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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치 Jun 09. 2024

K사의 불편서비스 이용

어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던지 다음날 아침은 밝았다. 힘들게 눈을 뜬 진혁은 어제 회식 때 술에 취해 일어난 일이 다시금 떠오르며 다시 눈을 감는다.


“으.. 회사...”


진혁은 술을 제법 먹었던 터라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손을 뻗어 핸드폰을 찾는다.

 해솔에게 해장국을 끓여달라고 말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해솔. 해장국! 끓여줘.”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평소에 술을 드시면 찾으시는 순대국밥으로 준비해 두었습니다. 씻고 나오시면 드실 수 있도록 준비해 놓겠습니다.” 


“고마워.”

-띠링 


그때 핸드폰에 울리는 알림 소리.


[분석이 완료되었습니다.]-K 


진혁이 어젯밤에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와 화가 나 불편 선물 서비스를 사용한 것이 결과가 나왔다고 알람이 온 것이다. 진혁은 순간, 고민했다.


“어제는 화가 나서 한 거고 아, 모르겠다."

 냐옹- 


고민을 하는 중에 고양이 키키가 자신을 만져달라며 진혁에게 다가왔다. 키키에게 정신이 팔려 어느새 분석은 뒷전이 돼버렸다.





---


7시 50분. M사의 마케팅부 사람들은 어제 회식 때문인지 다들 기운이 없이 출근했다. 특히 이주임은 죄인처럼 회사에 출근하는 순간부터 죄송하다며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어제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래, 죄송해야지."


김대리가 장난식으로 웃으며 얘기했다.


"아니, 됐어! 김대리 뭘 그런 걸 애한테 뭐라 하나?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우리도 다 기분 나빴었어."


박 부장이 이주임의 편을 들어준다.


"괜찮습니다. 이따 점심때 해장이나 하죠."


 "죄송합니다." 


"아니! 어제 나 없이 회식하더니 무슨 일 있었어?"


아이가 있어 회식에 참석하지 못한 최차장이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어제 작은 소란이 있었는데, 어휴."


"그만! 일이나 하지. 이주임도 그만 죄송하다 하고 들어가. "

박 부장의 말에 이주임이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그 틈을 타서 김대리가 이주임을 찾아가 속닥이며 얘기했다.


"이주임, 어제 일 말이야... 우리 그거 한번 해보는 거 어때? "


"어떤 거요? "


"그거 있잖아.. 그거! 어제 메일 날아온 거. 불편.. 주세요? "


 "불편 선물함이요? "


"그래! 그거. "


둘은 쏙닥 거리며 어제의 일을 불편 선물함 서비스를 사용해 보자고 얘기했다. 그 목소리는 진혁에게도 들렸고, 진혁은 괜스레 찔려했다.


"근데, 저도 따지고 보면 불편하게 했잖아요. 다른 사람들을. "


"음.. 그건 맞지? 그럼 내가 써볼까? "


"근데 어디서 해요? 이거 하려면 집에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캡슐 들어가거나 장치 있어야 하는데, 회사에서 쓰기에는 조금... "


 이주임은 얼버무리며 얘기했다. 

회사 내의 캡슐을 이용하면 증강 현실을 가장 리얼하게 느낄 수 있다. 심지어 M사는 잘 나가는 게임 회사이기 때문에 최고급 사양의 캡슐만 있다.


 "뭐 어때? 우리 휴게실에도 한 대 있잖아. 거기서 쓰지 뭐. " 


그 말에 이주임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듣고 있던 진혁도 솔깃하는 대화였다. 

자신이 어제 미리 신청해 놓은 불편 선물 서비스를 이용해 볼 수도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큼큼. " 


그는 그들에게 일부로 헛기침을 하며 주의를 주었다. 김대리는 자리에 돌아와 앉더니 진혁에게 말을 건다. 


 " 과장님은 어제 잘 들어가셨습니까? " 


"네. 어제 빌려주신 셔츠는 드라이해서 이번 주 내에 가져다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


"어후, 아닙니다. 근데 과장님이야 말로, 불편 선물함 관심 없으신가요? " 


"아, 혹시 김대리. K사 간첩인가? “ ”크하하! 아닙니다. 간첩 이라뇨, 저는 M사의 뼈를 묻을 겁니다. " 


"그럼 일합시다."


진혁은 칼 과장이라는 별명답게 김대리가 일에 집중하도록 칼같이 끊어내고 할 일을 시작한다. 진혁의 핸드폰이 울리고 K사의 SNS 알림이었다.


[분석이 완료되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한 번 더 알려주는 친절한 불편 선물 서비스였다. 진혁은 이번에는 못 참고 화면을 눌렀다.


‘해당 건은 불편한 상황임을 84.3퍼센트 인정합니다.


 불편한 상황을 만든 사람은 세 사람으로 지목됩니다. 


그중 박 00 (51세)가 43.6 퍼센트, 김 00(34) 55.4퍼센트 나머지 한 사람이 1퍼센트의 불편한 상황에 기여했습니다. 1퍼센트의 사람은 기여도가 낮음으로 신상정보는 유출되지 않습니다. 


기여도가 높은 두 명에 대한 SNS정보는 다음 페이지를 보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박진숙(51세) 서울시 중구 거주. 매일 사건이 일어난 지하철을 타고, 병원에 가는 것으로 확인됨. 해당 날짜도 병원을 간 것으로 추정. 김선희(34세) 서울시 구로구 거주. 종로 영어학원 인터넷 강사. 매일 같은 시각 해당 지하철을 이용. ’


‘평범하네. 둘 다.’


진혁은 두 사람의 정보를 읽다가 이름이 눌러지는 듯하여 이름을 누르니 상대방의 얼굴이 떴다. 그날의 아줌마와 그날의 여자가 맞았다. 소름이 끼쳤다.


‘사건 시간과 장소 상황만 말해줬는데 정확하게 사람을 찾아내다니. 심지어 이렇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줄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다.’ 


그리고 그 아래 질문. 


당신이 찾던 사람이 맞습니까?


예/ 아니오 버튼이 있었다. 


[예] 

를 누르자 화면이 전환되고, 새로운 질문이 떴다. 


‘불편 선물을 보내시겠습니까? (선물은 두 사람에게 모두 보낼 수도, 한 사람에게만 보낼 수도 있습니다.)’ 

진혁은 이 화면에서 잠시 고민했다. 


진짜 보내봐? 둘 다? 하긴 보내면 둘 다 보내야지. 누굴 골라.’


[두 사람 모두에게 보냄]


그리고 선택 화면에는 내가 보낼 수 있는 추천 선물이 떴다. 가벼운 커피 쿠폰, 상품권, 교환권 등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가벼운 커피 쿠폰을 선택했다.


‘비용은 무료입니다.’


결제 창으로 가지 않고, 바로 무료라고 알려준다.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더니 제일 위에 쓰여 있는 카테고리 [진짜 선물]. 


‘첫 이용이시군요. 첫 이용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선물을 보내시면 선물을 받은 당사자는 불편한 상황이 일어난 장소로 소환됩니다. 
자신들의 행동을 제삼자의 눈으로 먼저 확인하고, 불편함을 느끼도록 도와줍니다.
둘째, 행동에 대한 반성이 되었는지 확인하는 질문을 하면 당사자는 답변을 해야 합니다. 
셋째, - 이상으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본 선물함의 직접 참여하실 것인가요? 참관할 수 있습니다. ’ 


[당연하지.]


‘두 사람에게 선물이 전송되었습니다.’


전송이 되었다고 알림이 뜨고, 새로운 화면이 뜬다.


 D-5 


5일 안에 선물을 열지 않으면 K사가 말한 불이익이 적용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진혁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어떤 파란을 불러올지 모르겠지만  일단, 진숙과 선희는 공에 직격탄을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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