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이 칙센트마이트의 몰입을 15년 전쯤 처음 읽고, 삶에서 ‘일’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정리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학창 시절에 공부하는 건 그렇게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뭔가를 배운다는 측면에서 몰입할 수가 있었는데, 사회에 나와 ‘일’의 목적이 무엇이고, 삶에서 일을 얼만큼 중요하게 가져가야 하는지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워크-라이프 밸런스를 추구하는 게 중요하다는 철학, 워커홀릭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퇴근 후의 진정한 삶 같은 테마들이 사실 내게는 좀 와닿지가 않았다.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가 아닌 퇴근 후에 진정한 삶이 펼쳐진다면,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 퇴근 후에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가가 큰 모순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에서 챌린징 한 목표를 세워 달성하고 그러한 몰입을 통해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실제 느꼈던 경험과 보다 맞닿아 있었고, 그 이후론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면서 좀더 안정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게 “자율적으로 즐거움을 느끼며 일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이끈 원조 같은 책이다.
이번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이전에 읽었으나 기억하지 못했던 ‘몸’ 또는 ‘감각’을 예민하게 사용하면서 몰입을 경험하는 것, ‘생각’을 정리하면서 몰입을 경험하는 것, ‘홀로’ 혹은 ‘친구’와 함께 몰입을 경험하는 것 등 다른 Flow의 내용들도 눈에 들어왔다.
꽤 최근에서야 음악을 다시 들으며 안 쓰던 감각을 깨우고 있고, 글쓰기를 통해 몰입을 경험하고 있고, 가족 그리고 이전엔 나와는 인생 항로에서 별로 접점이 없었을 것 같은 사람들과의 교류로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느낌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5년전에 <Flow>에 열광했었는데, 지금도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는 게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받은 큰 위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