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아는 선생님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조문은 가지 못하고 조의금을 보내고 짧은 인사를 남겼는데 이럴 때는 말을 건네기가 참 조심스럽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카톡에 인사말을 남기고 나니 예전에 대학원 동기 언니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가 생각났다. 6월 초였는데 곧 아버지 기일이 돌아오겠구나.
동기 언니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같이 조문을 간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언니는 아버지 하고 보낸 세월이 기니까 더 슬플 거야. 나는 너무 어릴 때라 뭐가 뭔지 몰랐어. 아빠 돌아가셨을 때 오빠하고 장례식장 뛰어다니고 그랬는데 뭐.
그때는 친구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후에 그 말을 한 친구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물끄러미 보다가 그 말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카톡 프로필은 아버지와 같이 찍은 옛날 사진으로 바뀌어 있었다. 친구와 눈매가 닮은 듯한 젊은 아버지가 방 안에 앉아 계시고 꼬맹이인 친구가 아빠 무릎에 앉아 있었다.
친구는 자라면서 그 사진을 몇 번이나 꺼내 봤을까.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동네 어귀에 앉아 있던 덕선이 아빠 성동일이 귀가하는 택이 박보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택아, 너는 언제 엄마가 제일 보고 싶냐?
이 장면의 유튜브 영상에서 댓글을 봤다. 댓글을 단 사람의 남편도 택이처럼 어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같이 이 장면을 보고 있었을 때 박보검의 대사가 나오기 전에 남편이 답을 말했다고 한다.
항상이요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어릴 때 부모님을 떠나 보낸 사람도, 다 커서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어 부모님과 이별한 사람도 그리움의 크기는 줄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