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이 쓴 은반지를 물에 씻어 보지만
씻겨 내려가는 것은 미련뿐이다.
고작 오백 원짜리 문방구 반지에 의미를 둬서 무엇하겠느냐만
이제는 작아져서 새끼손가락에 겨우 들어가는
이 작은 것이 그날을 기억하니까 놓지 못한다.
오래된 연필통사이에 끼어있어 잃어버린 줄 알았던 것은
세월인가. 반지인가.
이제는 커져버린 욕심만큼이나
작아져버린 어울리지 않는 녹슨 은반지
미련하게 물에 씻고 있다.
씻겨지지 않는 녹이 쓴 은반지를
버리지도 못하고 가지지도 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