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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에서 Dec 05. 2022

'-네요'를 썼네요

시작은 '고등어'였다.

뭘 검색하다가 보게 되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인터넷에서 이런 문장을 봤다.


오늘 점심은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산 고등어로 해결했네요.

해결'했네요'?

이러면 곤란한데..


'-네요'는 한국어 초급 단계에서 배우는 문법이다. 학생들이 어떻게 틀릴지 알기 때문에 연습이 끝날 때쯤엔 오류 문장 예를 보여 준다.


낮에 친구와 운동을 하고 밤에 일기장에 "오늘 친구와 농구했네요"라고 일기 쓰는 상황을 보여 주며 그렇게 쓰지 말라고 당부한다.

물론 자신의 행동을 '-네요'로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우도 있다. 상황을 뒤늦게 알아채고 "제가 카톡을 너무 늦게 봤네요" "제가 숫자를 잘못 썼네요."와 같이 말한다. 초급에서 거기까지는 다루지 않기 때문에 우선은 " -았/었네요"로 어색한 문장을 만들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


숙제 검사를 하다 보면 수업 시간에 보여 준 오류 문장 비슷한 문장을 다시 보게 된다. 생들이 그동안 일기 숙제를 하면서  '-았/었어요'로만 문장을 썼는데  새 문법을 배웠으니까 써 보고 싶었나 보다. 밋한 일기에 포인트를 주었으나 틀리고 말았다.


오늘 친구와 식당에 가서 삼겹살을 먹었네요.


학생이 쓴 '먹었네요'를 '먹었어요'로 고쳐 줬다.


고등어 문장을 본 이후에 인터넷에서 그런 문장이 점점 더 많이 보였다.

아.. 학생들이 보면 안 되는데. 한국 사람도 이렇게 쓰더라고 하면 할 말이 없어지는데.

렇게 '-네요'로  건 주로 요리를 한 이야기였다. 내가 포함된 단톡방에서 1명만 그런 '-네요'를 쓰는데 역시 요리 이야기가 많았고 주부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학생들이 쓰는 급식체나 회사원들이 쓰는 말처럼 주부들이 재미로 쓰는 말투인가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달리기 모임 채팅창에서 남자 회원 분이 "오늘 퇴근 후에  가볍게 10km 뛰었네요"라고 글을 올린 걸 보고 성별이나 직업무관하다는 걸 알았다.


'-네요'를 쓰는 이유는 뭘까? 왜 '제가 -했어요'라고 하지 않고 '제가 -했네요'라고 말할까?


추측일 뿐이지만 그 말에 약간의 걱정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인터넷 공간이라서 대화 상대가 눈앞에 없다. 물어본 사람도 없고 궁금해하지 않았는데 말해도 될까? 아무 반응도 없어서 머쓱해지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마치 다른 사람 일을 본 것처럼 '-네요'로 말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게 맞다면 어디선가 '-네요'를 발견했을 때 학생들이 볼까 봐 불안해하지만 말고 관심과 반응을 보여 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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