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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WATNEUNGA May 29. 2023

연필 샌드위치

#책 #2023 제14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현호정 #엄마와 나

  30분이라는 애매한 시간이 생겼다.


  책을 읽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다.


  차를 세울 곳을 찾다가 인적이 드문 인근 체육관 뒤편 주차장에서 탁 트인 나무그늘을 발견했다! 길 아래로는 넓은 운동장이 있어서 전망도 좋았다.


‘오~이 근처에 이런데가 있네!‘

“영적인 탯줄은 언제 끊어지는 것일까. 딸이 엄마가 되는 그 순간일까? 그 순간에 엄마는 자기와 자기 엄마를 이어 주던 그 탯줄을 끊고 나와의 결속을 선택한 걸까? 사람의 배꼽이 하나인 이유는 그 때문일까?”

-현호정의 [연필 샌드위치] 본문 중에서-


  엄마는 20여 년 전에 돌아가셨고, 내가 엄마가 된 건 그보다 먼저다. 둘째 아이를 낳고 한 달 만에 엄마가 돌아가셨으니 말이다. [연필 샌드위치]에 나온 저 말처럼 엄마와 나와의 영적인 탯줄이 존재한다면 아직 나와 엄마와의 영적인 탯줄은 끊어지지 않았다. 내가 엄마가 되었어도 내 딸이 곧 엄마가 될 나이여도 난 아직 엄마 딸이다.


  지금도 엄마는 내 삶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이들과 대화할 때도 엄마처럼 하려고 하고, 남편을 대할 때도 엄마가 아빠한테 한 것처럼 하려는 나를 발견한다.

  또한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있거나 고민이 있을 때 엄마는 내 롤모델이 된다. 그리고 가끔 죽음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다. 세상의 모든 불이 꺼진 어둡고 깜깜할 것 같은 그 암흑 천지의 죽는 순간도 먼저 돌아가신 엄마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종교적 믿음과 신념으로 두렵지만은 않다. 이처럼 살아있을 때나 죽는 그 순간까지도 나와 엄마는 연결되어 있다!




  엄마와 나처럼 내 아이들과 나도 언제까지나 영적인 탯줄로 연결되어 있다면 난 지금 무얼 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살아있는 동안 내 아이에게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고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어야 할까?


  내가 죽어서도 영적인 탯줄로 내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힘이 될, 영양분이 될 것들을 계속 공급하려면 내가 사는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살아서는 안된다!


사랑한다는 말,

잘 다녀오라는 인사,

공부하느라 고생했다는 토닥임,

맛있는 거 만들어줄게라는 기대,

잘하고 있어라는 격려,

엄마는 항상 네 편이라는 응원,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위로,

너 자신에게 떳떳해라,

다른 사람이 너를 함부로 대하지 않게 너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말,


그리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 엄마지만 내 삶도 잘 가꾸는 모습과

엄마의 하나님이 너와 항상 함께 하신다는 믿음,


  모두 내 아이들에게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조차 영적인 탯줄로 계속 공급될 영양분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뭐라도 먹어야지.”
엄마가 말했다.
“뭐라도 먹어야지. 은정아.”
엄마가 말하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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