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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의 자유비행 Oct 07. 2021

[시에서 질문하기] 2. 당신의 새 인간은 무엇입니까

김복희, 새 인간

  김복희의 시 「새 인간」의 화자는 ‘새 인간’을 사기 위해 동묘까지 장장 두 시간을 걸어간다.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새처럼 우는 법을 배운 새 인간”이 동묘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뒤이어 등장하는 새 인간에 대한 묘사는 가히 환상적이다.

  화자의 주변에는 ‘인어’를 키우는 친구가 있다. 동묘에 매물로 나왔다는 새 인간에 대해 들뜬 마음으로 말하는 화자에게 친구는 “세상에 그런 새 인간이 어디 있느냐”고 비웃는다. 게다가 “새 인간이 날지 않는다면 기형이거나 날개 밑 근육을 절제했을 가능성이 높으니, 불법일 거”라는 말을 덧붙인다. 화자는 “인어를 키운다는 녀석들에게 보란 듯이 내 새 인간을 말해 주고 싶어” 철저한 준비를 마친 후 동묘로 향한다.     




  새 인간은 무엇의 알레고리일까. 나는 이것을 ‘원하는 일’로 읽었다. 남들은 이것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실체가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불법적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화자가 원하는 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화자는 새 인간의 존재에 대해 확신한다. 사회적으로 불법 취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반려로 삼기 위해 철저히 대비한다.

  화자는 새 인간을 사기 위해 동묘까지 걸어간다. 그러나 새 인간을 집으로 데려올 때는 버스를 탄다. 이는 화자가 새 인간을 얼만큼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가시적 표현이다. 더불어 새 인간과 함께하기 위해 화자가 치르는 희생을 의미한다. 도대체 얼만큼의 희생이 있어야만 환상이라고 말하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생각되는 새 인간과 함께할 수 있는 걸까.

  화자는 새(bird) 인간을 만나고 새(new) 삶을 얻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새 인간은 ‘새로운 인간’으로 읽히기도 한다.  

   

  어떤 일은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내게는 문학이 그렇다. 문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나는 꼭 새 삶을 얻은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게 된다.

  내가 「새 인간」을 처음 읽은 것은 2019년이다. 그 해는 내게 의미가 깊다. 내가 나다워질 수 있는 1년이었다. 문학 공부를 시작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희생을 치르고 난 뒤 나는 비로소 나의 새 인간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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