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2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마음이 짠했던 건, 혼란스러운 라일리를 감정들이 꼭 안아주는 모습에서였다.
나는 좋은 사람이기도 하고 부족한 사람이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한 존재인데, 그 복잡함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사람 없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건 외로운 과정이다. 그런데 영화 속에선 마치 그런 나를 꼭 안아주고 돌보아주는 누군가가 있어, 그 외로움이 경감되는 것 같았다. 아, 내가 어른이 되는 과정도, 이렇게 나를 안아주는 “내 안의 나”가 있었구나.
나를 앞으로 달리게 한 건 “불안”은 아니었다. 그냥 해야 하는 공부라 생각하고 그렇게 했다. 내 안의 많은 감정들이 있었겠지만, 한 번도 그 감정들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어느 날 친구가 마음이 상해 어떤 이야기를 했을 때, 그 친구를 어떻게 다독여야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 감정을 돌보는 것조차 사치이기에 그에 시간을 쓸 새가 없이, 앞에 보이는 산을 오르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내 안의 감정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면서,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도 무뎌졌던 것 같다.그렇게 나의 감정들을 억눌러 오면서 타인을 돌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나를 돌보지 못했다.
지금은 나의 감정들이 훨씬 더 자유롭게 자신의 공간을 돌아다니고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그렇게 T로 훈련한 시기를 뒤로 하고, 내 안의 F들을 더 자유롭게 해 주고 싶다. 그러면 남들에게도 F 감성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고.
너 T 지?라는 말을 언젠간 듣지 않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