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 사람, 떠나간 사람

상처가 준 선물

by 여행작가 제시쌤

한달살기 하면서 사람 많이 만났어요.

진짜 많이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옆자리였던 엄마.

숙소 수영장에서 아이들이 먼저 친해져서 인사하게 된 엄마.

단톡방에서 매일 정보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엄마.

좋은 인연도 있었고요.

아픈 배움도 있었어요.


솔직하게 말할게요.

같이 해보자고 손 내밀었던 사람이 있었어요.

우리 같이 뭔가 만들어보자.

엄마들한테 도움 되는 거 해보자.

마음이 맞는 것 같았어요.

같은 꿈을 꾸는 것 같았고요.

근데 시간이 지나니까 달라지더라고요.


조건이 달라지고.

셈법이 달라지고.

"나는 이만큼 했는데 너는?"

이런 계산이 시작되더라고요.


그때 처음 알았어요.

아, 사람 사이도 비즈니스가 되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돈이 끼면 마음이 변하는구나.

속상했어요.

배신감 같은 것도 느꼈고요.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자책도 했어요.

한동안 사람 만나는 게 무서웠어요.


또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

근데요.

그 경험이 오히려 나를 세웠어요.

누군가한테 기대면 흔들린다.

누군가 손 내밀어주길 기다리면 늦는다.

내가 직접 해보자.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되면 되는 대로.

내 이름 걸고 해보자.

그래서 시작한 게 방콕이었어요.

내가 직접 운영한 첫 한달살기요.

떨렸어요, 진짜로.

잘못되면 어떡하지.

엄마들한테 욕먹으면 어떡하지.


근데 해봤어요.

내 기준으로, 내 원칙대로.

직접 가본 곳만 추천하고.

못 하는 건 못 한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믿어주더라고요.

그리고 거기서 진짜 내 사람들 만났어요.

방콕에서 처음 만난 엄마들.


그때 같이 고생하고, 같이 웃고, 같이 당황하고.

그 경험이 우리를 진짜 끈끈하게 만들었나 봐요.

한국 돌아와서도 매달 만나요.

아이들 생일파티 같이 가고.

엄마들, 아이들 이웃사촌처럼 지내요.

자주 여행도 다니고.

이젠 항상 보고 또 보는, 정말 친척 같은 사이가 됐어요.

아이들이 "이모!"라고 부르는 거, 함께 크는 아이들

또래 아이들이다보니 엄마들끼리 정보도 나누고

마음도 나누고 그리고 배울점이 참 많은 분들이라

함께 성장하는 기분이예요.


진짜예요.떠나간 사람.

그 사람 덕분에 상처받았지만.

그 상처 덕분에 내가 직접 움직였고.

그래서 진짜 내 사람들 만났어요.

지금 생각하면 고맙기도 해요.

그 사람이 안 떠났으면 나도 안 움직였을 테니까.


한달살기가 준 가장 큰 선물요?

영어요?

아이의 성장이요?

다 좋죠.

근데 진짜 선물은요.

내 사람들이에요.


힘들 때 연락하면 바로 달려오는 사람들.

좋은 일 있으면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은 사람들.

한달살기 안 했으면 절대 못 만났을 사람들.

그 인연이 진짜 재산이에요.


� 제시쌤 Tip: 한달살기에서 만난 한국 엄마들 커뮤니티, 무시하지 마세요.

현지에서 진짜 도움 되는 건 같은 처지의 엄마들이에요.

그리고 그 인연, 한국 돌아와서도 이어가세요. 평생 친구가 될 수도 있어요.

이전 07화기대와 현실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