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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밤 Aug 04. 2022

다시 이별을 맞이했다

고통의 시간은 그리 쉬이 지나가지 않는다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이 우리의 관계는 머지않아 끝이 났다. 나는 당연히 그날을 잊을 수 없었고 상대방은 종종 내가 아직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서로를 놓았다.


당연한 결말이겠지만, 어쩌면 재회하는 순간 서로가 알고 있었을 결말이었겠지만 우리는 다시 한번 이별을 맞이했다. 그를 만나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그날이 생각이 났다. 평소에는 문득 생각이 났다가 사그라들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전보다 나에게 더 잘해줬기 때문에, 나름 행복하고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나를 배려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고, 내가 싫다는 행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상대가 반려견을 입양하게 되면서 강아지랑 함께 더욱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일상이 평온하고 행복했기 때문에 잡생각이 나더라도 금방 잊혀지고,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다가도 이따금씩 그 생각에 매몰되는 날이 있었다. 그럴 때면 또다시 생각의 굴레에 빠져들었다. 왜 그랬을까? 이미 상대에게 여러 번 물어본 질문이었지만 다시 장고의 시간에 빠졌다. 답은 여전히 없다. 답이라면 그냥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었던 것이다. 생각할수록 어차피 손해인 건 나였다. 답도, 의미도 없는 질문과 상상을 반복하면서 날카로운 창으로 나를 계속해서 찌르는 것은 결국 나였다.


술을 마시면서 얘기를 꺼냈다. 나는 아직 그 시간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금 너무 행복하지만 그 생각들이 가끔 나를 괴롭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얘기했다. 정말 오랫동안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는 본인도 현재 행복하지만 결국 내가 계속 생각이 나서 괴로울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이별이었다. 이번 이별은 다시는 재회라는 건 없을 확실한 끝이라는 것이 너무 잘 느껴졌다. 이별을 하는 순간에도 어떤 물건을 찾지 못해서 우왕좌왕하다 결국 어이없는 웃음으로 마무리해버린, 정말이지 우리 다운 이별이었다.







그렇게 다시 맺은 인연의 끈은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금 끊어졌다. 그래도 처음 이별에 비해 나의 상태는 괜찮았다. 밥도 먹고 잠도 자고, 공부도 하고 운동도 했다. 이전의 이별은 생각지도 못하게 너무 큰 충격을 받았던 탓인지, 하루하루가 괴로웠었다.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부족했기에 크게, 많이, 아팠던 것 같다. 이에 반해 그와 재회한 후에는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을 다독이고 다스릴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이다. 어쩌면 재회하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쓸데없는 상상을 반복하며 괴로움 속에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를 다시 만나면서 정말이지 급속도로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했고, 행복했으며, 나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힘을 채울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가장 큰 고통을 준 당사자에게서 그 고통을 치유받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게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아직은 마음이 많이 아프고, 괴롭고, 가끔은 그립기도 하다. 이번 이별을 겪으면서 생각한 것은 이별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인이 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생각해봤다. 상대의 취향을 알고 나와 맞는 사람인지 알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상대가 마음에 들었다면 그 사람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한다. 사랑의 시작에도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사랑의 마지막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나의 인생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이 사람을 지우고 끊어내기 위해 나는 또 다른 노력을 해야 한다.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의 노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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