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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치 May 17. 2024

밤에 찾아오는 손님

 내게는 밤이 될 때마다 원치 않는 손님이 찾아온다. 손님이 오는 것을 막을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이 이상한 공간에 갇혀버린 것이 어느새 3년이 되었다.


 밤 12시 30분만 되면 찾아오는 손님은 오늘도 쿵쿵 소리를 내며 내 작은 방에 들어왔다. 손님은 처음에는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속삭인다. 어린 시절 힘들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힘들었던 자신의 감정을 쏟아낸다. 감정의 세기는 점점 강해지고, 악에 받친 욕설과 비명. 소리가 끝날 때 즈음 새벽 3시.

 손님은 한숨을 푹 쉬고, 무언가를 결심한 듯 박수를 친다.


“죽자.”


 그 순간 손님은 나의 머리채를 붙잡고 창문으로 끌고 간다. 손님은 폭력적으로 변해 끌려오지 않는 나를 패대기치고, 발로 밟고, 뺨을 때리며 죽으라고 소리친다.


나의 몸은 산산이 부서지고, 아파서 소리조차 지를 수 없을 때 손님은 희열을 느끼는 듯 한쪽 입꼬리만 올리며 씩-하고 웃는다. 그 웃음은 곧 아침이 밝아온다는 신호다. 다행인 건 아침이 되면 손님은 가장 친한 친구와 재밌게 놀고 가는 듯한 모양새로 방을 빠져나간다.


“내일 또 보자.”


 손님의 발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숨을 참고 기다린다. 그리고 손님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서야 아픈 몸을 질질 끌어당겨 방문을 잠근다. 긴긴 괴물의 밤이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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