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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의 자유비행 Nov 18. 2021

[상념일기] 2. 카페에서

2021.11.12 15:40 카페 1

  평소에 자주 오는 카페에 와서 늘 주문하던 메뉴를 그대로 시켰다. 아이스아메리카노에 아몬드 쿠키 하나. 그런데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너무 맛이 없다. 카페도 그대로 사장님도 그대로 메뉴도 그대로인데 커피 맛이 왜 변한 것일까? 어쩌면 사장님이 샷 하나를 빠뜨린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내가 변한 건가?

  여러 평론집을 뒤적거리다가 우다영 작가님의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을 꺼냈다. 길고 짧은 이야기들. 익숙하고 낯선 이름들. 몰입하기도 몰입을 깨기도 하며 금요일 오후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맛없는 아이스아메리카노와 함께.


작문연습 21:44

<담요>

  담요는 [담뇨]라고 발음하게 된다. 그래서 글자로 "담요"를 마주하면 어딘가 어색한 기분이 든다. 담요를 오래 쓰면 생활의 냄새가 난다. 포근함 안에 삶을 살며 느낀 고난, 슬픔, 외로움, 눈물... 그밖에 무엇들이 스며 있다. 이 냄새를 맡으면 잠이 온다. 그리고 꿈을 꾼다. 아주 넓은 들판을 달리는 꿈. 땀이 흐른다. 내 어깨에는 담요가 둘러져 있다. 큰일이네. 땀 냄새 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계속 달린다. 계속. 계속 달리다 보면 담요의 기원까지 닿게 될 것이다. 태초의 모습. 그건 바로 [담뇨]의 모습과도 같다. 나는 달린다. 계속. [담뇨]에 가닿을 때까지.


2021.11.15 16:10 카페 2

  원래 저녁 때만 오던 카페에 버스를 타고 와 봤다. 주말이 아니라서 (특히 월요일이라서)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아서 놀랐다. 조용한 곳에서 평론을 쓸 준비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서 입시생 자녀를 둔 것 같은 두 어머니(?)가 (oo고 학생인가보다. 서울로 대학을 가면 잘 가는 건가 보다. 그럼 나도 대학을 잘 간 건가?) 이야기를 큰 목소리로 하고 있어서 평론 쓰는 일에 집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입시생 신분이었던 게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이번 주 목요일은 수능이다. 나는 19학번이고 지금 수는 보는 애들은 22학번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얼마 차이 안 나는 것 같은데 내 기준 화석은 16부터다. (사실 17도 조금 화석같이 느껴짐) 내 전남자친구는 15학번이다...^^


2021.11.17 13:17 카페 3

  간판은 이용원인데 카페인 곳에 왔다. 찾기 어려운 곳에 있는데 (실제로 좀 헤맴) 사람이 많다. 점심을 못 먹을 것 같아서 디저트를 두 개나 샀다. 강지이 작가님 첫 시집을 조금 읽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독립서점에 들려 김복희 작가님의 두 번째 시집과 첫 산문집을 샀다. 히히♡ 카페에서 문득 든 생각은, 내가 소설과 시를 쓰는 일에 재능이 없다면 한국문학을 응원하는 사람으로 남아야겠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일은 계속 하고 싶으므로 평론을 쓰자! 가 결론이다.


14:09

  카페에 와서 책 읽으려고 했는데... 일단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 중 혼자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아 사장님도 혼자다. 사장님 손목에는 무당벌레 문신이 있다. 색칠은 안 되어 있다. 손목에 무당벌레. 무당벌레에 손목(?). 무당벌레도 손목이 있을까? 다리 밖에 없으니 발목일까? 시간이 너무 안 간다. 낯선 동네에서 혼자 카페가기... 재미없다. 3분 밖에 안 지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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