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그리고 요리사
우선, 제목이 그리 창의적이지 못하네요... 죄송합니다
11화에서 빛을 발한 에드워드 리의 모습은 그의 배경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뉴욕대 영문과 출신다운 창작 욕구와 요리 세계에 대한 탐구심이 완벽히 조화를 이루며, 시청자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요리 세계를 펼쳐 보였다. 이 한 회로 그는 안유성, 최강록, 최현석 등 쟁쟁한 셰프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단숨에 가져왔다. 물론 재료의 방 때부터 에드워드 리의 매력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온 것은 사실이나 임팩트는 아무렴 11화였다.
이제 우리는 에드워드 리가 '흑백요리사'라는 한 달간의 여정을 통해 어떤 인물로 브랜딩 됐는지 살펴볼 것이다. 그의 요리, 철학, 그리고 그가 시청자들에게 남긴 인상이 어떻게 그만의 독특한 브랜드를 형성했는지, 그 과정을 얕은 지식으로나마 분석해보고자 한다.
1. 고기깡패
고기깡패는 에드워드 리의 업적을 찰나의 표정만으로 표현해 주었다.
사실 백수저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 대단한 커리어를 갖고 있다는 셰프라는 걸 어림짐작할 수 있다. 심지어 외국 사람이니, 한국인들 눈에는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세계 요리를 공부했을 그의 히스토리를 어렴풋이 짐작해 보며 무의식적으로 우리 생각보다 더 훌륭한 셰프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을 뿐,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결국 우리에게 익숙하고 비교적 저명한 셰프나 심사위원들에게 좀 더 포커싱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나부터가 그랬기 때문이다. 고기깡패의 표정은 특별하고 구체적인 소개가 없던 흑백요리사에서 에드워드 리를 의식적으로 주목하게 하였고, 검색해 보게끔 만들었다. 우리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2. 눈치
백수저는 그 타이틀만큼이나 신비로운 인물들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말을 아끼던(?) 에드워드 리의 모습은 더욱 그러했다. 그러던 중 '재료의 방' 미션에서 고기 팀에서 생선 팀으로 넘어가는 춤사위(?)와 다급하게 외치는 듯한 '무... 물코기'라는 밈은 굉장히 큰 파급력을 낳았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는 시청자들은 이때 고기팀을 탈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 고기가 전문인 사람이 왜 생선을 고른 거냐? 라면서, 더불어, '벌써 싸워?'까지 패키지로 장착되어 에드워드 리에게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사실 비하인드를 들어보면 '데이브 장 쇼(The Dave Chang Show)'라는 팟캐스트에 출연한 에드워드 리는 이렇게 말했다. "통역사가 물고기를 고르라고 했다"라고 말이다. 팀전 룰 설명도 길어지고 다급하게 팀을 골라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상황을 축약해서 통역사가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둘 중 한 팀을 고르라고 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일종의 리얼을 추구하는 쇼에 개입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정확한 상황을 모르니 덕분에 흑백요리사를 더 재밌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하는 게 편할 듯하다.
이후 비밀스럽고 무게감 있던 그의 이미지는 조금 친근하게 느껴졌다. 단, 결코 가벼운 이미지가 됐다고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때부터 에드워드 리의 갖가지 언행은 조금씩 부각되기 시작했다.
3. JANG
이제 본격적으로 그의 요리 실력을 보여줄 만한 시험대, 바로 레스토랑 미션이 시작됐다.
아무래도 본인이 리더인 데다가 그의 주특기이자 대망의 고기 요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고 만다. 질긴 스테이크로 인해 먹방 인플루언서들에게 다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아마 시청자들에게도 부정적으로 보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조차도 그랬다. 사실 한국 시장 상황을 잘 모르는 에드워드 리 입장에서 재료 수급 이라는 문제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세계적인 셰프에 걸맞은 요리솜씨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까... 에드워드 리의 진짜 실력을 볼 수 없던 점에서 아쉬웠다.
다만, 그 와중에 고기를 썰어서 '익힘'의 정도를 높이는 임기응변은 한편으로는 요리사라고 당연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대단해 보였다. 아쉬움 가득한 재료를 어떻게든 살리는 그 기지가 그래도 '세계적인 셰프'라는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아주 잠깐이나마 보여줬다. 물론 그것이 그의 진정한 진가라고 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덕분에 다음 미션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4. 비빔밥
그의 인생을 스타트하는 에피소드였다.
두 심사위원 앞에 놓인 그의 인생 요리는 본인의 색깔과 정체성, 히스토리를 온전히 받아내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스토리만 놓고 봤을 때는 분명 인상적이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본인이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 혼란스러웠던 그는 한국 뿌리를 소중히 여기며 문화적 융합과 창의성을 표현한 음식을 만들어냈다. 바로 '참치 비빔밥'이었다. 하지만 깊고 굵은 스토리와는 다르게 이 독특한 퓨전 음식은 안성재 셰프에게 크게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82점이라는 점수를 받고 만다. 비빔밥의 본질적인 정체성인 '비비는 맛'이 필요하지 않았는가가 이유였다. 사실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 또한 에드워드 리에겐 일종의 챌린지였다. 물론 두부 요리 미션에서의 활약상 덕분에 챌린지에 그칠 수 있는 문제라고는 생각하지만 말이다.
* 참고로 유비빔님은 '참치 비빔밥'을 인정했다
5. 날갯짓
지금껏 브라운관을 통해 바라본 셰프 중 가장 두부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인생 요리 미션은 에드워드 리의 독특한 비빔밥도 있었지만, 최현석 셰프의 마늘 때문인지 그것조차도 다소 주목받기 어려웠다. 이후 그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두부 미션부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시차 적응, 젊지 않은 나이, 지속적인 육체적 부담, 정신적인 괴로움 등 힘든 부면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유퀴즈에서 본 나폴리 맛스타의 말에 의하면, 그 와중에도 집중력이 1초도 흐트러지지 않고 요리에 매진했다고 한다.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그 프로페셔널리즘에 있어, 그의 연륜과 열정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물론 다른 셰프들의 음식도 대단했다. 그런데 에드워드 리의 음식들은 마치 정교한 코스 요리처럼, 창의력과 상상력, 완성도 면에서 훌륭한 시너지를 보이며 심사위원들 앞에 나타났다. 처음에는 자꾸 어디를 자르고 모양을 내길래 그저 '남은 부분 아깝다'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며 바라봤다. 그런데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냈을 때, 그 생각은 온 데 간데없었다. 다른 셰프들은 '와 맛있겠다, 과연 통과할까?'였지만, 에드워드 리는 '와 대단하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지?' 라며 관찰자로 하여금 요리에 대한 감탄이 나오게 만들었다. 요리 하나씩 완성될 때마다 감출 수 없는 피곤한 표정이 역력하면서도, 요리가 시작되면 집중을 하는 모습 역시 그러했다.
마침내, 트리플스타를 꺾고 생존이 결정됐을 때 공중에 힘차게 던진 에드워드 리의 수건은 마치 하늘을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6. 표본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진짜 우승자라고 평가받았다.
대중이 나폴리 맛스타의 우승을 못마땅해하는 것은 아닐 거다. 다만 두부 미션에서 보여준 에드워드 리의 장인 정신은 그들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게 진짜 결승전이라고 해도 될 만큼 말이다. 어떻게 보면 흑백요리사의 두부 미션은 너무나도 잘 만들었던 게 아닐까 싶다. 치열하고 격렬한 경연 속에서 시청자들은 희열과 환호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흑백 요리사는 사실 최강록 셰프가 패자부활전에서 탈락하고, 2 연속 팀전으로 인해 소위 '용두사미'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김이 샜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에드워드 리의 헌신으로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할 수 있었다. 그의 활약이 없었다면, 프로그램은 조금은 아쉬운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은 결승전에 어우러져 떡볶이와 함께 '이균'이라는 이름을 전달하면서, 본인의 정체성을 강하게 자리 잡았다. 비록 우승을 하진 못했지만 훌륭한 마무리를 통해, 본인뿐 아니라, 모든 요리사의 인물이면서도 열정을 대변하는 존재로 거듭났다.
7. 보여주기
에드워드 리는 미국의 유명한 스타 셰프이면서, 작가이자, 레스토랑 경영자이다. 1972년 7월 2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그는, 22살의 나이에 요리를 시작하며, 《The Mind of a Chef》, 《Top Chef》, 《Iron Chef America》 등 다양한 유명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Iron Chef America》시즌 8에서는 우승도 하였다. 2023년 4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중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동생 70주년 기념 국빈 만찬 셰프로 초청될 정도로 저명한 요리사... 어쩌고저쩌고
과연 이 히스토리로 당신은 에드워드 리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가? 머리로만 대단하다고 생각하진 않는가? 아무리 이 사람이 대단하다고 소리쳐봤자, 대중들의 가슴속에 들어가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
에드워드 리는 흑백요리사에서 해냈다. 그의 품성, 인성, 실력, 열정, 기개, 센스, 겸손, 겸허 등 많은 것들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시인이자, 영화배우인 마야 안젤루의 말을 남긴다.
사람들은 당신이 한 일이나 말에 대해 잊어버릴 수 있지만, 그들이 당신이 느꼈던 것에 대해 잊지 않을 것입니다. (I've learned that people will forget what you said. people will forget what you did, but people will never forget how you made them feel).
진정한 브랜딩의 힘은 특별한 행동이나 말에 있지 않다. 그것은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진실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에드워드 리는 이를 완벽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브랜딩은 순간순간의 감동과 열정의 결정체였다. 요리는 단순한 음식 이상이었다. 그것은 그의 열정, 창의, 그리고 낭만이 담긴 예술 작품이었다. 시청자들은 그의 요리를 통해 에드워드 리라는 사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진정성 있는 접근은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큰 파문을 남겼다. 특별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에드워드 리는 이를 완벽하게 보여주었고, 그의 브랜드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 확신한다.
출처 :
AI 이미지
나무위키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