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나는 입시 정보에 진심이었다.
단순히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준이 아니라, 마치 입시 컨설턴트처럼 모든 정보를 샅샅이 뒤졌다.
책, 유료 사이트, 뉴스, 커뮤니티, 교육청 자료까지. 전국의 대학과 전공, 전형 조건, 합격자 스펙, 면접 기출 질문까지... 정보를 찾고 분석하는 게 공부보다 훨씬 재밌었다.
처음엔 나를 위한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들에게도 정보를 정리해주기 시작했다. 담임 선생님이 40명 넘는 반 학생들을 일일이 살피긴 어려웠기에, 친구들은 내가 찾아준 정보에 귀를 기울였다. 어느 순간, 나는 반에서 ‘입시 상담 잘하는 애’로 통했고, 심지어 몇몇 친구들의 학부모님과 전화 상담까지 하게 되었다.
나를 거쳐 간 친구들은 대부분 원하는 학교에 진학했고, 나는 은근한 자부심을 느꼈다.
“입시는 전략이다. 나는 그걸 잘 짜는 사람이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면접실 문이 닫히는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처음으로 수시 면접을 보러 간 날. 면접관의 표정은 싸늘했고, 첫 질문부터 압박이 시작됐다.
예상 질문도 아니었고, 분위기는 긴장감 그 자체였다.
숨이 막히고, 손과 발이 덜덜 떨렸다.
심장은 쿵쾅대고,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다. 준비했던 영어 자기소개는 단 한 줄도 기억나지 않았다.
말을 더듬고,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긴장한 티가 너무 났고, 스스로도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면접이 끝나자마자 나는 문을 닫고 나와 그대로 눈물을 쏟았다.
‘내가 이렇게 한심할 수 있구나.’
그때 처음, 나 자신이 참 약하다는 걸 실감했다. 결국 그 학교에서는 예비번호만 받고 불합격.
하지만 그 경험은 나를 다르게 만들었다. 다음 면접은 밤을 새워가며 준비했고, 예상 질문, 대답, 표정, 심지어 복장까지 철저히 연습했다. 그리고 두 번째 학교에서는 드디어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정보를 잘 찾는 사람이었지, 모든 걸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과, 정말 잘해야 했던 것은 다를 수 있다.
그 차이를 알아채기까지, 나는 작은 실패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