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참겠다 이제는
진혁은 회식을 어찌어찌 끝내고, 9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하루가 너무 고됐다.
"많이 피곤해 보이시네요. 무슨 일 있었나요? 진혁."
가정 AI 로봇 해솔의 걱정스러운 말에 진혁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온 세상이 자신을 괴롭힌 것만 같았다.
출근길의 지하철의 아줌마와 여자의 싸움에서부터 카페의 골프 복의 아저씨 커피샤워... 소고기 집 문신돼지까지!
'이게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이 돼?'
"해솔. 이게 말이 돼? 진짜 다 죽이고 싶어."
"죽이는 건 안됩니다. 대신 다른 방법이 있어요."
"죽이는 건 안돼? 왜 안돼? 나는 진짜 오늘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어.
무슨 방법?"
무슨 방법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자마자 쓱- 하고 머리를 지나가는 오늘 아침의 뉴스, 사내 메일이 떠올랐다. K사의 불편 선물함.
"아침에 읽은 뉴스 불편선물함이라는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사용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
"아니, 상용화 안 돼도 쓸 수 있어. 나는"
마케팅에 관한 베스트셀러를 처음 쓸 때처럼 눈에서 광기가 흘러나오는 진혁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핸드폰을 켜고, 아침에 업데이트 한 K사의 SNS를 열고 불편 선물함 서비스를 열어본다.
"다 죽인다. 진짜. "
화가 꾹꾹 담겨있는 직장인의 분노가 폭발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갖 불편함이 가득했던 하루가 불편해 보이던 서비스를 자발적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버튼으로 사용된 것이다.
화면에는 [불편 선물 서비스]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그 밑에 귀여운 이모티콘과 간단명료한 설명이 들어가 있다.
[불편한 상황을 겪으셨나요?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그 상황을 똑같이 상대방에게 전송하세요.
당신의 고통을 상대방도 느끼도록, 상대방이 알아주도록 해드립니다.
당신의 작은 선물과 상황을 아래 창에 보내주세요. ]
그리고 몇 가지 질문들.
-불편했던 상황의 시간은 언제인가요?
(정확한 시간일수록 상황은 정확해집니다._.)
그 물음에 진혁은 잠시 고민했다. 어떤 것부터 하지? 역시 시간 순서대로 해보는 게 좋겠지?
: 아침 출근시간 7시 20분경.
-불편했던 장소는 어디인가요?
: 2호선 지하철. 을지로 3가에서 시청역 가던 중 발생.
- 어떤 상황이었나요?
- 어떤 사람이었나요? 아는 사람인가요? 모르는 사람인가요?
.
.
.
20가지가 넘는 질문을 하고 나서야 서비스는 질문을 종료했다.
[데이터를 확보하였으니 분석하여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해당 결과는 6시간에서 12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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