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의해 김연아 선수의 경기 영상들을 보게 되었다. 김연아 선수가 활동할 때가 나를 비롯한 한국 국민이 피겨 스케이트 경기를 가장 열심히 본 때가 아닐까.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때 들은 말 중에 ‘시즌 베스트’가 있다. 해설자가 경기 후에 기록을 확인하고 ‘시즌 베스트’라고 설명하곤 했다.
'그 시즌의 기록 중에서 최고 기록이라는 거구나.'
나는 그 말이 참 좋았다. ‘월드 베스트’도 좋지만 ‘시즌 베스트’도 참 의미 있게 느껴졌다.
불행의 시작은 남과의 비교라고 한다. 비교는 기쁨을 빼앗아 가는 도둑이라는 말도 있다. 다른 사람을 따라잡으려 아등바등 사는 건 힘들고, 열심히 해도 안 되면 좌절하게 된다. 비교를 하려면 과거의 나와 비교하는 게 낫지 않을까. 남과의 비교는 거부하고 나의 유일한 경쟁 상대를 나로 정하는 것.
결과가 조금 미흡하고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내가 이번 시즌에 한 것 중에 제일 잘했다는 데에 의미를 두면 기분이 좋아진다. 남들 눈에 턱없이 부족한 결과일지 몰라도 발전했다는 증거니까 충분히 기뻐해도 된다.
중간고사 성적표를 나눠 준 날 엘리베이터에서 옆 반 학생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시험 잘 봤어요?”
학생 때 나도 이 질문을 싫어했으면서 학생들한테 왜 자꾸 이런 질문을 하게 되는지 나도 모르겠다.
“네” 학생이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번 시험 어렵지 않았어요?" 다시 물어봤다.
"네, 괜찮았어요."
수업 시간에 어려워하고 잘 못 따라오던 학생이라서 걱정했는데 시험을 잘 봤다는 답을 들으니 다행스러웠다.
강사실에 돌아와서 옆 반 담임 선생님에게 물었다.
“선생님, **씨 성적이 괜찮은가 봐요. 시험 잘 봤다고 하던데요.”
“네? 어..65점인데요.”
“아, 그래요?”
‘잘 봤다’의 기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진급할 수 있는 기준은 70점이다.
옆 반 선생님이 학교 전산망에 성적을 입력하다가 점수를 확인하고 말했다.
“아, 근데 지난 학기에는 평균이 50점이었네요.”
50점과 65점. 평균이 무려 15점이나 올랐으면 본인 말대로 시험을 잘 본 게 맞긴 하지. 장족의 발전이다.
그 학생은 다음 시험에서 또다시 기록을 경신할 수 있으려나. 응원해야겠다.
파이팅!! 부디 시즌 베스트 75점을 기록해서 무사히 진급하기를.
겨울이 슬슬 끝나가니 이번 겨울에 내가 잘한 것, 발전한 것이 뭔지 좀 생각해 봐야겠다. 브런치 글 쓰기는 아닌 게 분명하다.
브런치 재촉 알림이 오지 않는 봄을 보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