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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치 Jun 15. 2024

이 구역의 미친 x

진숙과 선희에게 동시에 선물이 도착했다. 


[불편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열어 보시겠습니까?D-5]

[불편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열어 보시겠습니까?D-5]


진숙은 아픈 어머니가 입원해 계신 병원에서, 선희는 종로의 한 영어학원에서 선물을 받았다.


"이게 뭐야?"


진숙은 뭔지 모를 선물이 도착했다 길래 제대로 읽지도 않고 열기를 눌렀다. 그리고 열기를 누르자 가상공간으로 오라는 메세지가 떴다.


"뭐야? 어딜 오라는 거야? 뭐? 안 오면 뭘 못한다고?"


SNS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경고를 읽은 진숙은 급하게 아들에게 전화를 건다.


"아들, 엄마 무슨 갑자기 이상한 문자를 받았어. 불편 선물? 그거라고 하는데? 해킹 당한거야? 큰일난거지!!?"


 진숙의 아들은 이제 갓 20살이 된 대학 신입생이다. 친구들하고 한창 불편 선물함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기에 엄마의 말이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 들었다.


"엄마! 그거 해킹 아니야. 선물을 받았다고? 그걸 눌렀어?"


"어. 눌렀어. 이거 해킹 아니야?"


"아!엄마 또 누구 불편하게 했어!!! "


"아니야! 엄마가 누굴 불편하게 해. 너는 엄마를 이상하게 생각한다?"


"어째든, 엄마 그거 눌렀으니까 해야 돼. 집에 오면 설명해줄게. "


"뭔데? 어떻게 하면 되는데? "


"몰라. 어디 가서 그거 받았다고 말 하지마. 그냥 조용히 집으로 와."


 그 말을 끝으로 진숙의 아들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알 수 없는 대화를 끝낸 진숙은 답답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

[불편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열어 보시겠습니까?D-5]


뭔지도 모르고 급하게 열어버린 진숙과는 다르게 선희는 저 문장을 곱씹었다. 사무실 한쪽에 앉아서 핸드폰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고민하고 있다.


'눌러도 되는 걸까? 하.누가 이딴 걸 보내? x발'


얼마 전 학생 하나가 답이 틀렸다고 가져온 적이 있는데, 그때 소리지르면서 혼낸 적이 있다. 그거 때문일까? 뭐지? 

온갖 일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 딱 하나의 사건이 머리를 툭 하고 치고 가는 사건. 지하철.


'설마...그 늙은 아줌마가 이런 걸 어떻게 안다고 최신 서비스를 이렇게 보내겠어?'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곧 바로 생각을 바꾼다. 


"아! 누구야. 진짜. 아아아아악!!!"


 불편 선물함의 선물이 도착 했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뉴스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라를 변화 시킬 혁신이라는 둥 이미 여러 번 발표했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어!안녕?"


"선생님, 방금 안에서 무슨 일 있었나요? 벌레 나왔어요?"


"어..어. 벌레가 나왔어. 괜찮아. 잡았어. 들어가~"


'벌레보다 더 망한 것 같지만 말이야.'


선희는 어색한 웃음으로 학생을 보낸다. 누를지 말지 고민하는 시간은 점점 가고 있지만 쉽사리 열어볼 수 없었다.


띠링- 

선물을 보내고 10분도 채 안됐을 시간에 진혁의 핸드폰에 또 다시 알림이 왔다. 알림의 내용은 누군가 선물을 열람했다는 내용이었다. 


"벌써?" 


열람한 사람은 진숙이었다. 


‘지하철 사건의 아줌마 성질 급한 것 같더니만 이것도 못 참고 열어본 게 분명하군. ‘


진혁은 사무실에서 잠시 나와 휴게실로 이동하여 선물함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봤다. 

불편 선물함의 화면에는 새로운 아이콘이 생겨있었다. 아이콘을 누르자 새로운 캐릭터가 튀어나오며 말을 시작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선물서비스 담당자 G라고 해요. 진혁. 베타 서비스의 첫 이용자가 되신 걸 축하드려요!" 


'첫 이용자? 인구가 5천만의 대한민국에서 내가 첫 이용자라고? 거짓말 아니야?' 

라고 생각하자마자 아이콘이 다음 대사를 말한다.


"네, 첫 이용자라고 해서 믿기지 않을 수 있어요.

 첫 이용자라 하면 현 위치에서 10키로 방면으로 이용한 사람 중 가장 먼저 하신 걸로 확인됩니다.

한마디로 이 지역 1등!" 


그 설명으로 바로 이해가 됐다. 


10KM 라고 하면 회사 반경. 최근 출근하는 사람보다 재택근무 하는 사람이 더 많았고, 베타 오픈을 한 것은 어제가 시작. 심지어 진혁은 어제 신청을 눌렀다. 


"1등에게는 특별한 보상이 있어요. 바로! [이 구역 일진 짱은 나야.]입니다. 자주 이용하실수록 레벨이 올라갑니다. 레벨0부터 시작해서 만렙 1000까지 올라가는 방식인데요." 


"잠깐, 뭔 레벨? " 


"네. 레벨 별로 가질 수 있는 보상과 능력이 있습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시는 분들에게 주어지는 특별 보너스!입니다. 지금 보이는 화면에 상태가 진혁님의 레벨과 능력치입니다." 


[ 고진혁 33세, 서비스 이용 1회차

특이사항: 이 구역 일진 짱은 나야.

레벨: LV3

특별보상: ’이 구역 일진 짱은 나‘의 혜택으로 총 3회 불편 선물 거절 가능.

레벨 1 보상 – 불편 선물을 받은 사람의 후기 확인 가능

레벨 2 보상 - 불편 선물 상황을 리얼하게 제작가능 (특별 소품 추가 1회)

레벨 3 보상 – 불편 선물 상황을 녹화하여 저장 가능

레벨 4 보상 - ????

레벨 5 보상 - ????

.

.

.

현재 레벨까지만 보상 확인 가능, 특별보상은 만료 기한 없음. 횟수 차감제.]  


"G, 궁금하게 있어. 난 왜 레벨 3부터 시작이야?" 


"진혁님은 1등 혜택으로 +1레벨을 얻었고, 두 명의 사람에게 불편선물함을 보냄으로 +2레벨을 얻으셨습니다. 레벨이 올라가는 것은 불편한 상황이 합당할 때 만 올라가는 것이고, 혹여나 불편한 상황이 아님에도 허위선물을 하시는 경우는 레벨이 떨어지고, 선물 서비스에 제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플이 다음 화면으로 넘어 가지며 G가 영상을 하나 보여준다. 영상 속에는 지하철 안에서 가상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이 보여진다. 그리고 그 내용은 어제 아침 지하철 상황과 매우 흡사한 듯 했다. 


“어머? 내가 왜 아줌마야?”


“아, 오늘 기분 안 그래도 기분 더러운데, 별꼴이야.”


“야.야!!!” 


 영상을 보자 진혁은 어제의 PTSD가 올라오는 듯했다. 아침의 상황과 거의 유사한 싸우는 대사들과 행동들을 재연해 둔 영상이었다. 그리고 주변의 불편한 사람들의 표정들도 화면에 잡아주는 모습을 보니 그 안에는 진혁같은 사람도 담겨있다. 


“리얼하네.” 


“만족스러운가요? 저희 K사가 제공 받은 해당 지하철의 영상과 제보자의 제보 상황을 조합하여 가장 효과적으로 불편한 상황이었음을 전달하도록 만든 영상입니다. 해당 영상을 토대로 선물은 전송되었습니다.” 


“괜찮네. 그럼 여기로 그 두 사람이 들어와?” 


“그렇습니다. 들어와 K가 제공하는 특별한 문제도 맞춰야 합니다.” 


"어떤 문제인지는 알 수 없어?"


"알려드리지 않습니다. 해당 문제는 랜덤이기도 하고 알게되면 선물을 보내신 당사자의 즐거움이 사라지기 때문에 G는 알려드리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웃기네. 재밌어."


생각보다 체계적이고, 인간의 심리를 잘 파악한 어플같았다. 역시 대기업이 만들어낸 것이라 그런가? 

진혁은 설명만으로도 기대가 됐다. 얼른 5일안에 불편 선물함을 직접 눈으로 확인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궁금한게 있어. 두 명이 동시에 같은 시간에 접속 하려면 시간을 잡아야 하나?"


" 그렇지 않습니다. 동시 접속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제약을 걸어야 하지만 진혁은 아직 레벨이 낮기 때문에 해당 제약을 걸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각 다른 시간에 접속하고, 접속시간 50분전에 진혁에게 알림이 갑니다. 

그때 진혁은 접속하여 관람 하실 수 있습니다."


"아쉽네. 둘이 같이 마주해야 더 재밌을 텐데.. 그래도 알림이 오면 나는 들어가서 볼 수 있다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더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G는 항상 이곳에 있으니 언제든 물어보세요."


"알겠어."


진혁은 선물서비스 화면을 닫고, 흐뭇한 표정으로 휴게실에 뚫려있는 큰 창을 통해 하늘을 바라본다.  



"날씨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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