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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한 소리 Mar 19. 2024

사냥꾼에게 쫓기는 동물들을 위한 기도

책 <무모한 희망, 사라져가는 동물들과 나누는 사순절 이야기>

 이번 사순절에는 책 “무모한 희망, 사라져가는 동물들과 나누는 사순절 이야기”와 함께 묵상하고 기도하고 있는데, 사순절 다섯째 주에 함께 기도할 이들은 사냥꾼에게 쫓기는 이들입니다. 물론 사냥꾼은 사람이고, 쫓기는 이들은 동물입니다. 


 먼저 중국 천산갑 판골린은 멋지고 단단한 갑옷 때문에 사냥꾼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판골린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비늘로 뒤덮인 포유동물입니다. 비늘은 사람의 손톱과 같은 단백질 케라틴인데, 무려 열여덟 줄로 겹쳐져 있기 때문에 아무리 호랑이의 송곳니라도 뚫을 수 없습니다. 이 특별한 비늘 갑옷으로 판골린은 8천만 년 동안 번성했지만, 오늘날 호랑이보다 무서운 사람이라는 사냥꾼을 만나 쫓기고 있습니다. 사냥꾼들은 야생 판골린을 5분마다 잡아서 밀거래하는데, 지난 15년 동안 약 2백만 마리 넘게 밀거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왜 판골린을 이렇게 무자비하게 사냥하냐고요? 최고급 식당에서 판골린 스튜를 먹는 손님이 있고, 판골린 비늘 가루가 건선, 혈액순환 장애, 천식, 불안, 암 등에 효과가 있다고 믿으면서 약처럼 복용하는 환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참 답답합니다. 세상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과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불쌍한 판골린에게 고통을 줄까요? 화가 납니다. 



 답답하고 화나는 일은 솔로몬 제도 대모거북에게도 일어납니다. 대부분 나라에서 그러하듯 솔로몬 제도에서 바다거북을 사냥하고, 바다거북을 사고파는 일은 불법입니다. 당연하겠지요. 그러나 거북이를 쫓는 사냥꾼들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고객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력제로 알려진 거북이 알을 찾는 고객이 있고, 거북이 등껍질로 만든 귀걸이, 벨트, 팔찌, 장신구를 찾는 고객이 있기에 사냥꾼들은 아무 죄 없는 대모거북을 쫓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접하면서, 사냥꾼들이 공격하지 못하게 동물들을 잘 지키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순진한 소리입니다. 사냥꾼들의 열심과 집요함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남아공에 있는 국립공원에는 여러 동물들이 살고, 그중에 검은코뿔소도 있습니다. 이 동물들을 위해서 경비대원들이 낮에는 물론이고, 밤에도 야간보초를 섭니다. 그럼에도 사냥꾼들은 경비대원을 피해서 국립공원 안에 사는 동물들을 사냥합니다. 코뿔소 뿔을 약처럼 복용하려는 아픈 고객과 뿔을 집에 걸어 놓고 잘난 척하려는 고객에게 돈을 받고 팔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돈이네요. 돈 때문에 죄 없는 동물들이 쫓기고 있습니다. 마다가스카르에 사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도 그렇습니다. 사냥꾼들은 특별하고 매력적인 원숭이를 잡아다가 애완동물로 자신이 특별해지려는 고객과 불법 거래를 하고, 관광지 홍보용으로 이용하려는 업주에게도 팝니다. 예뻐서 쫓기는 것이죠. 



 예쁜 것을 보면 가지고 싶은 욕구 인정합니다. 몸이 아플 때 민간요법이든 뭐든 의지하게 되지요. 남들보다 특별해지고 싶어서 특별한 음식, 특별한 장식품을 찾는 마음도 모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죄 없는 동물들을 사냥하고, 죽이고, 불법으로 거래하는 일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간디는 "도둑질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훔치지 않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자신에게 필요 없는 것을 가지고 있거나 가지려고 하는 것 또한 도둑질이고, 도둑질에는 어김없이 폭력이 따른다고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직접 사냥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괜찮은 건 아니겠지요. 충분히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음에도 동물에게서 억지로 무언가를 얻으려는 고객이 되다면, 우리도 사냥꾼이고 도둑입니다. 


: 내 기쁨, 내 건강, 내 특별함보다 다른 생명이 더 귀함을 깨닫게 해 주시고, 이미 충분히 가진 것으로 만족하며 도둑질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쫓기며 불안해하는 모든 이들을 보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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