대표가 내뱉은 '무언가'가 절대 좋은 것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기에 백종원 대표가 말하는 '그 조금의 차이'는 분명 그것일 것이라 생각하여 최현석 셰프의 생존을 예상했었다. 절대로 예리한 척하는 건 아니다. 그 마지막 장면 하나로, 인터넷은 요리 유튜버건 뭐건 최현석 셰프가 살아남을지 어떻게 될지 다들 난리가 아니었다. 결국 살아 남으면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주었다.
5-7화 리뷰는 내일 올리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