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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성격

by 윤늘


“그런 성격이 내 성격이라니, 절대. 안 돼!”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때가 있다. 외면도 아름다워지기 위해 노력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나는 내면과 성격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며 자랐다.성격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내 의지와는 다르게 유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내 성격이 아빠와 똑같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아빠는 기분파의 성격에 거침없는 자기주장, 그리고 남을 상처받게 하는 말들을 거리낌 없이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아빠와 같은 성격으로 살아갈 날들이 걱정됐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됐을 때부터 나는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와 ‘이렇게 되고 싶다’ 하는 목록을 공책에 적기 시작했다. 아빠의 성격과 다른, 좋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고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닮기 위해 노력했다. 배려하는 것 친절한 말투. 내 주장을 앞서는 것보다 남의 말을 귀 기울이는 것. 등등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물론 완전히 변하지는 않았다. 혼자 있을 때는 여전히 불같고, 편한 사람과 있으면 상처 주는 말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노력 때문일까 나는 지금의 내 성격이 좋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내게 좋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주었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고, 상처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특히 마음에 든다. 처음에는 아빠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의 성격에 대해 전반적으로는 만족한다.

딱 하나 고쳐지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꾸준함이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끝맺을 때 나는 꾸준하게 하지 못한다. 끝맺음을 잘하지 못하는 편이고, 하더라도 다른 일을 했다가 한참 뒤에 다시 또 그 일을 하는 편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서 몸을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즐긴다. 문제는 싫증도 잘 낸다는 것이다. 아마도 기분파라는 기질이 내면에 잠재되어 있기에 나온 문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꾸준하지 못한 성격을 고쳐보자!”라는 목적을 갖고 최근 연습하는 중이다. 한 가지 일을 끝내고, 다른 한 가지 일을 시작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고 도중에 하던 것을 내팽개치는 버릇을 고치기 위함이다. 아직 까지는 잘 지켜지고 있다. 새로운 것을 하고자 하는 욕망은 하고 있던 일을 끝내는 동기부여가 되어 더 열심히 마무리를 짓게 한다. 성격을 다 적고 보니 내 성격은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어쩌면 노력하는 성격이 내면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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