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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a Apr 09. 2023

도망친 공간

정서적 안정감을 추구하기 위해 내가 도망친 공간이 있었다.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이 “너는 충분히 능력 있고 훌륭하단다”라는 멘트를 해 주기보다 계속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못났다고 주입시키면, 아직 자아 정체감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어린아이가 시들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충분히 잘난 아이도 계속 높아지는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면 스스로를 부족하다 여기고 자신감을 잃게 된다.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본인의 열정을 따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주저하고 망설이게 된다.  아마 내가 도망쳤던 그 시점에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돌아볼 에너지도 없었고, 어떤 일에 열정을 바치고자 하는 의지도 많이 꺾여 있었을 것이다.


소중한 사람들로부터 지지와 응원을 받는 것, 그게 그 사람이 해 보고자 하는 일이라면, 한번 해 보도록 장려하고 그냥 지켜봐 주는 것이 가족과 친구들이 주는 힘이다. 일정 연령 이상의 성인이 되더라도 우리는 이런 응원과 지지를 필요로 한다. 내가 가는 길이 확실치 않고 나조차도 무섭고 두려운데, 그건 별거 아니야 잘 안되면 어때, 해 보고 싶으면 한번 해봐, 이런 응원을 받으면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는 성공 사다리에 정답이 있다고 믿는 커리어를 강요받고, 그 길에서 조금만 엇나가도 큰일이 날 것만 같은 불안한 멘트들을 마주하며, 자신의 인생을 굳건하게 꾸려나가야 한다. 성공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일이다, 굳이 왜 저 일을 할까 이해할 수 없다는 잣대로 끊임없이 판단하고 재단하는 게 사실 그 사람의 성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정말 그 사람을 아낀다면 다 큰 어른에게도 자신감을 갖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격려하며 무한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어야 한다.


결국 우리는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나의 인생은 내가 결정하여 끌고 가야 한다. 내게 도움이 되는 공간과 시간을 선택하는 것도 나의 몫이다. 그래서 때로는 도망도 필요하다. 아니 도망이라기보다, 극복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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