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영화를 또 보거나 읽었던 책을 또 읽는 일이 잘 없는데 책꽂이에 꽂힌 단편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은 다시 읽고 싶어 졌습니다.
'회사에서 울어 본 적 있어요?'라는 문장이 띠지에 적혀 있는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한참 뒤에 산 책입니다. 작가의 등단작이라고 하는데 다시 읽어 봐도 잘 읽히고 인물을 매력적으로 묘사했다는 생각이 들어 재능이 부럽습니다.
가끔 뉴스에서 축의금을 주고받는 일이나 그 금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저는 '잘 살겠습니다'에 나오는 빛나 언니와 빛나 언니 때문에 열받아하던 주인공이 떠오릅니다. 첫 번째 이야기 '잘 살겠습니다'를 제일 좋아하는데 이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이 책을 놓지 못하고 단숨에 읽었습니다. 어딘가에 정말 있을 것 같은 친근한 인물이 나오면 몰입도가 확 높아지죠.
판교에 못 가 봤는데 가게 되면 영화 촬영지 찾아가듯이 책 표지에 있는 곳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단편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이 육교와 건물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있어서 실제로 보면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이 소설에 공감하고 현실을 잘 반영했다고 평한 직장인들이 특히 많던데요. 사람마다 일과 직장의 의미나 생각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직장에서 긴 시간을 머물면서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고 일의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소설에 나오는 상사의 횡포나 동료와의 마찰, 첫 출근날의 심경, 열정 페이에 지쳐 꿈을 포기하는 이야기 등을 읽으며 여러 곳에서 각자가 공감할 만한 부분을 발견하게 되는 듯합니다.
소설의 제목인 '일의 기쁨과 슬픔'은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 제목에서 착안했다고 합니다. 단지 가나다순에 따라 '기쁨'이 '슬픔'보다 앞에 온 건가 해서 순서를 바꿔 봤는데 '일의 슬픔과 기쁨'은 왠지 입에 안 붙습니다.
기쁨 100%면 좋겠지만 그렇게 기쁨만 느껴지는 일은 드물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기쁨에 무뎌질 것 같고요. 기쁨이라는 쿠키에 초코칩 쿠키의 초코 정도의 슬픔이 같이 있는 것이 보통의 일이 아닐까요? 어떤 분은 초코 쿠키를 받았다고 한탄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부디 각자가 선택한 일이 초코가 아주 간혹 박힌 쿠키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