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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한 소리 Sep 27. 2024

행복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잘 살기 위한 수단이다.

「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를 읽고

 심리학자 서은국 교수는 자신의 책 「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에서 진화심리학적 관점으로 행복을 설명합니다. 몇몇 부분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지만,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잘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책의 핵심이자 결론이 제게 큰 위로를 주었습니다. 바로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을 느낀다”입니다. 


 저는 늘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제 자신은 물론이고 자녀들과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그렇게 행복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문제는 행복이 삶의 목적이 되고 중요해질수록, 행복은 거창하고 대단한 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저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망설입니다. 왜냐하면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만큼 대단한 일이 제게 없기 때문이죠. 물론 행복이 남에게 보여주는 물건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선을 제 안으로 돌려도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불안, 화, 질투, 원망처럼 행복과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제 안에 가득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저자의 주장처럼 행복을 삶의 목적이 아니라 사람이 잘 살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행복의 문턱이 한결 낮아집니다. 대단할 것 없는 내가 느끼는 소소한 일상의 구체적 경험도 충분한 행복이 될 수 있습니다. 불안, 화, 질투, 원망을 다 치워버리고 행복 혼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과 생각 옆에 행복이 자리 잡는 것만으로 괜찮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자신 있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볼까요? 행복을 대단한 일로 보는 대표적인 경우는 ‘돈이 많으면 행복하다’라는 생각입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생수를 예로 들면서 돈이 행복을 줄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합니다. 목마른 사람에게는 생수 한 병이 갈증의 고통을 없애고 행복을 주겠지만, 이미 물을 마셔서 갈증이 가신다면 생수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계속 행복하지 않은 것처럼, 돈은 일상의 불편과 고통을 줄이는 데 효력이 있지만, 결핍에서 벗어난 인생을 더 유의미하고 행복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따라서 돈은 우리를 불행하지 않게 만들어 줄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는 없습니다.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와 비슷한 착각은 ‘성공하면 행복하다’입니다. 그리고 성공은 무언가가 되는 일(becoming)입니다. 청소년의 성공은 대학생이 되는 일이고, 청년의 성공은 의사, 대기업 직장인, 법조인이 되는 일이고, 그렇게 무언가가 되는 일에 성공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결혼을 생각해 보세요. 결혼해서 부부가 된다고 무조건 행복합니까? 아닙니다. 행복은 결혼을 해서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행복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행복은 무언가가 되는 일(becoming)이 아니라 무언가가 되어서 살아가는 일(being)에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착각은 '남들에게 인정받으면 행복하다'입니다. 사실 우리는 부모님께, 친구들에게, 선생님께, 직장 상사와 동료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늘 애쓰며 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괜찮은 사람, 괜찮은 인생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남들이 우리를 인정한다고 해서 정말 우리가 행복해지나요? 저자는 오히려 반대라고 말합니다. 북유럽 나라의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는 경제력과 복지뿐만이 아니라 심리적 자유감을 제공하는 문화 때문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경제력을 비롯하여 많은 분야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는 타인 중심적 문화로 인해 심리적 자유감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서 남들에게 아무리 인정받는다고 해도, 좋아요를 아무리 많이 받는다고 해도, 삶의 중심이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하면 행복하기 어렵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그동안 제가 행복을 너무 숙제처럼 대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게임도 숙제가 되면 하기 싫다고 하는데, 행복을 숙제처럼 하려고 했으니 잘 안 되는 것이 당연하죠. 이제 행복을 더 가볍게 만나야겠습니다. 점심에 먹은 콩국수가 준 시원함, 커피, 노래, 책이 준 소소한 즐거움, 지극히 평범하고 개인적인 이유로 웃는 경험, 남들은 전혀 인정하지도 부러워하지도 않을 내 노력이 만든 작은 성과, 제가 오늘 행복할 수 있는 이유들입니다. 여러분도 각자의 이유로 더 많이 행복해지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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