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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치 Jun 16. 2024

불편한 세상

진숙의 아들은 엄마에게 전화를 받은 후, 친구들에게도 말 못할 비밀이 생겨버렸다. 엄마가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사실.  


부끄러웠다.   


진숙의 아들은 모범생으로 전교10위권 안에 들어 학교에서도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통했다. 그런 이미지를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이 사실로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질까 노심초사했다.  


"엄마, 빨리 집에 와. 무슨 상황인지 좀 보자."


"알겠어. 엄마 할머니 병원이야. "

 

"알아. 할머니가 중요해? 아니 할머니 중요한데, 지금 엄마 큰일 난거라니까?" 


"알겠어. 지금 가." 


1시간쯤 지났을까 진숙이 집으로 돌아왔다. 진숙을 기다리던 진숙의 아들 찬성은 엄마가 오자 마자 엄마의 핸드폰을 뺏는다.


”엄마 핸드폰 줘봐!“ 


”어후, 엄마 지금 들어왔어. 좀 쉬자.“ 


”안돼! 줘!“ 


화면을 열고 K사의 SNS를 들어갔다. 알림 톡의 가장 위에 있는 불편선물서비스 확인. 

이미 확인되어져있는 메시지에 찬성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한숨을 쉬고, 메시지를 눌러본다. 메시지에는 불편선물에 대한 이용방법과 선물과 보상에 관한 간단한 설명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아래 붉은 글씨로 적혀있는 문장. 


[해당 메시지를 열람하였고, K가 제공하는 선물함의 가상 공간으로 

오시지 않으면 5일뒤부터 K사의 모든 서비스가 중단됩니다.] 


 "엄마. 좆 됐어."


"뭐? 너 누가 그런 말 쓰래!!"


진숙은 아들의 등짝을 한대 퍽- 때리며 혼을 낸다. 찬성은 맞은 등을 뿌리치며 엄마에게 짜증을 낸다.


"아, 진짜!! 엄마 가상공간 들어가 본 적은 있어?"


"잉? 그걸 갑자기 왜 물어봐? 내가 그걸 왜 들어가 젊은 애들이나 게임한다고 들어가지. 그 뭣이냐. 텔레비?"


"텔레비는 텔레비전이고, 캡슐 틸레! 내가 사달라고 해서 엄마가 사준거."


"어! 그래 그게 그런거 아냐?"


"일단 엄마는 그것부터 해봐야겠다. 아 그리고 엄마 어제 지하철에서 무슨 일 있었어?"


"지하철!? "


 진숙의 눈이 동그래지며 어제의 사건이 떠올랐다.




목요일. 

화요일에 선물을 보냈으니 3일째, 여전히 31살의 젊은 여자는 선물함을 열어보지도 않고 있는 듯했다. 

진혁은 일상으로 돌아갔고, 인터넷에서는 이미 불편 선물 서비스에 대한 각종 정보와 루머들이 넘쳐 나기 시작했다. 

그 정보에 민감한 것은 진혁의 회사 M사도 마찬가지였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게임회사이며 불편 선물서비스의 혜택을 받고있는 회사였다. 심지어 진혁이 속한 부서는 마케팅 부서도 심각하게 회의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아직도 우리 부서에 불편 선물을 이용한 사람이 없다는 거야?“ 


총괄 책임의 말에 진혁은 움찔했다. 다른 사람들은 마치 죄인이 된 듯 고개를 팍-숙였다. 


"거, 불편한 상황도 많잖아. 누가 대표로 한번 해보자. 저번에 김대리가 이거 관심 많아했는데 왜 아직도 안 했어?" 


"네! 그럼, 제가 한번 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다음주 까지 꼭 해보고 보고서 올려." 


"네." 


"그래, 그러면 우리도 이 서비스에 대해서 조금 공부를 해야해. 다들 알겠지만 지금 게임 회사들 뿐만 아니라 마케팅을 하는 모든 회사들이 난리야.  다음 주 월요일에 임원 진 회의가 잡혔어. 불편 선물 서비스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과 분석에 대한 발표를 하라고 하신다. "


"이미 게임부서는 예상 시나리오를 가지고 게임에 적용시키는 시뮬레이션을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진혁이 부장의 말을 거들었다.


"그래, 이미 우리 게임의 캐릭터로 불편 선물 서비스를 어떻게 적용 시킬지, 게임 안에서도 불편한 사항을 가진 유저들이 적용했으면 좋겠다. 이런 말이 게시판을 도배했어."


"그 글 봤습니다. 서버가 마비가 됐다고 합니다. "


"그래. 그러면 이걸 우리는 어떤 식으로 마케팅 전략을 가져 가야 할지 생각해봐."


"음..."


다들 생각하며 볼펜을 돌리거나 눈알을 굴렸다.  그때 신입사원이 용기를 내며 손을 들었다.


"그래, 신입. 손 들것 까지는 없고, 말해봐."


"네! 세상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사람들에게는 크게 두 가지 선택이 있었습니다. 도태되거나 변화하거나.

그러면서 도태된 사람들과 변화한 사람들 사이의 간격이 벌어졌고, 그 간격은 문화와 지능, 빈부격차로 나타났습니다."


"그렇지?"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발전하는 것에 인간성을 잃고 변화만 한 인간을 variation no human 라는 뜻으로 바노인이라고 부르고, 발전을 거부하고 따라가지 못한 자를 un variation human  언바인 이라고 부릅니다. "


"그래? 바노인, 언바인 들어봤지.  그 중간은 저스트 휴먼 이라고 저휴 라고 놀리잖아."


"네. 처음에는 바노인이 인간성이 결여된 자들이다. 라는 것은  언바인의 억측이었으나 점점 그것은 사실이 되었고, 그런 바노인을 욕하는 언바인들의 인간성도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우리 사회는 발전을 함께 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격차가 생겨나면서 인간성과 윤리, 도덕과 같은 기본적인 교육도 가치가 떨어져 버린게 한 몫 했습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 신입?"


"앗..그렇죠. 그렇지만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이 불편 서비스가 누구를 겨냥한 것이냐? 본질을 찾는 것인데요.언바인, 바노인  아까 말씀하신 저스트 휴먼 중 누구를 위한 서비스일까요? 갈라지면서 누가 가장 불편했을까요?"


"저스트 휴먼이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음.. 그치만 통계적으로 저휴는 많지 않아. 바노인과 언바인이 우리 나라의 70프로를 차지 하고 있다는 것도 저번 게임 발표하면서 통계자료 봤잖아?"


"네. 그렇죠. 저는 모두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썩어가면서 모두가 불편했어요. 싸우는 것도 체력이 필요하고, 항상 자신만 혜택을 받을 수는 없죠. 언바인도 바노이도 저휴도. 결국에는 서로가 불편했지만 쉽게 티를 내지 않았던 거에요. 그 결과 점점 사람들의 교류가 사라지고, 숨어 버리면서 도시에 사람들이 사라진거구요."


"그런 불편한 부분을 불편 서비스가 시원하게 긁어주니까! 지금 다들 환호하는구나."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흠... 완전히 맞지는 않지만 일부 맞는 말들이야. 사람들이 불편해지니까 집을 안 나오고, 심지어 기술발전으로 안 나와도 먹고 사니까. 점점 문제는 악화 된 거지."

사원의 말로 직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때 차장이 박수를 치며 주목을 시켰다.


짝-짝-짝-


"멋지네. 우리 신입. 그래서 마케팅 방향을 모두가 불편했던 것을 모두가 풀어갑시다? 이런걸로 가자는거야?"


"아, 그것까지는.."


"그치? 그건 아니지. 논리는 맞아. 그런데 마케팅으로 쓸 수는 없어."


"오늘 4시에 회의 다시 할 테니까 그때까지 다들 아이디어 생각해오고, 고 과장이랑 김대리는 잠깐 남고 나머지는 나가봐."


부장의 말에 다른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밖을 나간다.


"고과장이랑 김대리가 이번 임원 진 회의 자료를 좀 만들어 줬으면 해. 우리가 기본적으로 불편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맡기로 했으니까 자료조사 확실하게 해. 그리고 김대리는 아까 말한 거!"


"네."


"잊지말고 꼭 한번 해봐야 돼. 그래야 우리가 할 말이 있어."


그때 진혁이 고민을 하다가 얘기한다.


"저, 그런데 사실 지금 목요일이라 불편 서비스를 신청해도 5일 안에 결과를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선물을 받은 사람에게 5일 동안의 유예기간이 주어지거든요."


"어? 그러면 목,금,토,일 아... 4일 밖에 안 남았네? 이거 머리 아프네."


부장은 한숨을 내뱉으며 어쩌지를 반복한다. 그 모습에 진혁은 고민한 말을 꺼낸다.


"사실... 서비스 첫날 제가 신청해둔 불편 서비스가 있습니다. 아직 상대방이 선물을 열람하는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유예기간이 2일 남아서 곧.. 열어봐야 합니다." 


"아니!!! 그 사실을 왜 지금 말해! 잘했네! 잘했어!"


"대신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래. 뭐? "


"제가 불편 서비스를 신청한것은 비밀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네? 왜요?"


김대리가 그 말에 놀라 진혁을 쳐다보았다. 부장도 궁금한 듯 물었다.


"왜? 그게 알려지는 게 불편한가?"


"아... 사생활이라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신 누군가의 제보 정도로 발표 때 이야기하겠습니다. "


"흠....그래. 존중해줘야지."


세 사람은 웃으며 회의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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