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쏘아 올린 큰 공
2024년 10월 20일과 21일, 넥슨의 아이콘 매치는 축구 팬들에게 낭만 축구를 선사한 대단한 경기였다.
이번 행사는 축구 레전드들이 공격수 팀(스피어)과 수비수 팀(쉴즈)으로 나뉘어 한국에서 펼친 대결로, 오래된 팬들과 새로운 팬들 모두를 위한 축제였다. 축구에 대한 열정을 잠시 잃었던 나조차도, 이번 경기를 통해 다시금 축구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었다.
최근 축구협회가 쉴 새 없이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넥슨의 이 같은 행보는 축구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사실 축구팬뿐 아니라 스포츠에 조금이라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랬을 듯하다. 사실 나 자신도 축구 마니아라고 할 순 없다. 2002년 월드컵 이후로 간간히 박지성 선수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관심을 가졌던 걸 제외하면 크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2010년대 초반까지 갖고 있던 감정이 지금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번에 넥슨이 쏘아 올린 큰 공으로 인해 어느 순간 나와 같이 축구에 잠시 등을 돌렸던 사람들마저 가슴 깊이 콩닥거림을 경험했을 거라 확신한다.
레전드들이 모여 진행한 아이콘 매치는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니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던 거대한 '이야기'였다. 오래전부터 축구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나 나처럼 다시 한번 즐겨보려고 하는 사람들 모두 감정이입할 수 있는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1. 낭만이 담긴 대회
사실 아이콘 매치는 이름처럼 공격수 11명과 수비수 11명이 펼치는 이벤트 경기에 불과하다. 자선 경기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말이다. 그저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본인들도 가볍게 즐기고, 보는 이들이 적당히 환호할만한 정도의 텐션을 유지하며 만들어 내면 게임인 것이다. 누구를 응원할 필요도 없고, 반드시 누군가가 이길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아이콘 매치에 열광했던 이유는 그곳에서 진정한 낭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낭만은 단순히 결과나 성과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 과정, 즉 '이야기'에 있다. 선수들이 만든 서사, 그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우리가 떠올리는 추억들, 그리고 우리 각자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본인만이 아는 순간들이 아이콘 매치에 묻어나있었다. 이 모든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히고 결합되어 '낭만'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는 축구라는 스포츠의 본질을 넘어서서, 인간의 경험과 감정이 묻힌 심해로 깊이 다가갔다.
그들 각자가 갖고 있는 서사, 우리가 간지해온 기억, 아이콘 매치가 열리는 의미가 등이 하나로 융합되면서 이 이벤트는 낭만으로 가득 찬 축제가 되었다.
2. 낭만이란 무엇인가?
'낭만'의 어원은 프랑스어 '로망(Roman)'에서 찾을 수 있으며, 18세기말에서 19세기 초 유럽을 휩쓴 로맨티시즘 운동에서 그 깊은 뿌리를 발견할 수 있다. 이 문화적 혁명은 기존 고전주의의 경직된 틀을 깨고, 자유와 개성, 자연과 감정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했다. 특히,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낭만'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감성적이고 이상적인 태도이자, 삶을 대하는 특별한 방식, 나아가 그러한 분위기 자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때 때로 낭만을 현실을 무시하고 비현실적인 기대를 품는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특히 요즘같이 경제적으로 좋이 않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낭만을 '사치'로 간주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치열한 경쟁과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은 낭만보다는 생존을 위한 목표에 몰두해야 한다고 느끼기도 한다.
낭만을 인간이 가진 감정의 깊이와 창의적 상상력을 탐구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현실은 물질적 필요와 생존의 압박을 우리에게 강요하지만, 낭만을 그 속에서 심오한 아름다움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는 이것을 단순히 현실을 외면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 너머에서 더 나은 가치를 탐색하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만약 낭만이 없다면 우리는 일상을 단조롭고, 고난의 순간들을 의미 없게 그냥 지나쳐버릴지 모른다.
3. 낭만을 기르는 법
낭만의 역할은 우리 삶의 여정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데 있다. 힘든 현실에서도 낭만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고, 고난에 맞설 힘을 얻는다. 아이콘 매치가 그러했고, 적지 않은 비용에도 기꺼이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는 단순히 시간과 돈의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의 플레이를 직접 목격하는 순간의 설렘, 그 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있었을 거라 확신한다. 이처럼 낭만은 우리의 내면과 외부 세계를 유연하게 이어주며, 삶의 깊이를 더해주는 오작교가 된다.
1) 감정의 가치를 인식하라
낭만은 인간의 감정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살아가는데, 그 감정들은 평범한 반응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굉장히 중요한 신호로 자리 잡는다. 기쁨, 슬픔, 설렘, 두려움 등 모든 감정은 저마다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성장해 나간다. 모든 것을 단편적으로 바라보며 감정을 무시하지 말고, 그 속에 담긴 진실한 의미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면, 낭만은 스스로 당신에게 다가올 것이다.
2) 스토리텔링으로 의미를 부여하라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야기를 사랑하는 존재이다. 삶의 사건을 단순한 사실로 받아들이지 말고,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보려고 하자. 일상에서 마주치는 작은 사건도 더 의미 있게 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특별한 가치를 발견한다. 이를테면 기차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낯선 동네를 보며 그곳에서 펼쳐질 수 있는 이야기를 상상해 보거나, 평소 스쳐 지나던 이웃과 나누는 짧은 인사 한 마디에서도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3) 작은 즐거움과 기쁨에 집중하라
낭만은 거창한 이상이나 원대한 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 곁 작은 것의 가치를 발견하는 순간, 일상의 많은 것들이 살아가는 힘으로 피어내기 시작한다. 따뜻한 한 잔의 차, 창문을 두드리는 고요한 조용한 빗소리, 저녁을 담금질하는 가족과의 대화 속에서도 낭만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소소한 순간들은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고, 현실을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4)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다하라
열정은 단순히 어떤 일을 좋아하는 감정 이상의 것을 말한다. 그것은 우리 존재의 본질에 맞닿아, 삶을 더 깊고 충만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무엇보다, 열정을 쏟는다는 것은 그 일의 진정한 의미를 탐구하고 삶의 목적을 더욱 설명하게 그리는 과정에 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존재를 완성해 나가고, 삶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창조해 낼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현실 속에 낭만을 불어넣는 행위이며, 그 자체로 순수하게 낭만을 받아들이게 만든다.
5) 예술을 경험하라
예술은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하며,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림, 문학, 음악 등의 예술을 생각보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것들이다. 뮤직 플랫폼을 통해 음악을 듣는 것, 최근에는 한국의 노벨상 수상에 힘입어 독서를 즐기는 것, 심심할 때 무심코 끄적이는 낙서까지 말이다. 예술은 생각보다 우리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비록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울 수 있지만, 예술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선사한다. 이처럼 우리는 더 풍부한 상상력을 키우고, 삶의 의미를 더욱 확장시킬 수 있다.
4. 아이콘 매치 곳곳에 보인 낭만의 순간들
박지성의 패널티킥, 푸욜의 열성적인 오더, 세이도로프의 스테미나, 카카의 치달, 앙리의 개인기 등은 우리를 즐겁게 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일종의 메시지였다. 그들의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가 우리가 머리와 가슴에 품고만 있던 씨앗에 물을 뿌리듯 하였다. 그렇게 우리의 기억과 추억은 더욱 선명해지고 뜨거워졌다. 특히, 넥슨 아이콘 매치가 우리에게 특별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감정의 공유
경기장에 있든 화면 밖에 있든, 우리는 모두 같은 순간을 함께 경험했다. 레전드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환호하고 탄식하며, 그들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우리의 감정은 파도처럼 출렁였다.
2) 이야기의 힘
각 선수들이 가진 개인적인 서사, 그들의 영광스러운 순간들, 극복한 시련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여기서 참 재밌던 것은 스피어와 쉴즈로 나뉜 팀은 단순한 구분이 아닌, 축구의 두 가지 철학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3) 각자의 기억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다른 이에게는 새로운 감동을, 또 다른 이에게는 미처 경험하지 못한 과거의 영광을 만나는 기회였다. 모든 이가 각자의 방식으로 이 순간을 해석하고 받아들였다.
5. 넥슨과 슛포러브 그리고 선수들이 우리에게 남긴 것
넥슨의 아이콘 매치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낭만을 되찾는 여정이었다. 슛포러브와 넥슨이 차근차근 쌓아 올린 거대한 이벤트는, 수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잠들어 있던 축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일꺠우는 촉매제였다.
이 특별한 순간들은 브랜드가 어떻게 소비자의 감성을 울리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을 창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현대 사회에서 낭만이 사치처럼 여겨지는 시대, 넥슨은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에게 잠시 멈추어 삶의 아름다움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아이콘 매치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기억'을 소환하는 것이 아닌, 그 기억을 통해 새로운 '갈망'을 창조했다는 점에 있다. 이는 브랜드가 단순히 인식되는 차원을 넘어,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가고 싶어 하는 이상향이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팬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관람자가 아닌, 브랜드와 함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공동 창작자가 되었다.
결국 아이콘 매치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교훈을 남겼다. 이를 통해 깨달은 것은 진정한 브랜드의 힘이 물질적 가치를 넘어, 인간의 감성과 창의적 상상력을 일깨우는 데 있다는 점이다. 이는 브랜드의 영역을 넘어서, 우리가 삶에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이것이야말로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소중한 진리이자, 우리 삶의 행복을 향한 영원한 나침반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p.247>에 있는 문장을 하나 인용해 보겠다. 사실 위 내용 마지막 즈음에 비슷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고객은 브랜드와 연관된 스토리가 있으면 단순히 인식(aware)하는 게 아니라 갈망(aspire)하게 됩니다.
넥슨, 슛포러브, 레전드 선수들은 우리가 갈망하는 걸 찾아주었다.
참고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이야기의 힘>
낭만은 정말 사치인가(http://psytimes.co.kr/m/view.php?idx=1511&mcode=m161e0he&page=2)
이미지 출처
shoepr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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