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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장인 Nov 23. 2024

알렉스 페레이라 : 챔피언이 되는 길, 챔피언의 길

고유함을 담아내다

 최근 UFC 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의 방한으로 한국 팬들이 그를 향해 열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알렉스 페레이라'이다.

 1987년 7월 7일 브라질에서 태어난 페레이라는 194cm의 장신에 100kg이 넘는 체격을 지닌 거구의 파이터이다. 그의 킥복싱 코치였던 벨로쿠아 베라가 지어준 '돌주먹'이라는 뜻의 '포아탄(Poatan)'이라는 별명답게, 그의 가장 큰 무기는 폭발적인 파워를 지닌 스트라이킹 능력이다. 입식 킥복싱 선수로 시작한 그의 격투 여정은 2015년 MMA로 전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며, 역사적인 발걸음을 알리게 된다.


 이윽고 UFC의 부름을 받아 2021년 11월 UFC268 안드레아스 미카일리디스를 상대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미들급 챔피언이었던 이스라엘 아데산야를 입식 경기에서 2번이나 이긴 선수로서 주목받으며, UFC는 아데산야와의 라이벌 구도를 의식한 데뷔였지만 여전히 그의 실력에는 의문부호가 남았다. 아무래도 그래플링 능력이 중요한 MMA판에서 그의 레슬링이나 주짓수, 즉 그래플링 능력이 형편없다고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그의 UFC 전적은 9승 1패로 그중 7승은 KO/TKO로 끝내 많은 팬들이 그의 피니쉬 능력에 혀를 내두르곤 한다. 라이벌이라는 이스라엘 아데산야와는 UFC에서 1승 1패를 주고받았으나, 미들급의 윗체급인 라이트 헤비급으로 월장해서 전 챔피언들을 이기고 챔피언을 등극하는 기염을 토해내며 진정한 슈퍼스타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당시 회의적인 사람들이 다수 있었으나 말 그대로 성승헌 캐스터가 유행시킨 '불합리한 주먹'을 가진 알렉스 페레이라에게 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렇게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며, UFC 역사상 9번째 두체급 챔피언이 탄생했다. 사실 겨우 2년간 이런 파격적인 행보를 봤을 때 그의 인기는 당연하다고만 평가할 수 있지만, 그가 평소에 보여준 경기 스타일 외의 모습들을 그의 인기에 한층 더 보태기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었다. 




1. 엔터테인먼트와 상징성

 1) 입장 퍼포먼스

 그는 입식 선수 시절부터 특별한 입장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전통적인 브라질 원주민 문화를 강조하기 위해 특유의 걸음걸이와 함께 화살 세리머니를 한 후, 세 번 허공을 가르는 펀치를 선보인다. 이는 이번 한국 방문 때 공항에서 나오며 보여주기도 했다. 당시 그 늦은 밤 많은 격투기팬들이 이를 보며 크게 환호한 것으로 안다. 종종 아데산야나 미첼 페레이라처럼 가끔씩 특별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선수가 있긴 하나, 현재 UFC에서 이처럼 확고한 자신만의 입장 의식을 가진 선수는 페레이라가 유일하다시피 한다.


 2) 강렬한 캐치 프레이즈

 인터뷰에서나 어디에서나 "Chama (Let's go)"를 외치는 그는 이를 통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브랜드적으로 시각적이고 청각적으로 확장하는 큰 역할을 했다. "챠마"를 통해 그의 자신감과 열정을 내비치며, 경기 전후로 이 구호를 외치며 본인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형성했다. 이를 통해 팬들은 이 구호를 따라 외치거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밈을 생성하여 알렉스 페레이라라는 브랜드가 쉽고 재밌게 확산되도록 만들었다.


 3) 원주민 복장

 알렉스 페레이라는 페이스오프에서 브라질 원주민을 상징하는 복장을 통해 독창적이고 강렬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다. 이는 시각적인 재미 뿐 아니라, 자신의 문화적 뿌리와 정체성을 팬들과 공유하며 독보적인 캐릭터성을 강조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러한 퍼포먼스는 페레이라만의 스토리텔링 요소로 작용해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동시에, 상대 선수에게 위압감을 통해 심리적 압박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다른 스포츠 스타들과 비교했을 때, 알렉스 페레이라의 퍼포먼스는 더욱 독창적이며 유니크하다. 그저 연출에 불과하지 않고, 문화적 아이덴티티를 결합하여 고유성을 더한다. 우사인 볼트의 번개 포즈가 주로 경기 후에 국한되었다면, 페레이라는 경기나 경기 외적으로 모든 순간을 자신의 브랜드를 표현하는 기회로 활용한다. 또한 UFC가 배출한 최고의 스포츠 스타인 코너 맥그리거는 화려한 언변과 과장된 퍼포먼스를 추구했다면, 페레이라는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과 진정성에 기반한 차별화된 접근을 보여주기도 했다.

 

2. 경기텀

 일반적으로 1년에 두 경기를 치르는 게 UFC선수들이다.

 그러나 작년 11월 11일 챔피언에 등극한 후 현재 벌써 3차 방어전을 성공했다. 2024년 겨우 1년 동안 네 번의 경기를 치르며 적지 않은 나이에 또다시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간 것이다. 이는 현재 본인의 전성기에 대한 분석과 UFC 측에 대한 배려 그리고 팬들에 대한 감사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경기 스타일뿐만 아니라 그의 성실함과 과감함은 매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UFC 입장에서나 팬들 입장에서 불안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소위 모 아니면 도 인 스타일인뿐더러 몸이 회복해야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는 것은 당연했기 때문이다. UFC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스타가 금방이라도 흥행력을 잃을까 봐 걱정되며, 팬들 입장에서는 많지 않은 스트라이커 중 하나이다 보니 그렇게 재밌는 선수의 패배를 바라보기에는 심적으로 힘이 든다.


 페레이라의 잦은 출전은 그의 프로페셔널리즘을 넘어, 팬들과 조직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한 책임감과 헌신을 반영한다. 그는 매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증명하며, 격투기 역사의 한 획을 긋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그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나타냄과 동시에 MMA라는 스포츠에 관련된 인물들의 충성심도 이끌어낸다.


3. 상반된 두 가지의 모습

 1) 무뚝뚝한 면모

 그는 UFC 내에서는 항상 무표정으로 살기 어린 모습을 보이곤 한다. 

 경기장에서나 페이스오프 때나 표정 변화 없이 상대를 주시하는 표정과 외모 덕분인지 모아이 석상이라는 별명도 부가적으로 갖고 있다.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고, 언제 어디서나 무뚝뚝하게 사람들을 대할 것 같은 그런 모습 덕에 더 무서워 보이기도 하며 캐릭터적으로도 한층 더 매력을 뽐내기도 한다. 이러한 차가운 카리스마는 상대 선수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안기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알고 보면 어느 정도 본인이 의도한 것으로 보이는 게 바로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보이는 이 같은 모습들 때문이다.


 2) 장난기 넘치는 모습

 옥타곤을 벗어난 그의 일상은 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스파링이나 경기를 할 때는 시종일관 표정변화가 없지만, 코치들이나 지인들과는 일반적인 사람들도 잘하지 않는 장난을 많이 친다. 그렇다고 그게 결코 지나치거나 과도하지도 않으며, 적당하면서도 서로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놀며 그걸 SNS에 올리기도 한다.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냉철하고 무자비한 모습과 달리 일상에서 보여주는 유쾌하고 장난스러운 모습은 그를 단순한 격투기 선수로 보기보다는 팬들에게 사랑받는 엔터테이너로서 더욱 부각한다. 


4. 사회 공헌

1) 브라질 내 기부 활동

 그의 브라질 내 기부 활동은 주목할만하다.

 본인의 고향인 상파울루 파젠딘하 지역 홍수 피해 복구를 위한 모금 캔페인을 진행한 적이 있다. 금전적 지원을 넘어 직접 식료품 바구니를 전달하여 지역 사회와 개인적으로 연결되는 인상을 주며, 선의를 보여주었다. 또한 브라질 남부 홍수 피해 지역에는 10만 달러의 식량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후, 추가로 2만 달러를 기부했다. 평소에도 경기를 마칠 때마다 지역사회를 위해 기부한다고 한다.


2) 한국 내 기부 활동

 한국에서도 그의 선한 영향력이 이어졌다.

 서울 아산 병원을 방문하여 어린 환우들을 격려하고 물품을 기부하기도 했다. 또한, 서울 체고를 방문하여 선수들을 지도하고, 글러브 및 스포츠 용품도 전달했다. 이는 그가 평소 실천해 온 나눔과 사회적 책임의 가치를 한국에서도 이어간 것으로, 국경을 초월한 진정한 스포츠 스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MMA라는 종목이 격투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따뜻한 행보는 링 밖에서의 진정한 챔피언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가 보여주는 지속적인 나눔과 사회 공헌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진정성 있는 소통과 깊은 공감으로 이어지며, 이는 그의 인품이 가진 본질적인 선함을 잘 드러내고 있다.



 알렉스 페레이라는 특정 스포츠의 정상의 자리를 떠나, 현대 스포츠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아이콘의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그는 압도적인 실력뿐만 아니라, 자신의 문화적 뿌리를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브랜드 정체성, 팬들과의 감정적인 교감, 그리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실천을 통해 스포츠를 넘어서 챔피언이라기보다는 UFC의 아이콘이 되어가고 있다.


 첫째, 그의 성공은 단순히 개인적 성취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전통과 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플랫폼으로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브라질 원주민 문화를 반영한 화살 세리머니와 복장은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정체성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히 시각적 재미를 주는 차원을 넘어, 스포츠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과 자부심을 전달하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그의 이러한 행보는 팬들로 하여금 그를 단순한 격투기 선수가 아니라 문화를 지키고 알리는 대사로 보게 만든다.


 둘째, 페레이라가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은 현대 스포츠에서 브랜드 구축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Chama"라는 구호는 그의 강렬한 자신감과 열정을 상징하며, 단순한 단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팬들이 쉽게 받아들이고 공유할 수 있는 브랜드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으며, 그의 이름과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고 감정적으로 연결시키는 도구로 작용한다. 이러한 방식은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 그치지 않고, 팬들로 하여금 그의 메시지를 자신의 삶과 연결시키게 만드는 확장성 있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페레이라는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강렬함과 냉철한 모습, 그리고 경기 외적으로 드러나는 유쾌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통해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다. 이는 인간적인 매력과 공감 가능한 요소를 더하며, 팬들이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도록 서포트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팬들과의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여 그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마지막으로, 페레이라는 스포츠 스타로서의 성공을 사회적 가치와 연결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고향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은 모습은 그가 단순히 개인의 성공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으로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활동은 팬들로 하여금 그를 단순히 존경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가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에 함께 공감하도록 만든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고유함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이 끊임없이 당신을 다른 모습으로 만들려 애쓰는 와중에도,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은 가장 위대한 성취이다. (To be yourself in a world that is constantly trying to make you something else is the greatest accomplishment)


 컨설턴트이자 작가인 사이먼 사이넥은 가치관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당신의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그들이 당신의 가치관을 산다.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은 그저 그 가치관을 입증하는 수단일 뿐이다. (People don't buy what you do; they buy why you do it. And what you do simply proves what you believe) 


 알렉스 페레이라의 행보는 특히 위 메시지들에 어울리는 사례였다 생각한다.

 현재 그의 독특한 배경과 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퍼포먼스와 가치관을 그대로 남아낸 사회적 메시지는 그의 고유한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가 스포츠 선수로서 보여주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은 사회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모범이 되어 가고 있다. 이제 팬들은 그를 챔피언으로서 여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의 신념에도 매료되어 깊이 공감하고 더욱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을까 싶다. 그의 브랜드는 이제 승리와 업적을 떠나, 진정성과 가치에 기반한 유산으로서, 챔피언이 되기까지 그리고 챔피언으로서 무엇을 해야할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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